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에서는 타당한 결정이라며 반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맞춤형 아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날 영국 의회는 인간-동물 유전자를 섞은 혼합 배아에 대해서도 연구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영국 의회의 연이은 결정들은 미국이나 유럽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앞서나가는 것이어서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치료용 아기 허용"
영국 하원은 이날 보수당의 에드워드 리 의원 등이 제안한 치료용 아기 출산 금지조항을 342표 대 163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시켰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의회는 1990년 제정된 `인공수정ㆍ배아법'을 과학기술 발전 수준에 걸맞게 개정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유전자를 골라 아기를 낳는 `맞춤형 아기' 출산을 불허하고 있으나, 영국 정부는 불치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한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절박성'을 인정해 치료용 아기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
이번 표결은 치료용 맞춤 아기 출산을 아예 합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의회는 전날 인간-동물 유전자를 섞은 혼합 배아에 대해서도 연구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의회의 연이은 결정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버로우스 의원은 "아기를 `필요에 의해' 생산하는 것은 부도덕하다"며 비난한 반면 노동당의 데스 터너 의원은 "살릴수 있는 아이가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더 비인간적인 행위"라며 의회 결정을 옹호했다.
`구세주 아기' 축복인가 윤리파괴인가
형제자매를 살리기 위해 태어난다는 점에서 `구세주 아기(saviour sibling)'로 불리는 아이들을 둘러싼 논란이 영국에서 시작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이아몬드-블랙팬 빈혈'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찰리 휘태커라는 네살배기 아이를 살리기 위해 찰리의 부모가 보건부 산하 감독기구인 인공수정ㆍ배아관리국(HFEA)에 허가를 신청했던 것. HFEA는 이를 불허했고, 찰리의 부모는 관련 법규가 없는 미국으로 옮겨가 둘째아이를 낳았다. 부모는 유전자검사를 거쳐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출산한 둘째 아이에게서 골수를 추출해 찰리에게 이식했으며, 지금은 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2004년 `중증 지중해성 빈혈'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또다른 네살배기 자인 하슈미의 부모가 비슷한 신청을 했을 때엔 당국이 허용을 해줬지만 안타깝게도 자인의 부모는 아직까지 자인과 일치되는 조직형을 가진 수정란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웨덴에서도 선천적 대사이상 자녀를 둔 부모가 당국에 치료용 아기 출산 신청을 했다.
`맞춤형 아기' 허용범위는 어디까지
치료용 아기를 만들어내려면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 이상이나 조직형 일치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조직형이 치료대상인 형제ㆍ자매와 맞지 않으면 수정란은 폐기된다. 일각에선 유전자를 골라 아기를 낳는 것에 대해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스페어 아기(spare baby)'라 비판하고 있다. 또 신생아의 태반이나 탯줄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갓난아기의 골수를 이식용으로 채취할 경우 아기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허용 범위'도 문제다. 태반과 골수를 넘어 신장을 비롯한 이식용 장기를 구하기 위해 아기를 출산하려 할 경우 이 또한 허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 영국 정부나 의회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의회 결정은 치료용 아기 출산 범위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논란을 파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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