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사우디의 묘한 움직임

딸기21 2007. 11. 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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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을 장식하기 위해 야심찬 중동평화회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중동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는군요. 아랍권 대표적 친미국가인 사우디는 미국의 초청에 대해선 확답을 피한 채 오히려 러시아와 가까워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모스크바에 간 사우디 실세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압둘라 사우디 국왕의 후계자가 될 술탄 왕세제가 모스크바를 방문, 정치ㆍ경제ㆍ군사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습니다. 술탄 왕세제는 이타르타스 인터뷰에서 "양국간 정치, 교역, 금융, 과학, 기술, 문화 등 전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과 함께 중동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81세인 술탄 왕세제는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이자 고(故) 파드 국왕의 친동생으로서 현재 왕위계승서열 1순위랍니다. 1962년 이래 45년간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이지요. 아들 반다르는 주미 대사 출신으로, 미국의 부시 대통령 일가와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이 반다르가 집을 팔 적에 미국에서 제일 비싼 집이라 해서 외신에 많이 나왔었지요. 아버지가 왕세제가 된 뒤 사우디로 돌아가서 정치를 돕고 있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술탄 왕세제가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최근 들어 급격히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은 지난 2월 푸틴대통령이 러시아ㆍ옛소련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를 방문한데 대한 답방 성격을 띠고 있는데요.
양국간 교역은 2000년대 들어 7배로 늘었고, 특히 군사적 협력이 두드러집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사우디는 러시아로부터 최신예 T90S 탱크 150대와 미그35, 17 헬기 100대를 사기로 했다"면서 술탄왕세제가 이번 방문에서 구체적인 인도ㆍ인수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나폴리스 회담에 사우디 나올까

술탄 왕세제는 러시아와 중동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면서,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서 27일부터 열리는 중동평화회담에 참가할지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습니다. 술탄왕세제는 "사우디가 회담에 참가할지 여부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달렸다"고만 언급했습니다.
아나폴리스 회담은 임기 말을 앞둔 부시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마무리짓기 위해 계획한 자리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전을 일으켜 중동의 반미 감정이 악화되자, 유엔ㆍ유럽ㆍ러시아와 함께 이른바 4자 기구(콰르텟)를 만들어 이른바 `중동평화 로드맵'이라는 것을 띄웠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이-팔 문제와는 다소 거리를 둬왔던 백악관은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위기감과 절박감에서 다소 무리하게 아나폴리스 회담을 소집했다고 할 수 있죠.

관건은 사우디의 참가 여부. 중동의 양대 친미 국가인 이집트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앞장서왔던 것과 달리(그러다가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이 암살을 당했지요) 사우디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팔 평화협상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아 왔습니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선 사우디를 회담장에 불러내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는 셈이 되지요다.

이집트가 나서서 `설득 작전'

부시대통령은 21일 압둘라 국왕에게 전화해 아나폴리스로 초청했고, 이튿날엔 토니 블레어 중동특사가 리야드를 찾아 회담 참가를 설득했다고 합니다.
아랍권에서는 이집트가 나서서 사우디, 시리아 등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입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22일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측과 `미니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23일 카이로에서 아랍권 외무장관 회의를 엽니다. 이집트는 요르단, 팔레스타인과 함께 사우디에 아나폴리스행을 적극 권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사우디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대한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이슈를 명확하게 다룬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이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외무장관 대신 하급 관리를 미국에 보내 형식적으로만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중동국가들 사이에서도 이젠 이-팔 문제 매듭지을 때가 됐다는 공감대는 형성이 됐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낼름 아나폴리스로 가면 욕 먹으니 서로들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우디를 비롯한 몇몇 아랍국들은 전쟁에만 골몰했던 미국이 `치적'을 급조하기 위해 자신들을 들러리 삼으려 한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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