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대통령이 우리 애를 데려다줬어요!” 아이슬란드에서 생긴 일

딸기21 2017. 4. 14.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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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사는 쇨비 레이르 마그누손과 트리스탄 마리 엘마르손은 13살 동갑내기 소년들이다. 두 아이는 함께 아이슬란드 시내에 있는 수영장에 다니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트리스탄의 엄마가 시내에 있는 라우가르다이슬라그 공공 수영장에 두 아이를 데리러 가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엄마가 조금 늦은 사이에, 트리스탄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통령 차를 얻어타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아이가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귀드니 요한네손 대통령(48)이 마침 수영장 앞을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집에 데려다줄 수 없느냐”고 물었고, 대통령은 “전혀 문제 없다”며 태워다준 것이었다. 그날 요한네손 대통령은 이 수영장에서 열린 수영대회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했던 참이었다.


요한네손 대통령(가운데)과 쇨비, 트리스탄. 쇨비의 아빠 마그누스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다. _마그누스 레이르 페이스북


트리스탄의 엄마 라켈 오스크는 페이스북에 이 얘기를 올렸다. “내 아들 트리스탄 마리는 아주 수다스럽고, 수줍음이 없다. 15분 전에 내게 전화를 해왔는데, 귀드니 대통령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트리스탄은 엄마에게 “엄마는 이모네 이사를 돕는 일로 바쁘니 오실 필요 없어요. 내가 대통령께 태워달라고 부탁했어요. 대통령 차를 타고 집에 갈 거예요”라고 말했다. 라켈은 대통령 차를 타게 된 두 아이가 완전히 신이 났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나라가 아이슬란드 말고 지구상에 또 어디 있으며, 귀드니 대통령 아니면 누가 이런 일을 할까. 대단해요!”라고 썼다.


두 아이는 대통령과 함께 셀카 동영상도 찍었고, 쇨비의 아빠 마그누스가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다. 친절한 대통령의 에피소드는 큰 화제가 됐다고 아이슬란드모니터 등은 소개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여가생활에서 수영은 빼놓을 수 없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최고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레이캬비크 시장을 지낸 욘 그나르는 <새로운 정치 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라는 책에서 “아이슬란드를 알고 싶다면 수영장으로 가야 한다. 내가 보기에 수영장이야말로 우리를 한 나라의 국민으로 뭉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장소이다. 밖에서라면 사람들의 차림새와 외양으로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슬랜드 온탕에서라면 그런 것은 잊어도 좋다”라고 익살스럽게 표현하기도 했다.



요한네손 대통령은 아이슬란드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던 학자 출신이다. 지난해 8월 아이슬란드 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기도 하다. 내각책임제인 아이슬란드에서 임기 4년의 대통령은 연임 제한이 없다. 행정수반인 총리가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은 작다. 


하지만 요한네손은 취임하자마자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위기상황을 맞았다. 그 해 10월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다수당이 되지 못해 복잡한 연립정권 구성 협상을 해야 했고, 이 협상을 중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요한네손은 여러 정당들을 설득해 결국 정부구성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2월 요한네손의 지지율은 무려 97%를 기록했다. 최연소 대통령이자 지지율 최고라는 두 가지 기록을 세운 셈이다. 독재국가나의 왜곡된 여론조사가 아니고서야, 정치인의 97% 지지율은 상상하기 힘든 수치다.


하지만 집권 9개월째인 요한네손에게 시련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 2월 그는 피자의 토핑 때문에 ‘귀여운 구설수’에 올랐다. 피자에 파인애플 토핑을 얹는 것을 “법으로 금지시키고 싶다”고 했던 것이다. 한 고등학교를 방문한 그에게 어느 학생이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요한네손은 “금지법안을 만들 수가 없어서 못할 뿐, 파인애플 토핑을 금지해버리고 싶다”고 했다. 피자 애호가들, 파인애플 애호가들의 항의를 받은 요한네손은 뒤에 “파인애플이나 피자가 싫다는 게 아니라, 피자에 올라간 파인애플이 싫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트리스탄의 엄마는 대통령이 우연히 만난 아이들을 직접 집에 데려다주는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지만, 일반적인 ‘국가’는 아니더라도 트리스탄과 쇨비처럼 운 좋은 아이들은 있었다. 


2014년 4월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프모빌’이라 불리는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 때 단체 여행을 온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교황은 당시 11살이던 동갑내기 두 소년 리비오 바스티아넬리와 다비데 마리아 비앙키를 차에 태우고 광장을 돌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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