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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無情과 有情

딸기21 2009. 10. 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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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성인은 사람의 모양을 지녔지만 사람의 情이 없습니다. 사람의 모양을 지녀서 사람들과 섞여 살지만, 사람의 정이 없으므로 옳고 그름은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섞여, 실로 보잘것없고 작으나 홀로 하늘과 하나 되었으니 실로 크고 위대합니다.

21. 혜자가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사람에게 정이 없을 수 있는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러하네."
혜자가 물었습니다. "정이 없다면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道가 얼굴 모양을 주고 하늘이 형체를 주었는데, 어찌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22. 혜자가 물었습니다. "사람이라고 하면 어찌 정이 없을 수 있는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말하는 정이란 그런 것이 아닐세. 내가 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속상하는 일이 없다는 것, 언제나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두고, 삶에다 억지로 군더더기를 덧붙이려 하지 않는 것을 이름일세."

23. 혜자가 물었습니다. "덧붙이지 않으면 어떻게 그 몸을 유지할 수 있는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도가 얼굴 모양을 주고 하늘이 형체를 주었으니,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속상하는 일이 없는데 지금 자네는 자네의 神을 겉으로 드러내 놓고 정력을 쓸데없이 소모하면서, 나무에 기대어 신음하고, 책상에 기대어 졸고 있네. 하늘이 자네의 형체를 골라 주었는데 자네는 지금 견백론(堅白論) 같은 것으로 떠들고 있네 그려."


장자는 쿨한 척을 많이 한다. 장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情'이라 부르는 것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속상해하고' '언제나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두지를 않고' '삶에다 억지로 군더더기를 덧붙이는' 것이다. '그노무 정 때문에'라는 말에서 딱 알 수 있지만, '그노무 정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는이다. 사람이 다 정이 있다고 하지만 정에 끌려다니며 살아서는 안 된다.

희고 단단한 돌을 놓고 눈으로 보면 희다는 걸 알 수 있으나 단단한지는 알 수 없고, 손으로 만지면 단단한 줄은 알겠지만 흰 걸 알수는 없으니 '희고 단단한 돌'이라는 것은 동시에 성립되지 않는다는 궤변이 견백론이다.  장자는 '정없는 인간이 어딨나'라는 혜자의 말이 견백론이라고 타박을 한다. 장자는 쿨한 척 뿐 아니라 잘난 척도 꽤 많이 한다.

근데 나는 지금 장자를 읽기 시작한지 5년이지만 이제 겨우 절반을 넘겼다. 5편까지 끝나고 이제 6편으로 넘어가는데, 그럼 앞으로도 4~5년은 더 걸린단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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