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로즈가든. 갓 입주한 새 집주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12일 오후 닉 클레그 부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했습니다. 65년만의 연정에 쏠린 시선을 의식한 듯 양당 신임 각료 및 내정자들과 함께 모여 한껏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Britain's Prime Minister David Cameron chairs the first meeting of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in the Cabinet Room at 10 Downing Street in London May 12, 2010. / 로이터
총선 전 캐머런은 “클레그가 나라를 뒤죽박죽으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했고, 클레그는 캐머런이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 첫날인 이날 두 사람은 “전에는 라이벌이었으나 이제는 동료”라며 호흡을 강조했습니다. 동갑내기에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은 연신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이끌어냈습니다. BBC방송은 “데이브(캐머런의 애칭)와 닉 쇼는 훌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즈가든 기자회견
둘이 잔디밭에 나란히 서서 얘기하니, 비주얼하긴 하네요.
총리관저에서 만난 두 사람
우리도 좀 인상 좋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읍시다. 좋잖아여? 훈훈하고...
저녁에는 캐머런 주재로 총리관저에서 국가안보협의회 첫 회의가 열렸습니다. 안보관련 부처들 간 협력을 원활히 하기 위해 캐머런이 소집한 회의였습니다.
보수-자민 양당 주요 각료들과 군 수뇌부가 참석한 이 자리에서 최대 안건은 역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었습니다. 캐머런과 클레그는 모두 아프간 전쟁을 ‘마지못해 지지하는’ 축입니다. 캐머런은 일단 파병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전쟁은 5년 내 끝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혀왔습니다. 캐머런과 클레그 모두 토니 블레어의 ‘푸들외교’를 지양하려 하고 있지요. 특히 클레그는 미국보다는 유럽친화적이고, 이스라엘의 막무가내 행동에는 냉정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보수당 소속으로 당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윌리엄 헤이그 신임 외무장관은 “미국과는 공고하면서도 굴종적이지 않은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헤이그는 13일 미국으로 떠나 오바마 정부에 핵 정책, 아프간전 정책 등을 설명할 계획입니다. 향후 새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관계를 점치게 할 첫 대면이 되는 셈이죠.
캐머런과 클레그는 회견에서 “영국 정치의 지각변동(seismic shift)”을 예고했습니다. 캐머런은 13일 각료임명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클레그는 내년 여름까지 선거제도 개혁 국민투표법안을 만드는 일을 맡아하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연정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양당 의원 55% 이상의 동의가 없는 한 연정을 깰 수 없도록 한다’는 데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보수당 예비내각에 이름을 올렸던 당내 유력인사 32명 중 9명은 장관급 인사에서 자민당 의원들에 밀렸습니다. 가디언은 자리를 못 차지한 보수당 인사들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며 “첫날부터 갈등 조짐이 불거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보수당 의원 상당수는 클레그가 주도할 선거제 개혁에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민당 안에도, 보수당과 융합하기엔 좀 많이 자유주의적인 인사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연정이 출범했는데도 어떤 이들은 보수당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두 당의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는, 캐머런과 클레그가 각각 자기네 정당 안에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지에 달려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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