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미·중 기후 대응 이끄는 존 케리와 셰전화

딸기21 2020. 11. 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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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기후변화 특사로 지명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달라진 미국과 중국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기후정상회의 이래로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 애써왔다. 리우 회의의 후속조치로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졌고 2016년 그 후속으로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제가 출범했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은 줄곧 세계 기후변화 대응의 발목을 잡았다. 2000년대 내내 조지 W 부시 정부는 교토의정서 동참을 거부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파리 체제에 참여했으나 미국이 내놓은 감축 목표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못 미쳤다. 뒤이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아예 파리 체제 탈퇴를 선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이를 다시 뒤집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것이며, 친환경 청정에너지 쪽으로 미국 경제를 탈바꿈시켜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바이든 당선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력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측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면서 기후변화를 여러 이슈 중 맨 위에 올렸고,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TF를 맡겼다. 지난 23일(현지시간)에는 케리를 기후변화 특사로 지명했다.

 

샌더스 측에서는 기후변화 TF에 그린뉴딜을 주창해온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을 들여보냈다.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서 파리협약의 산파 역할을 한 거물급 정치인과 민주당 젊은 진보 정치인 그룹의 선두주자가 새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케리를 내세운 것은 이 이슈를 미국이 선도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는 최초의 기후 특사”가 나오게 됐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환경·에너지 정책을 담당해온 어떤 고위급 관료보다도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케리를 ‘기후 차르’라 불렀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에너지광물자원부 앞에서 환경운동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측의 기후변화 대응 플랜은 그동안 나왔던 미국의 방침 중에서는 확실히 돋보인다. 2050년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거나 상쇄해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임기가 끝나는 2025년까지 시간표를 짜서 감축 메커니즘을 굳히고, 청정에너지 연구와 기후변화 대응의 혁신에 투자한다고 했다. 친환경 기업과 지역공동체에 인센티브를 주고, 미국을 ‘회복력이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했다.

 

바이든 캠프가 강조한 개념은 ‘깨끗한 에너지 혁명과 환경 정의’다.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을 비롯해 취약한 이들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뒤집어쓰지 않도록 지원하고, 오염을 일으키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노동자들과 공동체들을 위한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에너지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과학자 단체 ‘우려하는 과학자들(UCSUSA)’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10기가톤을 내뿜은 중국이었다. 미국은 그 절반이 좀 넘는 5.41기가톤을 내보내 2위였다. 이어 인도, 일본, 독일, 이란 순이었다. 한국은 8위이고 사우디와 인도네시아가 뒤를 잇는다. 인구 1명 당 온실가스 배출 순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위이고 2위는 카자흐스탄이다. 이어 호주, 미국, 캐나다 순이다. 한국은 6위로 올라간다. 그 뒤로는 러시아, 일본, 독일, 폴란드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구 전체의 온도가 2100년까지 1.5도 넘게 상승하지 못하도록 묶어둔다는 파리 협약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중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도 많이 쓰지만 석탄 역시 많이 태운다. 세계 석탄 소비량의 절반이 중국에서 쓰인다.

 

개도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목표를 피해온 중국도 최근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의 초고속 성장에서 5~6%대 ‘안정적인 성장’으로 경제 발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중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역시 둔화되는 추세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탄소배출은 2013년 이후로 매년 2% 이하로 증가했다. 2000년대에 8% 넘게 매년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중국이 해마다 추가로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은 크게 줄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2021~2025년의 14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는 전국 단위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만드는 방안이 들어 있다. 유럽의 경우 경제가 침체되고 청정에너지로 이동해가면서 이 시장이 유명무실해졌지만 중국은 다르다. 2013년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 선전, 광둥, 후베이에 탄소배출권 시장을 시범적으로 만들었다. 20개 산업분야에서 약 3000개 기업이 이 시장에 참여해 4억톤 분량의 탄소배출권을 거래했다. 금액으로 보면 90억 위안, 1조5200억원 어치였다. 기후변화 관련 채권 발행량도 늘고 있다.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2030년쯤 최대치에 이른 뒤 차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60년 탄소중립을 실현한다고 했으니 유럽이 목표로 삼은 2030년보다는 30년, 미국보다는 10년 느리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그린뉴딜을 발표하면서 목표를 언급하지 않았다. 비판이 쏟아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미국과 같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중국의 경우 목표 연도가 40년이나 남았지만 경제규모와 발전 속도를 봤을 때 이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에너지 생산, 중공업 중심의 산업구조, 건물과 수송과 농업 등 모든 분야를 재편하는 데에 5조5000억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셰전화 전 환경보호총국장이 2018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글로벌기후행동정상회의(Global Climate Action Summit)

 

중국 기후변화 대책의 틀을 만드는 주축은 칭화대의 환경학자들이다. 칭화대 최연소 총장을 지낸 환경공학자 천지닝(陳吉寧)은 2017년 베이징 시장으로 발탁돼 대기오염 대책을 주도하고 있다. 칭화대 환경공학 연구팀은 시 주석의 유엔 선언 이전에 1년 동안 2060년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단계별 정책 구상들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특히 그 중에서도 칭화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환경보호총국장을 지낸 셰전화(解振華)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핵심 인물로 꼽으며 “조용히 기후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베테랑 공산당 관료”라 칭했다.

 

2005년 지린(吉林)성 화학공장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나 환경보호총국장에서 물러났으나 정책 입안자이자 ‘기후 외교관’으로서 그의 위상은 그후 오히려 높아졌다. 2009~2012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중국을 대표했으며, 특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회의에서는 개도국들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선진국들의 위선을 맹렬히 비판해 시선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학자들과 관료들을 움직여 저탄소 경제의 기본틀을 만들었고, 시 주석이 탄소중립 목표를 세계에 제시하게 했다. 중국은 국제적 책임을 말하면서도 탄소중립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렸는데 셰전화가 그 틈을 메웠다고 블룸버그는 평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자료를 보면 세계의 석유 수요는 2018년 327억 배럴에 이르렀으나 이듬해에는 다소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더 크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유럽을 비롯해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에너지원의 비중을 늘리는 나라들이 많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도가 기후위기를 막아낼 정도로 빨라질 수 있느냐다.

 

중국을 재촉하고 인도 등 신흥국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앞장서겠다고 선언했으나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시사주간 타임은 “바이든은 미국이 기후 문제를 이끌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세계 지도자들의 신뢰부터 다시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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