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니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전 석유장관인데요, 벌써 20년 전에 장관직에서 물러난 인물인데도 어릴 적에 뉴스에서 하도 이름을 많이 들어 그런지 기억 속에 생생해요. 석유를 쥐락펴락 하는 사람이라니 얼마나 부자일까,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나고요.
바로 그 사람,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77ㆍ사진) 전 사우디 석유장관이 내년 봄 국제 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답니다.
지금도 `석유시장의 구루(guruㆍ지도자)'로 통하는 야마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1일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다음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결정하고 올겨울 날씨가 온화하게 지나가면 내년 3월 쯤에는 유가가 75달러 정도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면 ~할 것... 가정법이니깐 뭐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만 그래도 야마니의 말이니 신문에 한줄 나갈 법 하지요.
OPEC은 앞서 지난주말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증산 논의를 하지 않았지만,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석유장관 회담에선 생산 쿼터를 조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고 있습니다.
야마니는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을 지칭하며 "OPEC 안에는 100달러 선을 적정 유가로 보는 나라들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소비국들이 대체 에너지를 강구하고 석유 소비를 줄일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산유국들에도 손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기름값이 200달러 위로 치솟을 것"이라는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발언은 일리가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고 합니다.
야마니는 1962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24년 동안 사우디 석유장관을 지내며 세계 석유시장을 한손에 쥐고 흔들었던 인물입니다. 1973년 중동전쟁 뒤 OPEC을 움직여 유가를 3배 가량 끌어올림으로써 석유소비국들에 충격을 안겼던 장본인이기도 하지요.
인생은 좀 복잡해요. 뉴욕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인텔리로서 국제무대에서 세련된 감각을 과시, `석유를 쥔 외교관'이란 평을 얻었지만 소비국들 입장에선 이 사람 좋게 보였을 리 없겠지요. 1975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희대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일명 `자칼')에게 납치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우디 안에서조차 정치적 부침을 많이 겪은 모양입니다. 파이잘, 칼레드 등 1960∼70년대 사우디 국왕들로부터 막강한 신임을 받았다고 해요. 특히 1975년 암살된 파이잘 국왕은 생전에 야마니를 무쟈게 아꼈다지요.
하지만 1982년 즉위한 파드 국왕에게 미움을 받아 1986년 자리에서 밀려났다고 합니다. 이 시기가, 사우디 왕실이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를 중심으로 '석유 직접 통제'를 강화하던 시기였다는데 야마니하고 뭔가 이빨이 안 맞았던 모양입니다. 암튼 그래서 사실상 그 이후로 사우디에 못 있을 정도로 핍박을 받았다나요. 1990년 `글로벌 에너지연구센터'를 만들어 주로 사우디 밖에서 활동을 했는데, 2005년 파드 국왕이 서거한 뒤에 다시 리야드로 근거를 옮기는 등 곡절을 겪었답니다. 그 잘나가던 야마니에게 이런 사정이 있었는줄은 모르고 있었네요.
최근에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비난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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