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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사람을 위한 팬데믹 연구… ‘위드 코로나’ 지름길

딸기21 2021. 10. 2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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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죽은 역학자들/롭 월러스 지음/구정은·이지선 옮김/너머북스/308쪽/2만 1000원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80%에 근접했고 2차 접종률도 60%를 넘어서면서 다음달 초쯤엔 일상으로의 복귀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얼마 전 백신 접종률 60%를 넘어서면서 감염자 집계 중단과 위중증 환자와 치명률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은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도 속속 ‘위드 코로나’에 동참할 모양새다.

진화생물학자이자 역학자인 롭 월러스의 ‘죽은 역학자들’은 코로나19로 대표되는 역병에 대한 우리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자고 촉구하는 책이다. 그는 단순한 방역이나 백신만으로는 앞으로 계속 밀어닥칠 전염병에 맞설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지역에서만 머물던 바이러스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삼림 파괴와 그 뒤를 떠받치는 거대 농축산업, 즉 ‘애그리비즈니스’로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저자도 그 피해자 중 하나다. 2020년 1월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치료를 받으면서 그해 7월까지 쓴 글과 인터뷰를 묶어 이번 책을 냈다.

역학자임에도 저자는 “역학자가 주로 하는 일은 서커스단 소년이 삽을 들고 코끼리 뒤를 쫓아다니는 식의 사후관리”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야생 지역이 파괴되면 종 대부분이 자취를 감추지만 박쥐, 거위, 천산갑, 쥐 등은 새 환경에 금세 적응한다. 이들을 숙주로 삼던 병원균들은 가축과 인간에게 옮겨온다. 종간 감염이 빈번해지면서 병원체는 더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제 역할을 하는 역학자라면 그 뒤에 숨은 거대 농축산업을 포함한 애그리비즈니스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자연 상태에는 일종의 면역학적 방화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공장형 축산으로 가축을 키우면 그 방화벽이 사라진다. 닭은 대규모 농장에서 키우면 한 마리만 감염돼도 사실상 모든 닭이 감염된다. 숙주는 얼마든 있기 때문에 병원체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는 셈이다.

저자는 기업에 종사하는 가축 전염병 연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팬데믹 연구가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팬데믹과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팬데믹에 맞서려면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일종의 새로운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 균주 하나가 세상에 나왔는데, 그것으로 인해 온 세계가 2년 가까이 마비됐다. 결국 ‘인간성을 산채로 먹어 치우고’ 있는 바이러스를 배태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극복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위드 코로나’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서울신문 기사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