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두바이와 아부다비

딸기21 2009. 11. 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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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사태’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맏형인 아부다비의 움직임이 핵심 변수로 등장했습니다. UAE는 다른 입헌군주국이나 중동의 전제왕국들과는 다른 독특한 제후국 연방입니다. UAE의 양대 세력인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관계, 두 제후국의 서로 다른 전략을 이해해야 두바이 사태의 파장을 가늠할 수 있겠지요.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보는 UAE는 석유 매장량 978억배럴로 세계 7위입니다. 7개 에미리트(제후국)로 구성돼 있고, 각 에미리트는 에미르(제후)가 다스립니다.
‘사막의 마천루’, ‘두바이의 기적’으로 유명하지만 UAE라는 국가의 역사는 4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1971년 아부다비, 두바이, 알푸자이라 등 6개 에미리트들이 연합을 결성했고 이듬해 라스 알카이마흐가 합쳐져 오늘날의 UAE가 됐습니다. 아부다비 에미리트가 가장 크고 연방 수도도 그 중심도시인 아부다비이지만, 도시 크기로는 두바이 에미리트의 중심인 두바이가 가장 크다고 하네요.

이 나라는 인구 480만명 중 UAE 국적자는 20%에 불과합니다(걸프의 소국들 중에는 이런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50%는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 온 이주자들이며, 이란계와 아프리카계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아랍의 돈과 석유가 흐르는 혈맥이지만 국가적·민족적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유권자가 적다는 점에서도 UAE는 신기루 같은 나라인 거죠. 구매력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인데도 서구식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한 데에는 이런 인구통계학적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또한 이 때문에 UAE에는 아직도 부족 문화의 잔재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대통령과 총리를 아부다비의 알 나이한 가문과 두바이의 알 막툼 가문이 나눠 맡는다는군요. 알 막툼 가문은 알 나이한 가문에서 갈라져나왔기 때문에 ‘한 뿌리 두 왕실’로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라고 했지만... 사실 대통령은 71년부터 2004년까지 아부다비 에미르였던 셰이크 자예드 빈 술탄이 독점했고, 그의 아들 셰이크 칼리파가 뒤를 이었습니다. 양쪽 에미르 가문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총리는 연방최고회의의 선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나머지 관료직도 세습직과 선출직이 교묘히 혼합된 독특한 형태로 돼 있고요.  




Clockwise from top: Jumeirah Mosque, Palm Jumeirah, Etisalat Tower 2,
Jumeirah Beach Residence, American University in Dubai, Burj Al Arab & Sheikh Zayed Road.


두바이의 현 지배자 모하마드 빈 라시드는 2006년 에미르로 즉위했지만 이미 1995년부터 막후 실력자로 군림해왔습니다. 수완가로 유명한 그는 두바이를 초현대식 도시로 개발, 중동의 허브로 키웠습니다. 이번 두바이월드 사태를 불러온 '팜 주메이라' 개발은 두바이의 외형적인 성장전략을 상징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최근 모하마드의 둘째 아들 함단이 왕세자로 지명됐으며, 그 외에도 두 아들이 부총리 등 요직을 맡아 두바이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두바이 외에 다른 5개 제후국들은 여전히 가난하다고 합니다. 이들을 보살피며 맏형노릇을 해온 것은 아부다비입니다.
현 지도자인 칼리파 형제 17명이 아부다비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칼리파의 동생 모하마드는 제후국들 간 파워브로커 역할을 한다네요. 영국 텔레그라프 등에 따르면, 두바이보다 지배가문 내부가 안정돼있다는 평입니다.  


 

'마리나 몰' 쪽에서 바라본 아부다비의 야경... 이라네요




 UAE에서 가장 큰 셰이크 자예드 모스크랍니다. 사진은 모두 위키에서 퍼왔어요.
현대적이면서 멋지네요. 사막의 미학을 무시한, 백색의 모스크로군요.


아부다비는 야심찬 ‘마스다르 친환경도시 프로젝트’를 비롯, 고속성장과 녹색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ADIA는 세계 곳곳에 87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두바이 부채규모 590억달러의 약 15배에 이릅니다. 두바이 채권자들이 아부다비만 바라보는 것은 이 막대한 부 때문이겠지요.

아부다비와 두바이 모두 ‘석유시대 이후’에 대비, 금융·관광·부동산·물류·교육과학기술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경쟁을 해왔습니다. 이같은 노력 덕에 UAE 전체 GDP 구성에서 석유·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두바이의 경우 GDP에서 에너지분야 비중이 6%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여전히 UAE 석유매장량의 95%를 보유한 아부다비와 달리 두바이는 20년 내에 석유 고갈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바이의 과도한 성장전략은 이로 인한 조급함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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