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가나의 라이베리아 난민촌

딸기21 2006. 5. 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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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부두부람의 라이베리아 난민촌. 27일 유엔난민기구(UNHCR) 직원들과 함께 부두부람 캠프를 찾아갔다. 아크라 시가지를 벗어나 노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교외로 나가니 구릉 위에 판잣집들이 세워진 난민촌이 나타났다.

가나 부두부람에 있는 라이베리아 난민촌 입구


귀환사무소에서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

 

캠프 입구 파란색 컨테이너 모양의 귀환사무소 앞에서는 라이베리아 귀환을 원하는 이들이 고향의 가족들과 연락할 길을 찾기 위해 상담실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부두부람 캠프는 1990년 라이베리아 내전 때 도망쳐온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난민촌이다. 4만2000명이 거주하는 이 곳은 57만㎡(약 17만평) 면적에 병원 1곳과 45개의 학교, 교회가 있고 독립적인 신문도 있다. 자치단체 격인 복지위원회가 치안, 여성-아동, 보건, 영양 등 분야별로 7개 상임위원을 두고 행정을 맡는다.


에이즈 예방 포스터


난민촌의 유일한 의료시설인 성그레고리병원


난민촌 자치단체 격인 복지위원회의 회의


내전을 피해온 주민들에게 난민촌에서의 삶은 또다른 전쟁이었다. 화장실은 12곳 뿐, 먼지 날리는 흙길에서는 배설물 냄새가 났고 맨발의 아이들이 이방인을 기웃거렸다.  물 공급과 하수 처리가 열악해 질병이 많고 영양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난민촌 내 성 그레고리 병원 앞에는 프랑스 정부가 기증한 약들이 컨테이너에 쌓여 있었다. 의사는 단 2명 뿐. 약품은 원조에 의존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에어컨이 작동되는 곳은 약품보관실 뿐이다.

복지위원회 측은 아직도 주민 1만명이 식량 배급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지원을 늘려 달라"고 호소했다. 가나 정부는 지난 2000년 모든 자금지원을 끊었다. 난민들은 가나 정부와 구호기관들에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하고 있으나 UNHCR 측은 난민들이 `자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올초 아프리카 첫 여성 국가원수인 엘렌 존슨-설리프 대통령이 취임했다. 복지위원회 앞 게시판에는 고국행을 권고하는 미 국무부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UNHCR도 난민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가 국가재건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성그레고리 병원 앞에는 `자발적 귀환'을 권유하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세요, 라이베리아가 살아나고 있습니다(Come Home! LIBERIA Revived!)".




귀환을 권고하는 포스터와 미 국무부 공고문

 

그러나 정작 난민들은 귀환을 원치 않는 듯했다. 마을 어귀에서 먼지 앉은 화장품 따위를 팔고 있는 비아트리스(23)는 1990년 부두부람에 와 어린 시절을 모두 여기서 보냈다.


"지금은 갈 수가 없어요. 여기서 사는 것도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장사를 하면서 살 수가 있잖아요."

병원에서 만난 크리스티나(32)도 고향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 모두 흩어져서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서는 아이들을 학교에나마 보낼 수 있으니 떠나고 싶지 않다." 복지위원회의 툴라 부위원장은 "우리는 아직 돌아갈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털어놓으면서 "가나에서 기술교육이나 직업교육을 좀더 받고 고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귀환 실적은 저조하다. 1997년 라이베리아 상황이 잠시 호전됐을 때 난민 2800명이 돌아갔고 1900명은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갔다. 시에라리온의 그래프튼과 케네마 등지에도 이와 비슷한 라이베리아 난민촌이 형성돼 4만2000여명이 살고 있다.


난민촌을 나오려는데 주민들이 몰려들어 "이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함께 난민촌을 찾았던 국제이주기구(IOM)의 김철효씨는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려는 라이베리아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언제나 운명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난민촌에서의 삶은 누구에게나 각박하지만, 특히 고통을 받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부두부람 난민촌에는 교회와 연결된 학교 45곳이 있다. 교사 숫자가 총 500명이고 학생은 대략 1만1000명이다. 4000명 가까운 아이들은 학교 시설부족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늘어나는 아이들 숫자를 학교 시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촌 안에 있는 성그레고리 병원의 의사 잘랄렘은 "매달 30∼40명의 아이들이 병원에서 태어난다"며 "집에서 태어나는 아이들까지 합치면 아마 그 숫자는 2∼3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출산률, 열악한 위생, 영양공급 부족 때문에 질병이 많고 특히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병원 안팎에는 "학위를 받을 것이냐 아이를 낳을 것이냐"라는 문구가 쓰인 산아제한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학위를 따겠습니까, 아이를 낳겠습니까- 여성들의 선택을 묻는 포스터


얘네들은 뭘 믿고 이렇게 귀여운건지.
 

특히 난민촌에는 라이베리아 내전에서 남편을 잃거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많다. 난민촌 내부에서도 여성들을 상대로 한 폭력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맞서 여성인권을 확보하려는 여성단체들의 활동도 최근 몇 년 간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성 이웃감시단'에 속한 20명의 여성들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팀을 만들어 주민 자치체인 복지위원회에서 여성 발언권을 높이려 애쓴다.
어린 나이에 출산한 소녀들을 돕기 위한 `10대 엄마 프로그램'은 미 정부 원조금으로 나이어린 엄마들에게 기술교육을 해준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가나 수도 아크라의 여성인권센터에 난민 여성 30여명을 보내 성폭력 예방운동 등을 가르친다.

 가나 내 난민 현황

가나는 내전과 기근에 휩싸인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에서 드물게 안정된 정치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지역 난민들은 가나로 몰려든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기구들은 가나 수도 아크라에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 허브들을 두고서 라이베리아나 토고, 코트디부아르 등지에서 온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


가나에 들어와 있는 난민들은 6만2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아크라 근교 부두부람 캠프에는 라이베리아 내전으로 쫓겨난 이들 4만2000명이 거주하고 있고, 아크라에서 300㎞떨어진 서부 크리산 지역의 캠프에도 난민들이 살고 있다.

중부 볼타 호수 지역에는 지난해 이웃나라 토고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소요사태를 피해온 난민들이 살고 있다. 그 밖에 아크라 등지에 흩어져 있는 `도시형 난민'들의 경우는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하기 힘든 형편이다. 가나 정부와 구호기구들은 난민들에게 귀환을 종용하고 있으나 난민들 대부분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욱 열악한 고향으로 가기보다는 아크라에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다.

UNHCR는 올해 안에 가나 내 난민 1만명 이상의 귀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UNHCR 아크라사무소의 리사 콰르시에는 "본국으로의 귀환을 지원하거나 제3국 이주를 알선하는 방안, 가나 내 정착을 돕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