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사스키아 사센, '세계경제와 도시'

딸기21 2018. 8. 28. 17:25
728x90

세계경제와 도시 Cities in a World Economy

사스키아 사센, 남기범 등 4명 옮김. 푸른길



내용이 좋은데 번역이 정말 나빠서 읽으면서 화가 많이 났던 책. 여러 사람이 번역했는데, 특정 챕터들이 특히 엉망이었다.

내용은 재미있다. 눈길을 끄는 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사스키아 사센이라는 사람.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고 두 권을 찾아 읽었다. <축출 자본주의>는 비교적 최근 것이고, '사스키아 사센의 세계경제와 도시'라며 저자 이름을 타이틀에까지 집어넣어 번역돼 나온 이 책은 2012년 것이다. 사센에게 명성을 안겨 준 도시 책(The Global City)은 못 읽고 이 책을 골랐는데 명성이 괜한 게 아니지 싶다.


재미난 것은 사센이라는 사람.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947년 태어났는데, 부모가 이듬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곧 이주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사센은 '아르헨티나 출신 학자'로 통한다. 그런데 아버지 빌렘 사센은 나치 부역자였다. 나치 SS에 자원해 활동했고, 선동에 매진하던 '나치 저널리스트'였다고. 유럽 나치 잔당들이나 부역자들이 남미로 많이 이주해갔고, 사센의 아버지도 그런 케이스였던 것이다.


빌렘 사센은 그냥 부역자 정도가 아니라, 그 유명한 아돌프 아이히만과 가까웠다고 함. "어릴 적에 일요일이면 자기 집에 아이히만이 찾아왔다"고 뒤에 사스키아 사센이 직접 털어놨다.  잘 알려진 대로 아이히만은 유대인 '박멸'을 목적으로 한 이른바 '최종해법'의 실무 책임자였고, 아르헨티나로 도망가 숨어 살다가 이스라엘 모사드에 들켜서 압송됐다. 결국 1962년 이스라엘에서 처형됐다.


아이히만과 친했던 아버지, 도망친 나치 부역자의 딸로 자란 어린 시절. 그 딸은 훗날 지구적인 불평등에 대해 글을 쓰는 저명한 학자가 됐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서는 Saskia Sassen's Missing Chapter 이라는 글에 잘 나와 있다.


아무튼 사센은 어릴 적 이탈리아에서도 지낸 적 있고, 5개국어를 하는 지식인이 됐다고 함. 남편 리처드 세넷은 국내에도 저서 여러 권이 번역된 학자다. 찾아보는 김에 세넷의 책도 알라딘 장바구니에 쓰윽.



국제경제체제와 세계경제는 수 세기 동안 계속 유지되어 왔으나, 오늘날의 상황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독특하다. 첫째, 정부의 역할이 과거의, 국제 무역 시절과는 달리 크게 약화되어 경제활동의 초국적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수출자유지역, 역외금융센터, 그리고 새로운 범세계적 금융시장 등이 있다. 둘째로 이러한경제활동의 초국적 공간은 국가 영토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권국가의 지배를 받고 있다. 국가 영토 내에 있는초국적 공간의 입지가 바로 세계경제의 현 단계를 정의해 주고 있는 것이다. (10-11쪽)


프랑스 파리는 1980년대보다 선진 경제 부문과 부의 집중이 훨씬 더 심해졌다. 반면에 마르세유는 한때 경제의 중심지였으나 프랑스 경제에서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여섯 개 금융도시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독일의 강한 분산 위주의 정치 조직을 고려한다면 금융 중심지의 성장성은 유사하게 나타나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한 국가의 수도가 핵심 경제 기능과 권한을 잃어버리고 한때 집중되었던 조정 기능, 시장의 역할, 생산 과정을 같은 나라에 있는 새로운 세계도시에 넘겨 주는 사례도 있다. 브리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과거에는 수도로서 핵심적인 도시였으며 현재의 수도인 브라질리아와 함께 강력한 중심축을 형성했으나, 상파울루에 비즈니스와 금융 중심지의 기능을 넘겨주었다. 

이러한 경제적 역동성은 사회·문화적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외국 이민자나 지방 이주자들은 새로운 전문가 계층의 가정에서 보모나 청소부 등으로 노동력을 제공한다. 이주 노동자들의 생활양식은 도시의 삶에 새로운 문화관습을 제공하고, 이전의 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노조를 조직하기도 한다. 나아가 이 새로운 경제적 역동성은 종종 저소득층 주택과 이윤이 낮은 기업을 몰아내고, 고급주택과 오피스지구를 확장하는 등 도시 공간에 뚜렷하고 가시적인 영향을 준다. (28쪽)


금융 산업과 고차 특화 서비스의 급속한 성장은 고차 기술전문직과 관리직만이 아니라, 저임금의 비숙련 노동력도 창출한다. 이것이 도시, 특히 세계도시에서 볼 수 있는 불균형의 한 유형이다. 이는 남부와 북부 모두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빈곤층의 문제를 도외시한 기존의 지구를 남부와 북부로 나누는 이분법(North-South divide)을 넘어서는새로운 문제 제기이다. (29쪽)



국제 금융과 서비스의 태동이 규제완화 체제(deregulation regime)를 동반하는 새로운 유형의 세계경제를 창출해냈다. 이 새로운 체제의 결과가 초국적기업이 세계경제의 조직과 거버넌스에 더욱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오래된 금융거래 시스템이 급속히 확장되어 제도적 틀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개도국으로의 해외직접투자만이 아니라 간접투자를 통해 금융 흐름의 원천으로 등장했다. 1982년의 금융위기로 인해 기존 은행은 개도국에 대한 대출을 급속히 삭감했으며 1980년대 동안 개도국에서 금융자원이 빠르게 이탈했다. 좋든 나쁘든 초국적기업과 새로운 유형의 글로벌 금융기업과 유가증권시장들이 전면으로 부상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글로벌 경제의 전략적 조직자가 되었다. (50-51쪽)



경제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새로운 유형의 장소에는 네 가지가 있다. 수출자유지역, 역외금융센터, 첨단산업지구, 세계도시가 그것이다.

수출자유지역의 논리는 기업의 생산 과정에서 노동집약적인 단계에 저임금 노동력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수출자유지역은 1980년대에 시작된 생산의 국제화의 핵심 메커니즘이었다. 수출자유지역과 함께 1990년대에 상대적으로 약하게 확산된 제도가 아웃소싱이다. (58-59쪽)


세계도시는 글로벌 경제활동의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고차 서비스 활동과 텔레커뮤니케이션 시설이 집중된 장소로서 다국적기업의 본사가 집적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국제투자와 무역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의 주요 대도시에 금융과 서비스 활동이 필요하게 되었다. 정부의 역할은 점점 약화되고, 세계경제 운영에 전문화된 서비스 기업과 세계시장이 조직화와 조정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경제활동이 분산돼 도시가 더이상 쓸모없는 곳이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관리·통제 기능이 도시에 집중돼 역할이 증대되었다. 나아가 도시는 후기산업사회의 선도산업인 금융과 전문화된 서비스업의 생산장소이며, 기업과 정부가 금융상품과 전문화된 서비스 활동을 구매할 수 있는 초국적 시장 역할을 한다. 세계화의 진행으로 계속되는 경제활동의 내국적, 국제적 분산은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집중양상으로 나타난다. 

금융산업의 세계적 통합은 두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982년 제3세계의 부채위기까지는 금융거래의 질과 양에서 대규모 초국적 은행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1982년 이후에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관이 혁신을 통해 급성장하여 금융시장의 국제화를 선도하고 있다. (61쪽)


역외금융센터는 세계적인 금융자본의 순환에 중요한 지역이다. 한 유형으로는 민간이 정부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만든 국제 조세피난처를 들 수 있다. 역외금융센터가 본격 등장한 시기는 1970년대다. 유럽과 일본에서 전후 건축 붐이 일어나는 등의 요인으로 경제의 국제화와 선진국 정부의 규제가 심화되던 때다. 

1980년대에는 대규모 금융시장 규제가 완화되고 선진국 대도시 지역에 국제자유금융지구가 설립됐다. 1960년대 시작돼 계속 성장한 런던의 유로마켓과 1981년 시작된 미국의 국제은행을 들 수 있다. 도쿄에서는 1986년에 아시아 달러시장의 거래를 허용했다. 

금융에 있어서 '역외(offshore)'란 반드시 해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용어가 기본적으로 지칭하는 것은 특정 규제에서 벗어난 기업과 시장이 활동하는 장소를 말한다. (63-65쪽)



종주형 도시체계란 국가 도시체계에서 1위 도시가 인구, 고용, 소득 등에서 월등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07~2008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32.4%를 차지했으며 국내총생산의 63.3%를 유지했다. 

뉴욕은 세계 20위 정도의 대도시이지만 미국의 도시체계가 다극화돼 있어 종주도시라고 할 수 없다. 베이징이나 뭄바이도 유사하다. 종주도시화 현상은 개도국에서 가장 현저하지만 개도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도쿄와 런던은 선진국의 대표적인 종주도시들이다. (87-88쪽)


라고스는 2000년에야 세계 30대 도시 명단에 등지됐다. 2025년에는 라고스가 세계 1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킨샤사는 2010년 이래로 글로벌 메가시티 명단에 올랐다. 앙골라의 루안다는 2025년에 인구가 800만명, 하르툼도 약 800만명, 나이로비는 6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지리아는 400만명 이상 도시가 남서부이바단과 북부 카노 등을 포함해 여러 개 있다. (90-91쪽)



세계화의 과정이 이식된 결과 나타난 세 가지 유형의 장소는 공업지역, 관광지구, 대규모 비즈니스와 금융중심지 등이다. 이 지역을 벗어나면 이러한 성장의 역동성에서 더욱더 비껴나고 있는, 생산의 긴 가치사슬의 가장 끝부분인 저이윤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광활한 도시, 타운, 마을들이 있다. 

자본의 접합이나 분리의 문제는 단순한 도시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작은 마을의 노동자들을 세계시장에 연결하고 있는 긴 하청의 사슬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새롭게 등장한 초국적 경제체제가 어떻게 접합되고, 어떻게 저개발국의 특정 지역을 선진국 시장 및 지역과 연계시키는가의 문제이다. 세계화 과정의 이식은 도시 간의 분리와 도시 내에서 세계경제와 접합된 경제부문과 접합되지 않은 부문 간의 분리를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도시 규모로 도시 계층을 분석하는 고전적인 방법론으로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도시 간 불균등 현상이다. (95-96쪽)



동유럽의 이민 증가는 이주 흐름의 결과라기보다는 정치적 재편의 결과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키예프, 트빌리시 등에는 '해외 출생' 거주자들이 상당히 많다. 소련의 붕괴로 구소련 시민들은 새로운 공화국에서 '해외 출생' 거주자로 재분류됐다. 

이민자 우대 정책을 펼치는 국가들은 지난 세기 동안 급속한 이민 증가를 경험했다. 예를 들어 페르시아만 지역 도시들은 임시 거주 노동자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북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했다.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 가나의 아크라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 재정이 건전한 사하라 이남 국가들과 남아공은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이민 증가 경향은 같은 범주에 속하는 아시아 도시와는 양태가 다르다.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이민자 증가가 뚜렷했지만 아시아 도시에서는 외국인 비중이 상당히 낮다. 예를 들어 서울 인구의 1% 정도만이 해외 출생 거주자이다. 영주권과 시민권의 제한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도시와 세계도시들이 연결하는 국제적인 전략 공간들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화된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디아스포라 집단들을 가로지르는 거래 관계를 증폭시키고, 고국과의 연계만 발달한 전통적인 방사형 패턴의 네트워크를 약화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강한 국수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보다는 디아스포라 집단의 네트워크를 세계시민 도시 발전을 위한 하부구조로 포함할 수 있는 가능성에 열려 있다. (115-117쪽)


이민은 새로운 초국가적 정치경제학이 형성되는 거대한 과정이다. 비록 세계경제의 주류로서 인정받거나 대표성을 가지지는 않지만, 오늘날 세계화가 이뤄지는 과정이다. 이민은 대규모의 인구학적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즉 많은 도시 지역에서 여성, 소수자, 이민자들 수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이민 특성은 첫째, 기존의 이민 본국만을 지향하던 경향성을 벗어나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초국가화된 디아스포라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둘째, 이민자의 모국이든 이민국이든지 간에 이민의 쟁점이 되는 정치적 지향이 국가 단위의 지향성에서 도시 단위로 수렴하게 될 것이다. 고차 전문직의 디아스포라 집단들은 역동성이 크므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글로벌 기업자본과 주변화되고 취약한 계층, 이 두 유형의 행위주체자들은 모두 세계도시를 경제·정치적 운영의 전략적 장소로 활용한다. 기업자본의 선도 부문은 조직과 운영에서 이미 세계화됐다. 취약 계층은 대부분 여성, 이민자, 유색인종들이다. 이들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상실하고 있다. 

초점을 도시에 두면 전통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행위 주체자들의 새로운 정치학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세계도시의 초국적 네트워크는 장소의 세계 정치의 새로운 패턴이 형성되고 있는 공간이다. 이는 다중의 종적·횡적 커뮤니케이션, 협력, 연대, 지원을 하는 실행 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다. (120-121쪽)



도시 간 경쟁은 존재하지만 경쟁의 정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약하다. 글로벌 기업은 하나가 아니라 많은 세계도시를 원한다. 기업은 도시의 특화된 차별성을 토대로 번창하며, 그 차별성이 해당 도시에게 글로벌 경쟁력을 부여한다. 이는 세계화가 경제를 동질화한다는 일반적인 견해와 상반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며, 쉽게 인식되지 않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결국 세계화는 경영, 회계, 최첨단 사무지구 등을 위한 표준을 동질화시키지만 또한 다양하고 특화된 경제적 역량을 요구하는 것이다. (147쪽)


우리는 대도시에서 새로운 생산자 서비스 복합단지의 형성을 목격하고 있다. 첫번째 과정은 경제활동에 있어 세계화의 급격한 증대와 그에 따른 국제 거래의 규모와 복잡성의 증대이며, 이는 또한 최고 수준의 다국적기업 본사의 기능과 첨단 기업 서비스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두번째 과정은 모든 사업조직 내에서 서비스의 필요성이 강화된 것이다. 도시는 기업을 위한 서비스 생산의 주요 현장이다. (157쪽)


생산자 서비스의 증가는 오늘날 선도적인 도시 경제에서, 그리고 정도는 덜 하지만 국가경제에서 성장의 중심요소이다. 생산자 서비스에는 금융, 법률, 일반 경영 문제, 혁신, 개발, 디자인, 관리, 인사, 생산기술, 유지, 운송 통신, 도매 물류, 광고, 청소, 보안 및 저장 등이 포함된다. 생산자 서비스 범주의 중심 요소는 복합적인 비즈니스와 소비자 시장을 가진 광범위한 산업들인데 보험, 은행, 금융서비스, 부동산, 법률서비스, 회계, 전문직 협회 등이 이에 해당된다. (160쪽)


도시는 집적 경제와 고도로 혁신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일부 고급 기업서비스는 기업 내부에서 생산되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은 특화된 서비스 기업으로 아웃소싱된다. 서비스 생산은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기업에 의해 이루어진다.
회계기업은 멀리 떨어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러한 서비스의 생산은 변호사에서 프로그래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가에 대한 근접성에 의존한다. 더욱이 거대한 도시 센터가 제공할 수 있는 어메니티와 생활양식을 중시하는, 새로운 고숙련 일자리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갖는 수요와 기대는 도시로의 집중을 발생시킨다. 핵심은 모든 거래의 가속화인데, 이런 부문에서 속도는 변호사, 회계사, 금융가 사이의 경졍력에뿐 아니라 재능 있고 경험 많은 전문직 간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지식에도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이러한 결합은 모든 주요 도시에서 생산자 서비스 복합지구의 형성을 촉진해 왔다. (169-170쪽)


특히 글로벌 활동 주체가 갖는 불완전한 지식 문제를 다루기 위해 도시는 다양한 네트워크, 정보 중심지구, 세계 각지로부터 온 전문가 등이 특정한 유형의 지식 자본을 생산하는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 저자는 이것을 '도시 지식자본'으로 지칭한다. 개별 세계도시는 도시 지식자본이 창출되는 현장이며, 대부분 도시별로 특화된 자본이 만들어진다. (178쪽)


이전에는 고도의 숙련된 장인들을 필요로 했던 특정 작업을 지금은 CAD와 교정(calibration)을 통해 수행할 수 있다. 과거에는 단일 서비스 소매업체에서 통합하여 수행하던 활동들을 지금은 서비스 전달업체(outlet)와 중앙본부로 구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때 대량생산으로 표준화된 많은 작업들이 오늘날에는 점점 주문제작, 유연적 전문화, 하청 네트워크, 그리고 때로는 노동착취공장과 가내공업까지 포함한 비공식화 등으로 특징지어지고 있다. 주요 대도시에서 분명하게 나타나는 일자리 공급에서의 변화는 새로운 부문의 작용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문과 기존 부문 내 작업 재조직화의 작용이기도 하다. (288쪽)


고도로 발전한 선진국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경험 연구에서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와 낮은 교육·임금수준의 신규·기존 일자리 공급을 보여준다. 세계도시 내 선도적 부문들의 일상 작업과 관련한 일자리의 상당부분은 저임금의 육체노동으로, 주로 여성 이민자들이 수행한다. 이들은 국제금융 같은 선진적인 형태의 세계경제가 작동하는 데 기반이 되는 일자리의 일부이다. 게다가 전문직 종사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가사노동자 특히 가정부와 보모 등에 대한 수요를 만들었다. (291-292쪽)


고용관계를 조직하는 데 기업의 역할이 약화된 것과 관련해 많은 형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수직적으로 통합된 기업의 영향력이 축소된 것, 많은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고도로 전문화된 고학력 노동자에 대한 수요와 동시에 사무원, 서비스, 산업서비스 혹은 생산직 같은 미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로 양극화된 노동수요의 재구조화라는 두 가지 현상과 부합한다. 

특히 대도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가계 소비패턴의 재구성은 대규모 표준화된 설비에서 보편적이었던 것과는 다른 작업 조직을 가져왔다. 고소득층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종종 대량생산되지 않거나 대형 할인매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맞춤형 생산, 소량생산, 특산품, 맛있는 멋진 요리 등은 일반적으로 노동 집약적인 방식을 통해 생산되며 소규모 전문 매장에서 판매된다. 생산의 일부는 저비용 업체나 열악한 노동착취 공장 혹은 가내 수공업을 통해 이뤄진다. (302쪽)


도시 제조업이라 일컬어지는 것이 모든 경제에서 핵심 부문으로 남아 있다. 뉴욕같은 도시에서 제조업은 의류생산에서부터 건축가, 가구 디자이너, 그리고 다른 디자인 산업을 위한 목공예와 금속공예에까지 이른다. 저자는 다음같은 유형을 도시 제조업이라 규정한다. 1)서비스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업 2)수요가 입지하고 있거나 생산과정이 공급자 및 하청업자와 긴밀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 그리고 좀 더 빠른 회전율과 더 상세한 컨설팅, 그리고 고객들을 살피기 위해서 도시 입지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 (303쪽)


고소득층의 성장은 생산과 소비상품 및 서비스 전달 조직의 변화에 기여했다. 많은 셀프서비스 수퍼마켓과 백화점을 대체한 델리카트슨과 전문부티크 뒤에는 대규모화된 표준 설비를 기반으로 한 일반 작업조직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작업 조직이 자리잡고 있다. 고소득층 도심회귀는 종종 대량생산되지 않거나 대형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를 창출한다. 저비용 기업과 노동착취공장 또는 가구한테 이런 생산의 일부를 하도급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리고 맞춤형 생산자들의 틈새시장은 노조화하기가 쉽지 않다. 

저소득층의 소비욕구도 소규모, 가족노동에 의존하는, 그리고 종종 최저 안전망과 건강기준 이하의 제조업과 소매점에 의해 충족된다. 지하실에서 제작하는 저렴한 가구에서부터 불법택시와 가족 데이케어에 이르기까지 점점 다양해지는 생산품과 서비스는 늘어나는 저소득층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이용된다. 

극단적으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생산 확대가 세계적 슬럼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규모 슬럼 지역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저소득층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비공식 경제가 커지고 있다. (318-319쪽)


지배적인 관점에서는 가정부와 보모의 이주는 세계도시와 거의 관계가 없다. 단지 여성들이 그 일을 하기 위해 도시에 가기로 결정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주는 시스템 내에서 이루어지며, 그것이 발생한 더 큰 시스템의 특징을 반영한다.

세계화가 가져온 상황과 역동성이 기존 이주 흐름을 바꾸거나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세계화가 국가적 또는 지역적으로 이뤄지던 기존 과정을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지도록 만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것이 새로운 상황과 역동성을 창출하는지 하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또한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정부, 보모, 간호사, 성매매 종사자 등의 인신매매와 세계적 이주가 그것이다. 

... 이주 및 인신매매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이 네트워크는 더 큰 경제적 제약과 기회에 대응해 가고 있다. 여기에는 저개발국의 전통적 경제 파괴도 포함되는데, IMF와 세계은행의 재구조화 프로그램이 전통적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그 영향은 급격하게 늘어난 고소득층과 새로 등장한 소비공간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력 수요로 더욱 강화되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성들의 세계적 이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여성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하나는 세계도시이며, 다른 하나는 저개발국에서 심화되는 빈곤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 등장한 일련의 '생존 회로'다. 

'주부'가 없는 전문직 가정이라 묘사되는 가구형태는 ...결국 전 세계 모든 세계도시에 소위 '시중 계급(serving classes)'의 귀환을 가져왔는데, 이들은 대부분 이민자와 이민여성들, 그리고 소수의 일반 시민들로 구성돼 있다. 두번째 부문에서는 1990년대 이후 여성들의 착취에 기반한 새로운 내지는 갱신된 생존 회로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저임금 일자리와 성산업을 위해 인신매매된 노동자와, 고국으로 번 돈을 송금하는 이주 노동자 여성들이다. (328-329쪽)


이러한 유형의 직종, 노동자, 기업들은 지금가지 경제의 '중심'에 있어보지 못하였고, 1980년대에 시작된 다양한 재구조화 과정에서 경제의 중심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관점을 확대해 보면 경제의 중심에는 있지만 중심을 구성하는 명세서에서 누락된 노동력의 단면들도 볼 수 있다. 경제의 세계화는 다양한 경제와 노동 문화를 포함하는 과정인 것이다. 대도시들은 세계화 과정이 구체적으로 현지화돼 나타나는 장소이다. 

(1) 경제의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도시는 점차 세계 자본을 위한 전략적 장소가 되고 세계 자본은 이 도시에 대해 점점 더 권리를 주장하게 된다. (2) 주변화된 사회적 약자들도 그 도시를 대표하게 되면서 마찬가지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 두 현상 간의 괴리가 커질수록 공존 양상은 더욱 주목받게 된다. 주변부는 취약한 경제·정치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화와 정체성의 정치를 통해 존재감을 점차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401-4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