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 The Fall of Constantinople 1453 (1965)
스티븐 런치만 경 (지은이) | 이순호 (옮긴이) | 갈라파고스 | 2004-09-02
별 다섯개를 줄까, 네개를 줄까 망설였다. 고민 끝에 별 네 개. 이런 종류의 '교양서적'을 읽는 것에 별로 익숙치 않아서일까, 재미는 있었지만 이 책의 '질'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일단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해야하려나.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최후'를 가져왔던 전투와, 그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을 다룬다. 제목에 걸맞게, 콘스탄티노플 공성전을 꽤 정성들여 묘사했다.
도시의 지도와 성벽의 구조, 병력 배치 따위를 상세하게 설명해놓아 머리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당시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오스만제국의 초기 역사도 간략하지만 정리가 잘 돼있고, 오스만 이후 무라드 1세까지 이어지는 술탄들의 면면을 깔끔하게 그렸다. 콘스탄티노플 점령 이후 메메드2세의 전후 처리와 동로마제국 쪽 인물들의 후일담까지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서유럽 중심의 역사'를 배우느라 이름만 듣고 지나갔었을 '동로마제국'의 이야기라는 점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자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서도, '헬레니즘의 보루'가 역사의 폐허가 되고말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는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반면, 당시의 역사를 구성했던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꽤 상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메메드2세에 대해서는 너무 조심스럽게 언급했다는 느낌. 다른 저자들이 메메드2세를 '집착이 강하고 잔인한 인물'로 평가절하하는 것과 달리 런치만은 그를 제법 능력있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메메드2세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은 책의 테마를 만든 인물임을 고려할 때 충분치 못했다는 생각.
한 가지 이상했던 점은, 중간에 예언자(무함마드)의 예언을 인용한 부분. '이삭의 아들들'로 되어있는데, '이스마일의 아들들'이 잘못 적힌 것이 아닌가 싶다. 문맥으로 봐서 도저히 맞지 않아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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