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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때문에 '신냉전' 오나

딸기21 2008. 8. 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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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미국이 폴란드와 미사일방어(MD) 기지 설치 협상을 마무리했다. 러시아의 거센 반발 속에 미국이 논란 많던 동유럽 MD 계획을 관철시킴으로써, 미·러 간 ‘신냉전’과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발트해 연안에 미군 MD 기지를 제공, 요격미사일 10기를 배치하도록 하는데 합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양측은 이틀간의 최종협상을 거친 뒤 이날 바르샤바에서 임시 합의문에 서명했다.
미국측 협상대표 존 루드는 서명 뒤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과 폴란드,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해 중요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2006년 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된 동유럽 MD 기지 확대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미국은 지난달에는 체코 정부와 레이더기지 설치에 합의했었다. 아직 폴란드와 체코 모두 의회 승인은 얻지 못한 상태지만, 미국은 2012년까지 폴란드 기지에 요격미사일 배치를 완료하고 2011~13년 체코 레이더기지 설치를 끝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유주의 성향으로 알려진 투스크 총리는 지난해 11월 ‘쌍둥이 정권’으로 유명했던 폴란드의 우파 지도부를 물갈이하며 정권을 잡았다.
투스크 총리는 집권 뒤 이라크 파병부대 철군을 결정하고 러시아와 농산물 무역협정을 재개하며 대러 관계 개선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MD 문제에서는 결국 미국의 군사적 협력이라는 실리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 등 첨단 무기를 구입하고 군사적 지원을 받으려 애써왔다. 이번 협상에서 폴란드는 군사지원 확대를 미국 측에 요구, 확답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폴란드는 ‘제3국’의 위협이 있을 경우 미국이 군사적 보호조치를 취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가 미사일기지를 내어주는 대가로 얻어낼 ‘군사지원 패키지’는 당초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였고 지금도 무기체계 대부분이 낙후된 옛소련제다. 이 때문에 폴란드 정부는 야심찬 군 현대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5~10년에 걸쳐 미국제 F16 전투기, 독일제 레오파드2 주력전차(MBT), 이스라엘제 라파엘 파이톤5 대전차유도미사일(ATGM), 핀란드제 파트리아 무장차량(AMV) 등을 새로 구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폴란드는 2000년대 들어 아프가니스탄(1600명), 이라크(최대 900명), 차드(600명), 레바논(500명), 시리아 골란고원(355명), 코소보(320명) 등에 8차례에 걸쳐 파병하면서 미국·나토와 군사적 협력을 늘려왔다.

미국 백악관의 데이너 페리너 대변인은 14일 “MD 계획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고.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도 B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합의는 최근 발생한 러시아-그루지야 충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그단 클릭스 폴란드 국방장관은 현지 일간지 드지에닉 인터뷰에서 미국이 폴란드 측 요구를 전격 수용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미국은 그루지야 전쟁을 보면서 러시아가 믿을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생각을 굳힌 것 같다”고 밝혀 그루지야 사태가 촉진제가 됐음을 인정했다. BBC는 “폴란드인들은 미국이 ‘잠재적 적국’으로 내세운 이란보다는 러시아의 패권주의를 가장 큰 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MD 합의로 미·러 관계와 폴란드와 러시아 관계는 급랭하고 있다.

당장 러시아 측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의 MD계획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며,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소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유럽에 새로운 미사일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러시아 연방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나톨리 노고비친 러시아군 부참모장도 “폴란드는 스스로 공격을 받을 목표물이 됐다. 100% 확신한다. 그런 목표물은 최우선적으로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MD 합의는 미국 측이 양국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무부 고위관리도 인테르팍스 통신에 “MD 프로젝트는 이란의 미사일 위협이 아니라 러시아를 목표로 한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바르샤바 방문계획을 취소했다고 BBC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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