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소피아성당

딸기21 2003. 7.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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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가 무쟈게 비쌌다. 1층 구경하는데 1500만 리라, 2층 올라가는데 1000만리라 정도...아래위층 돈 따로 받는 건 또 첨 봤다. 소피아 성당은 블루모스크와 마주보고 있는데, 아시다시피(아나 모르나?)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의 유적이다. 이넘들! 성당이건 모스크건, 이렇게 크게 짓는게 어딨냐! 뼈대없는 제국주의자들같으니! 라고 하면 안 되겠고,

 

성당 안쪽에서 천정을 올려다본다. 하늘을 보는 것 같다. 하늘이 나를 심판하려고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공사중이어서 건물 안은 어두웠다. 아마도, 중세의 모스크였던 시절, 혹은 비잔틴의 성소였던 시절에는 더욱 어두웠을 것이다.

 

2층 발코니에 매달린 아랍어 초서체의 현판이 너무 멋있었다. 나는 한참을 고개를 들고, 목이 아프도록 그것들을 쳐다보았다. 이슬람은 동양이다. 그래서 '서예'라는 것이 있다. 유명한 타지마할의 벽면을 새긴 조각도 실은 아랍어 초서체다. 여기는 터키, 아마도 저것은 아랍을 지배했던 투르크인들이 피지배민족에게서 배워온 문자일 것이다. 어두운 초록색 현판에 힘있게 휘갈긴 금빛 글자가 너무 멋있었다. 

 

이곳 중앙 돔 지름이 무려 33m. 중요한 것은, 가운데에 시선을 가리는 기둥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제 바야흐로 신자들은 벽감을 아무 장애물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니...(버나드 루이스, [이슬람 1400년] 에서 왜곡 인용)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쪼마난 건물에서 복작복작 살던 딸기가 저 엄청난 성전에 들어가서 얼마나 쫄았으며 또 얼마나 감동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블루모스크를 먼저 갔기 때문에...거기서 감동의 크기가 더 컸음)

 

 

말 나온 김에, 모스크에 대해서 아주 약간만 공부를 하자면. 

 

모스크의 어원은 마스지드 masjid, 즉 '엎드리는 곳'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슬람건축의 대표적인 것이 모스크이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양식'은 사실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가람 배치'라는 것이 있었고 기독교 교회들도 십자가형 기본 구조가 있었는데, 모스크는 아주 대략적인 틀만 존재할 뿐, 지역에 따라서 양식이 다르게 나타난다. 지역별로 구분을 하면 

 

1. 아랍형

 

아랍형 모스크의 원형은 햇빛에 말린 흙벽돌로 지은 간단한 도시가옥, 더 정확히 말하면 메디나에 있던 무함마드(마호메트)의 집이었다. 메카를 향한 벽면(키블라)에 벽감(미흐라브)가 있어서, 신도들은 그 방향을 향해 기도를 한다. 벽감은 모스크 안에서 가장 화려한 장소였는데, 벽감을 둘러싼 화려한 장식 공간을 마크수라 라고 부른다. 벽감 옆에는 민바르(하기아 소피아의 민바르를 사진으로 찍어왔는데 넘 흐리게 나와서 올리지를 못하겠네 -.-)라고 불리는 설교단이 있다.

 

모스크의 상징은 머니머니해도 미나레트(첨탑)과 돔. 미나레트에서는 무에진(동네 이장님 ^^)이 기도 시간을 큰 소리로 알려준다(요새는 방송으로 대체).

 

돔(이슬람에서는 꾸바 qubba)은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빌면, 낙타 등에 싣고 다니던 조그만 가죽 천막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2. 이란형

 

키오스크형이라고 하는데. 이란의 전통가옥을 모델로 한 것. 에이반(아랍어에서는 리완)이라고 하는, 아치형 천정을 가지는 큰 방이 중요하다. 이란형 모스크들은 보통 네 개의 에이반을 갖고 있어서, 여기서 강의도 하고 기도도 하고 고스톱도 치고...^^;;

 

페르샤- 하면 떠오르는 것, 화려하고 아름다운 실내 장식. 이란형 모스크의 안쪽 천정은 무까르나 라고 하는데 서양에서는 '벌집형 천정' 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3. 터키형

 

대중없이 이 모양 저 모양 나타나다가 16세기 이후 오스만 제국이 중동을 평정한 뒤에야 좀 정리가 됐다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돔이다. 

 

커다란 돔이 하나 있는 것도 있고, 여러개 돔이 이어진 것도 있다. 왜 이렇게 돔을 좋아했냐고? 투르크의 전통 가옥(?) 인 유르트(천막)를 회상케 하는 추억의 건축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인이 비잔틴 건축의 영향이다. 

 

바로 저 건물,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이 투르크인들에게 비잔틴 건축의 절대묘미를 보여줘버린 것이었다! 하기아 소피아 Hagia Sophia는 1453년 오스만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뒤에 모스크로 개조돼서 아야 소피아 Aya Sofya로 바뀌었다. 벽감도 만들어지고, 첨탑도 세워졌다.

 

오스만의 정복자들(투르크 유목민의 후예들)이 하기아 소피아를 보고 얼마나 눈이 뒤집어지게 좋았던지,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오스만의 관리였던 투르순 벡의 시.

오, 구도자여, 만약 그대가 천국을 찾고자 한다면
가장 높은 하늘은 바로 아야 소피아라네 

그리고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하늘의 아홉 영역에 견줄만큼 아름다운 돔, 여기서 완벽한 장인은 건축이 모든 기술을 발휘하였다. 반쪽의 돔들이 서로를 머리에 이었고, 때로는 예리하고 때로는 둔중한 각도를 유지하며, 마치 환희에 찬 소녀이 굽은 눈썹처럼 비할데 없이 아름다운 천장과 종유석같은 장식들. 그는 이로써 5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성전을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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