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앤디 로딕.

딸기21 2007. 2. 13. 03:18
지난주, 이번주 2주 동안 아주 테니스에 미쳐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호주오픈, 이제 딱 결승만 남겨놓고 있다. 내일 오전에 여자 단식 결승, 일요일엔 남자 단식 결승.
여자는 샤라포바와 세레나 윌리엄스(꼼꼼이가 '궁둥이'라고 부르는;;)가 맞붙겠고
남자는 오늘 준결승 치를 페르난도 곤살레스-토미 하스 둘 중 한 사람이 로저 페더러와 붙게 된다.
토미 하스라는 선수는 경기를 한번도 못 봐서 잘 모르겠는데(아쉽게도 나의 테니스 시청 역사가 얼마 안되었다;;)
곤살레스는 준준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을 너무나도 매끄럽고 기술적으로 꺾어버리는 걸 보고 감동했었다.

어제 페더러와 앤디 로딕 경기가 있었다.




고개숙인 앤디 로딕, 위로하는 페더러.



앤디 로딕. 한때는 랭킹 1위 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7위, 이번 대회엔 6번 시드로 나왔다.

몇해전 우리 마을에 간혹 오시던 바나님이 페레로라는 스페인 선수 이야기를 많이 올리셨는데, 그래서 나도 테니스 한번 봐야겠구나... 하고 보았던 것이 전설적인 앤디 로딕-엘 에나위 5시간 사투 바로 그 경기였다. 다섯 시간 동안 듀스와 어드밴티지 사이를 오가며 공을 치는 두 남자, 둘 중 누가 이기든 패자 더 많은 박수를 쳐주고 싶었던, 집에서 TV를 보는 나조차도 손에 땀을 쥐고 숨을 멈춰가며 보아야 했던 그 경기의 승자가 바로 로딕이었다. 하필이면 첫 관전을 너무 '세게' 했던 탓에, 그 경기의 이미지는 (사실은 매우 특별했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테니스 그 자체로 인식됐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 테니스는 곧 앤디 로딕이었다--

그리고 재작년이었나, 윔블던 결승 로딕과 페더러 경기를 보게 됐다. 페더러는 정말 잘 한다! 페더러가 잘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거니깐, 사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 녀석은 필요에 따라 쭈욱~쭉 늘어나는 팔과 다리, 마음대로 스윙을 하게 해주는 관절, 심판보다 줄지킴이보다 훨씬 정확한 눈, 상대방을 이리뛰고 저리뛰게끔 갖고 놀면서 자기는 우아함을 유지할수 있는 근성, 서비스와 샷이 먹혀들어가지 않아도 결코 흥분하지 않는 침착함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까 페더러는 테니스의 왕자가 아닌 황제이고, 코트의 터미네이터다.
어제 준결승은 진정 페더러의 '퍼펙트 게임'이었다. 바꿔말하면 랭킹 탑텐에 최고최강의 서브를 자랑하는 로딕에겐 치욕의 날이었다. 아나운서의 말마따나 집에가서 라켓 몇개 부수지 않았을까. 1세트 6대4로 지고, 2세트는.. ㅠ.ㅠ 무려 6대0으로 졌다!!! 우째 그런 일이!!! 페더러는 인간이라면 받을 수도 없고 받아서도 안되는 공들을 잘도 받아넘겼고, 로딕은 무너졌다. 나중엔 로딕 자신도 어이없다는 표정이었고 로딕의 코치는 (해설자의 말에 따르면) 그냥 구경꾼이 되어 구경하는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 관객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로딕을 응원했으나... 비싼 돈을 내고 입장했을 관객들에겐 매우 아쉽게도, 경기는 2시간도 안 돼 끝나고 말았다.

꼼꼼이는 힘의 논리에 매료됐는지-- 페더러를 응원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로딕 '져라'라고까지 외쳤다! glory hunter 같으니라고... 벌써부터 안티 같은 행동을 할 줄이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아이 낳고 찐 살이 월드컵 보면서 빠졌을 정도다(그 때 낳은 아이가 지금 페더러를 응원하고 있다 -_-). 축구에서 선수 개개인의 인격, 성격은 '팀플레이'라는 것을 통해 드러난다. 남을 밟고 까고 덤벼드는 자가 있는가 하면 우아하고 고상하게 쌈닭들을 따돌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테니스는, 적어도 단식 경기의 경우는, 선수 한 사람의 총체적인 인격을 그대로 시험대에 올려놓는 듯한 그런 느낌을 준다. 두뇌와 기술, 감각, 성격, 모든 것이 스윙 하나에 녹아들어있는 듯한 느낌. (그래서 테니스는 축구만큼 이변이 없는 걸까) 그래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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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곤살레스-토미 하스 경기를 띄엄띄엄 보았는데, 곤살레스는 어제의 페더러같았고 하스는 어제의 로딕같았다. 내일 모레 곤살레스와 페더러의 경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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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지 않다가 지난주부터 호주 오픈때문에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MBC ESPN 틀어놓고 있자니 <유럽축구 Goals>가 나온다. 이게 얼마만인가. 그런데 왜 프리미어리그만? 난 이상하게 프리미어리그는 정이 안 간다;; 아무튼 로비 킨은 계속 열심히 뛰고 있는 것 같고...
7-8년 된 것 같은데, 골프선수 중에 <호세마리아 올라사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올라주원>보다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재미난 이름이랄까. 누구의 말에 따르면 주룽지(중국 전총리) 이래 가장 재미난 이름이라고 했는데, 이번 호주 오픈에는 <다비드 날반디언>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선수가 나왔다. 그런데 방금 전 ESPN을 보자니 프리미어리그 풀햄(요샌 모두 '풀럼'이라고 쓰는 모양이다;;)에는 무려 <심봉다>라는 선수가 있지 않은가. 재미난 이름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