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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협상' 갈길 먼 이란, 이라크 개입은 제한적일 듯

딸기21 2014. 6. 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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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반군에 밀려 궁지에 몰린 이라크의 누리 알말리키 정부는 시아파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고,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미국이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 알말리키 정부가 도움을 청할 곳은 이란 뿐이다. 미국 도움으로 출범한 이라크 정부를 이란이 지켜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란이 과연 어느 정도나 개입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란 PRESS TV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4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이라크 정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으나, 이란 군인들을 투입해 분쟁에 개입할 의사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못박았다. 전날 영국 BBC방송은 이란 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대원 130여명이 국경을 넘어 이라크에 들어가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로하니는 이를 부인하며 “이라크 정부로부터 (파병) 요청을 받은 바 없고, 이라크에 들어간 우리 병사는 없다”고 말했다고 프레스TV가 보도했다. 마르지에 아프캄 이란 외교부 대변인도 “외국의 이라크 군사개입에 반대한다”며 이란군 투입설을 부인했다.

 

이란은 1980년대 사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와 8년간 전쟁을 치른 앙숙이지만 2006년 이라크에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알말리키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이라크의 시아파 고위 성직자들은 후세인의 탄압을 피해 이란에 망명했다가 미군 점령 뒤 귀국한 사람들이다. 


이란은 이라크가 안정되길 바라며, 이를 위해 이라크 현 정부를 도울 뜻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이 군사개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해 온건파 정권이 들어선 뒤 이란은 서방과의 핵협상과 경제제재 해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독일 핵협상 대표가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 최고종교지도자의 측근을 만났다. 이란은 16일부터 20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서방과 핵협상을 재개한다.

 

로하니는 14일 회견에서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협력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빈 핵협상 때 이란과 이라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일각에선 미국이 지상군을 이라크에 보내지 않는 대신 이란군이 이라크에 들어가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런 군사적 역할분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핵협상으로 국제사회 복귀를 꿈꾸는 이란은 이라크 문제에 힘을 분산시킬 여력이 없다. 오랜 제재로 병력유지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또 이라크를 안정화한다는 데에는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만, 시리아 문제는 다르다. 미국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자 하는 반면, 이란은 아사드를 지원하고 있다. 이라크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협력은 원칙적이고 제한적인 것이 될 공산이 크다.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 정부를 지원하더라도 미국이 용인하는 한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란 보수파를 대표하는 혁명수비대가 로하니 정권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라크 문제에 끼어들려 할 가능성이 완전히 없지는 않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개입 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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