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1980년 광주, 2010년 방콕

딸기21 2010. 5. 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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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가 집결해 있는 방콕 도심을 봉쇄하고 시위대 해산을 명분으로 발포해 이틀새 5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친나왓 전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반정부 시위대는 협상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아피싯 웨차치와 정부는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방콕포스트, AFP통신 등은 14일 군이 시위대가 집결해 있는 방콕 중심가 라차쁘라송 거리를 에워싸고 무력 진압작전을 벌여 시위대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습니다. 군 사령관들이 일제히 “도심에서 시위대를 일소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진압작전이 시작됐으며, 총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물대포와 공포탄이 발사됐다고 시민들은 전했습니다. 현장을 취재하던 프랑스24 TV방송의 캐나다인 기자와 태국 사진기자도 총에 맞았다고 합니다. 영국 BBC방송은 “군이 시위대를 포위하고 실탄을 발사, 라차프라송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전했습니다.



Thai soldiers march through Bangkok‘s financial district as they clash with anti-government protesters May 14, 2010. |REUTERS



Thai soldiers fire rubber bullets into the crowd of anti-government protesters hurling rocks, May 14, 2010 in Bangkok. |AP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라차쁘라송 부근 쑤안룸 야시장 등은 도망치는 시민들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진압군의 물대포와 차량을 빼앗아 맞서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타이어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군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군은 이 일대 몇 ㎢ 면적을 포위하고 휴대전화 통신까지 모두 막았습니다. 통근기차도 멈춰 라차쁘라송은 시위대의 고립된 섬으로 변했습니다. 현지 TV방송들은 주변 기차역과 쇼핑센터에서 수류탄이 터졌다고 전했습니다.
레드셔츠 지도자 나따웃 사이꾸아는 “아피싯이 내전을 시작했다”며 군 철수를 촉구했습니다. 시위대는 정부에 긴급 ‘휴전’을 요청했습니다. 나따웃은 “그들이 휴전을 거부한다면 우리가 오늘 밤 이 곳에서 살아나갈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체류중인 탁신도 정부에 협상을 촉구했습니다.



Anti-government demonstrators are arrested by Thai soldiers in downtown Bangkok, Thailand, Friday, May 14, 2010. |AP


전날에도 이 일대에서 군이 시위대에 발포해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후송된 반정부 시위 지도자 카띠야 사와스디뽄은 14일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코마 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정부는 실탄을 쏘지 않았다면서 카띠야 피격도 군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콕포스트는 “ 군은 ‘치명적이 무기 사용을 불사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가 저격수를 고용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습니다.

태국에서는 민주선거로 집권한 탁신 전총리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뒤 정정불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어 집권한 친탁신계 정부마저 2008년 축출되고 왕실과 군부·기득권층의 지지를 받는 아피싯 정부가 들어섰는데요. 아피싯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두달 넘게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30여명이 숨졌습니다.

지금 방콕 상황이 30년전 광주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탁신이 재직 시절 문제가 많았다고 하지만, 국민 지지로 당선된 사람을 군부쿠데타로 축출하고 뒤이어 뽑힌 정부마저 반탁신 세력이 엎어버렸으니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트위터를 뒤져보니, 어떤 관광객들은 “태국엔 방콕만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휴양지에서 볼 수있는 '레드셔츠'는 바닷가의 붉게 탄 등짝들 뿐”이라고 썼더군요. 80년 광주 때에도 그곳만 고립되어 다른 곳에서는 통 몰랐다던, 그런 생각도 나고요. 무섭습니다.
태국 군이 시위대에 계속 발포하고 있고... ‘저격수’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몇해전 베네수엘라 반차베스 진영이 하던 짓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