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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가을, 홍콩] 홍콩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딸기21 2000. 10. 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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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홍콩에 도착한 순간까지, 사실 별로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 또 심심함에 대한 우려가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죠. 그런데 역시나 홍콩의 야경은 죽여주더군요(이런 속물적인 표현을...). 이런 노래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별들이 소곤대는 대신에 네온불빛이 반짝이는 것이긴 했지만, 정말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첫날밤, 홍콩섬의 북쪽에서 건너편 구룡반도를 바라보면서 감탄을 했던 것은 제가 너무 촌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둘째날 구룡반도의 남쪽 끝에서 홍콩섬을 바라봤습니다. 구룡반도 남쪽에 리젠트 호텔과 르네상스 호텔이 있는데, 그 두 호텔 앞에 해안을 마주하고 산책길이 쭉 뚫려 있습니다. 일종의 다리인데 따로 이름은 없고 주민들은 Waterfront Promenade라고 부르더군요. 거기서 바라보는 홍콩섬의 야경은 정말 멋졌습니다. 그걸 보니 괜히 즐거워졌습니다. 여행의 묘미를 새록새록 느낄 수 있었답니다. 
실은 걸으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해보려 했는데, 야경을 보고 감탄하느라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녁이 되니까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홍콩문화회관에서 코에 보석을 꽂은 방글라데시 아가씨와 사진도 찍었고, 기분이 상쾌해서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답니다. 
7시가 넘으니까 바다 건너편 홍콩섬의 야경이 뚜렷해지더군요. 컨벤션센터와 마천루들. 날이 어두워지니까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다들 야경을 보기 위해 모인 모양입니다.
전 사실 한강변을 야밤에 혼자 거닐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깡패들 만날까봐 무서워서... 홍콩은 대단히 치안이 잘 된 안전한 도시라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주아주 안심하고(뭐 믿고 그랬는지...) 즐겁게 밤을 보낼 수 있는 도시라면, 진짜 살만한 도시라는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 Hard Rock Cafe

마지막날 밤에는 저 혼자(당연하죠) 하드락카페라는 바에 갔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무대에서 썼던 허리띠 따위를 진열해놓은 술집인데, 혼자 앉아서 피나콜라다를 한잔 마셨습니다. 사실 제가 사흘 넘게 혼자 있어본 것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혼자 술집에 간 것은 더더욱 처음이구요. 여러분도 잘 생각해보십시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누군가 말할 상대도 없이, 정말로 혼자 지내본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혼자 홍콩의 밤을 즐기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날 술집에서 어느 서양인들의 생일잔치가 있었는데, 얼굴에 크림범벅을 하고는 남녀가 쫓아다니고 달아나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결국 마지막날 실컷 놀고 호텔로 돌아간 것은 자정이 넘어서였습니다. (실은 가는 길에 트램이 고장나는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근사한 야경, 재미난 술집, 친절하게 저랑 놀아주는 웨이트레스, 
안전히 노닐 수 있는 밤거리...즐거운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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