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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흑인 대통령 …설레는 워싱턴

딸기21 2008. 11. 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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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년 1월20일 취임한다. ‘첫 흑인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인들은 온통 들떠 있다. 오바마 당선 축하인파 100만명이 몰렸던 대선 당일 밤 시카고의 ‘오바마 랠리(집회)’에 이은 ‘2차 오바마 랠리’가 될 전망이라고 AP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오바마의 취임식과 역대 대통령 취임식을 미리 살펴본다.

 

ㆍ미리 보는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



취임식 ‘400만 인파’ 예상

대통령 취임식은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인 19일을 낀 나흘간의 연휴 뒷날 열린다. 워싱턴과 인근 지역 학교들은 학생·교직원들이 오바마의 취임식을 볼 수 있도록 임시 휴교를 하기로 결정했다. 역대 취임식 최다 관중동원 기록은 120만명이 운집했던 1965년 린든 B 존슨의 취임식이었다. 61년 존 F 케네디 취임식 때에는 눈이 왔는데도 100만명이 모였다. 이번 취임식에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서너배 뛰어넘는, 무려 400만명의 인파가 몰릴 전망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대통령 취임선서를 바라볼 수 있는 ‘내셔널 몰’, 즉 의사당에서 링컨메모리얼까지 이어지는 공원에는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들어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는 의회 입장권, 축하 퍼레이드 관람 티켓, 백악관 앞 공식 연설 관람 티켓 등 취임식과 관련된 티켓은 총 24만장이 배포되는데, 주별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
티켓을 얻으려는 미국인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주의 상·하원 의원실에 요청해야 하는데, 주문이 하도 많아 벌써 ‘하늘의 별따기’가 돼 있다. 척 슈머 상원의원(민주·뉴욕)은 무려 10만건의 티켓 요청이 몰리자 “12월 첫째주에 350장의 티켓을 놓고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추첨을 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의원실마다 티켓 요청 때문에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 일대 호텔·식당은 취임식 기간 예약이 거의 끝났다. 크레이그리스트 등 미국 웹사이트에는 취임식날 워싱턴의 민박집을 구한다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광고가 줄줄이 올라와 있다. ‘대목’을 맞아 임시로 민박 손님을 받으려는 워싱턴 주민들도 많다. 이들은 대개 나흘 연휴를 묶어 1600달러에서 비싸게는 5000달러까지 요구하며 예약을 받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국(NPS)은 “내셔널 몰은 물론이고 대형 교회와 체육관 등 시내 곳곳에 대형 TV 스크린을 설치해 시민들의 취임식 관람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취임식 모델은 ‘링컨’

의회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 선서와 연설은 상·하 양원 합동 취임식 준비위원회(JCCIC)가 주관하고, 의회 밖에서 열리는 퍼레이드는 미군 대통령취임위원회가 관할한다. JCCIC는 위원장을 포함해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3명으로 구성된다. 이밖에 특별보안행사기획위원회(NSSE), 재무부 특별경호팀 등 58개 연방·주·지방 기구들이 협력해 취임식을 준비한다.

오바마 취임식의 주제는 ‘자유의 재탄생’이다. JCCIC 위원장인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지난 5일 오바마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테마를 정해 발표했다. 이번 테마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따온 것이다. 마침 내년은 링컨 탄생 200주년이어서, 사상 첫 흑인 대통령 취임식이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역사적 대통령을 기념하는 행사와 맞물리게 됐다. 

이번 취임식의 또 한가지 콘셉트는 ‘시민 참여’다. 취임선서를 마친 대통령의 축하 퍼레이드를 볼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공간 이용을 ‘민주적’으로 하는 것이 관건이다. NPS는 “되도록 많은 이들이 퍼레이드를 볼 수 있도록 좌석을 줄이고 설 자리를 많이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워싱턴DC 법원은 지난 3월 “공공행사인 시내 퍼레이드 관람 티켓을 파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유료 좌석 수를 기존 2만개에서 8700개로 줄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때에는 이 티켓 가격이 15~150달러였는데 이번에는 수천달러까지 웃돈이 붙었다. e베이 등 인터넷 경매사이트들은 웃돈 시비가 일자 최근 “취임식 티켓은 경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존중도 취임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2005년 부시 2기 취임식 때 이라크전 반대 시위대의 앞을 가렸다가 시 경찰이 시위대로부터 소송을 당한 전례가 있다. NPS는 오바마 취임식 때에는 ‘자유발언대’를 별도로 설치해 시위 공간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예배로 시작해 연회로 끝나는 날 

취임식날 당선자의 하루는 아침예배로 시작된다. 예배 참석은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관행으로 굳어졌다. 대통령·부통령 당선자는 워싱턴 시내 교회에 가거나 집에 목사를 불러 예배를 본 뒤 JCCIC 위원들의 호위 속에 부부동반으로 한 장소에 모인다. 대통령·부통령 당선자는 차를 타고 의사당으로 간다. 부통령이 먼저, 대통령이 그 뒤에 취임선서를 한다. 

이어지는 새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향후 국정방향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오바마는 취임 연설에서 경제위기 해법과 우방국들과의 협력관계 복원, 대테러전 처리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연설장은 대선 1년 전에 설계되는데, 의사당의 모양을 본뜨되 나무로 만드는 게 관례다. 연설장 전체 넓이는 약 1만평방피트(약 929㎡)로 부시 2기 때와 같은 크기다. 대통령·부통령 가족, 상·하원 의원, 각료·각료 지명자, 대법관, 전직 대통령들, 합참의장, 각 주의 주지사들, 외교사절 등 1600명은 연설장 내 좌석에 앉아 대통령 연설을 지켜본다. 합창단과 하객 1000여명은 별도로 설치된 테라스에 앉는다. 

전 대통령 퇴임식은 특별한 절차가 없다. 근래에는 새 대통령·부통령이 취임식을 가진 뒤 의사당에서 전임자를 배웅한다. 신임 대통령·부통령은 배웅을 마치고 의사당에서 JCCIC 주최로 열리는 오찬에 참석한다. 오찬은 보통 의사당 내 스태추어리홀에서 열리는데, 메뉴는 새 대통령과 부통령의 취향에 맞춰 결정된다. 오바마의 메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짤막한 인사말을 하고, JCCIC가 대통령·부통령 부부에게 작은 축하 선물을 주고 건배하는 것으로 오찬은 끝난다. 이어 시민들이 가장 기다리는 퍼레이드가 열린다. 대통령은 의사당을 나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지나 백악관으로 향한다. 백악관 앞에 도착하면 하객과 시민들이 참석하는 축하행사가 열린다. 오후부터 밤 늦도록 워싱턴 시내 곳곳에서는 공식 축하연회가 이어진다.



미국 대통령 취임일 일정

존 F 케네디

아침 예배(사진)
의사당 이동
부통령 취임선서

워싱턴

대통령 취임선서(그림)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연설(사진)
전 대통령 이임
취임 오찬

로널드 레이건

축하 퍼레이드(사진)
축하 연회


역대 취임식 이모저모...1981년 레이건때부터 대중적 이벤트로 변모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조지 워싱턴에서 시작했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로 틀이 잡힌 것은 에이브러햄 링컨 때였다. 하지만 일반인들 앞에 ‘쇼’처럼 취임 선서식이 공개되고 대중적인 이벤트가 된 것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때부터다. 

조지 워싱턴은 1789년 4월30일 워싱턴이 아닌 뉴욕의 페더럴 홀에서 취임했고, 4년 뒤 재임 때에는 필라델피아에서 취임식을 했다. 워싱턴에서 취임식이 열린 것은, 1801년 3월 국회의사당이 완공된 뒤 취임한 토머스 제퍼슨 때부터였다. 1977년 지미 카터 때까지는 의사당 동관에서 취임선서를 했지만 81년 레이건이 군중들에게 잘 보이는 의사당 서관 정면 테라스로 장소를 바꿨다. 대통령이 급서해서 부통령이 승계하는 경우는 최대한 간소하게 취임식을 한다.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후임인 린든 B 존슨은 1963년 11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부랴부랴 취임선서를 했다. 

취임 연설은 대통령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조지 워싱턴은 2기 취임식 때 135단어로 짧게 ‘인사말’만 하고 들어갔다. 1841년 헨리 해리슨은 추운 날 8445단어의 기나긴 연설을 한 뒤 폐렴에 걸려 한달 뒤에 숨졌다. 워런 하딩은 1921년 취임식 때 처음으로 확성기를 달아 취임선서가 의사당 밖의 시민들에게도 들리도록 했다. 1925년 캘빈 쿨리지의 취임연설은 처음으로 라디오 전파를 탔다. TV에 처음 방송된 것은 1949년 해리 트루먼의 연설이었다.

축하 퍼레이드의 대통령 이동수단은 1921년 하딩 때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뀌었다. 퍼레이드에 흑인이 최초로 공식 참가한 것은 1865년 링컨 2기 취임식 때였다. 링컨은 이 취임식날 오전, 선거도 하기 전 의사당에 나가 법안에 서명했다. 이날 링컨은 내전의 상처를 보듬고 화합으로 나아가자는 유명한 연설을 남겼지만 한달 뒤 암살됐다. 역대 가장 화려한 행렬은 1953년 아이젠하워 때로 밴드 73개, 꽃수레 59대, 말, 코끼리, 군용 차량 등이 총출동해 4시간32분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지금은 퍼레이드 참가자 수가 1만5000명으로 제한돼 있다. 1985년 레이건 2기 취임식 때에는 눈보라로 유일하게 퍼레이드가 취소됐다. 

취임 축하연회는 1921년부터 ‘자선행사’ 형식으로 여는 것이 관행이 됐다. 1953년 아이젠하워 때 4개였던 공식 연회는 61년 케네디 때에는 5개, 97년 클린턴 때에는 14개로 늘어났다. 2005년 조지 W 부시 2기 때에는 워싱턴 시내 9곳에서 연회가 열렸다. 


■ JCCIC가 뽑은 역대 취임식 명연설

·“아무에게도 원한을 품지 말고,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께서 우리더러 보게 하신 정의로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해 나갑시다. 나라의 상처를 감싸고 전쟁에서 죽은 이들과 전사자의 아내, 고아로 남겨진 아이들을 돌보아 우리 안에서,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의 사이에서 평화가 오래도록 이어지게 합시다.”(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 뿐이다.”(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내 친구 미국인들에게 말합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당신이 당신의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1961년 존 F 케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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