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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는 부동산 거품에서 시작돼 금융산업 전반으로 퍼져갔다는 점에서 20여년 전 스웨덴·일본 금융위기와 비슷합니다. 정부의 금융기관 부실채권 인수, 은행 부분 국유화 등 대처 과정도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속도와 규모 면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과 경제전문가들은 1980~90년대 스웨덴·일본의 금융위기 해법과 현재 미국·유럽이 추진 중인 위기 대응모델을 비교하면서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적극적으로 조치하느냐가 경제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언론들과 경제전문가들은 1980~90년대 스웨덴·일본의 금융위기 해법과 현재 미국·유럽이 추진 중인 위기 대응모델을 비교하면서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적극적으로 조치하느냐가 경제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웨덴 모델과 일본모델의 가장 큰 공통점은 유동성 투입에서 금융산업 국유화로 나아갔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 유럽도 이 노선으로 가고 있지요.
미국 정부는 2500억 달러를 들여 10개 은행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13일 밝혔고, 영국은 500억 파운드를 투입해 8개 은행을 부분 국유화할 계획입니다. 앞서 금융위기를 맞은 아이슬란드도 주요 은행들을 즉시 국유화했습니다.
문제는 국유화의 ‘속도’
영국 가디언은 80년대 말 스웨덴의 위기 대응법을 집중분석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스웨덴은 80년대말 3대 은행중 한 곳이 유동성 위기를 맞자 즉각 구제금융을 제공했습니다. 2번째 은행 위기 때에는 정부가 예금 지급보증을 했고, 3번째로 흔들리는 은행이 나타나자 “모든 금융기관 전액 지급보증”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2위 규모였던 노르드 은행을 전격 국유화했습니다. 독립 평가기관을 설치, 금융부실 규모를 평가하고 부실채권 인수기준을 만들었다네요.
은행 부실채권 전체 규모가 GDP의 12~15%에 이를 만큼 부실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규제·감독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부실 금융회사 경영진은 경영권을 제한하거나 아예 퇴출시켰고요. 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의 주식은 강제매수했다는군요. 금융회사들 간 통폐합 유도하고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제했습니다. 92~94년 3년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7% 가량을 금융산업에 투입했다니... 스웨덴·핀란드·덴마크·노르웨이 4개국 합작 거대은행인 ‘노르디아 금융그룹’은 당시 노르드은행 중심의 통폐합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합니다. 물론 당시 스웨덴의 위기는 주변국들과 연동되지 않은 ‘국지적 위기’였기 때문에 외부 악재가 없었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상황이 좀 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일본의 대응은 한발씩 느렸던 모양입니다. 유동성 위기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일단 시장에 돈을 풀고, 은행 간 공동기금을 만들어 부실채권을 사들이도록 했지요. 당국은 문제를 회피하다가 위기가 더 심각해진 뒤에야 정리회수기구를 만들어 직접 부실채권 매입에 나섰습니다. 당국은 일본 은행들의 이른바 ‘회계 마사지(조작)’ 관행을 잡지 못했고, 이것이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거품 낀 부동산시장에 투기를 했던 은행들은 거품이 꺼지자 부실규모를 줄여 보이기에 급급했던 겁니다. 또 은행들은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부실채권을 정리회수기구에 넘기는 데에도 미적거렸습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90년8월 금리를 올렸다가 극심한 인플레가 나타나자 18개월 뒤 낮추는 등 갈팡질팡했습니다.
당시 프린스턴대학 교수였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일본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던 학자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 결과는 잘 알려진대로 ‘잃어버린 10년’이었지요. 정부가 4400억달러를 쏟아붓고 국유화를 단행한 뒤에야 금융산업이 안정됐습니다.
그나마 소득이라면 당시 위기를 겪은 일본이 이번 사태에서는 큰 충격을 피해가고 있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세계 서브프라임 모기지 직접 피해액은 1조 달러에 이르는데 일본 기업들의 손실은 총 80억 달러로 작은 편입니다. 신슈대학 마카베 아키오 경제학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일본 금융회사들이 90년대 위기의 교훈을 잊지 않았던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스웨덴이냐, 일본이냐
미국의 금융위기가 스웨덴식 ‘금융산업 체질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냐,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으로 갈 것이냐는 아직 판가름하기 이릅니다.
일단 일본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응이 과거 일본보다는 빠르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게이오대 다케모리 슌페이 경제학교수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그때 우리는 너무 느렸다”며 미국의 대응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적어도 미국 금융관리당국은 무조건 부인하고 회피하지는 않으며, GDP의 5%에 이르는 7000억달러의 대규모 예산 투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과거의 일본 기업들보다 회계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잘못된 투자’를 숨기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낮은 저축률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큰 은행들이 쓰러지더라도 아래를 받쳐줄 중견은행들이 탄탄히 서 있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은 금융산업 ‘양극화’로 중견은행들이 취약해진 상태이고요. 워싱턴포스트는 “서브프라임 사태 초기부터 미국 금융규제당국이 일본 관리들로부터 조언을 구해왔다”면서 “20년전 일본처럼 되지 않을 방법을 찾으라”며 ‘반면교사’를 주문했습니다.
문제는 '서민들'입니다. 실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느냐는 거죠.
스웨덴식으로 적극 대응을 하더라도 경제 전반의 피폐화는 불가피합니다. 스웨덴은 일본보다 회복이 빨랐다지만 그래도 90~93년 GDP가 5% 떨어지고 실업률이 치솟았습니다. 스웨덴은 지금도 실질 실업률이 25%에 이르는 고실업국가입니다.92년에는 금리를 다섯배로 올리면서까지 환율방어에 나섰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하고요. 90~92년 증시는 45%가 떨어졌습니다. 증시야 다시 올랐다지만, 실업률이 문제겠지요.
일본은 2003년 이후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아직도 부동산 가격은 90년의 40%에 머물고 있습니다. 일본은행 고위간부를 지낸 경제학자 와타나베 다카시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고개를 넘으면 히말라야(더 큰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경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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