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배, 그리고 의무와 수치.’
미국 뉴욕타임스가 사설에서 한국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선장과 당국의 대응 등을 비판했다. 23일자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에 실린 사설은 “한국의 페리선 세월호가 왜 가라앉았는지를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우리는 선장이 수백명의 학생들이 절망적으로 분투하도록 남겨둔 채 배에서 걸어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신문은 최후까지 남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은 선장의 임무이자 오랜 전통임에도 이번 사고에서는 그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16~17세의 학생들 수백명이 고통스러운 싸움을 하는 사이 승무원들은 3분의 2가 대피해 목숨을 건졌음을 지적했다.
신문은 “왜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선실에 남아 있으라고 했는가? 왜 그토록 재난 대비가 부족했는가? 왜 정부는 고통에 빠진 부모들에게 응답하는 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과 함께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복종의 대가로 목숨을 지불했다”
로이터통신은 “세월호 재앙을 처음 알린 것은 겁에 질린 한 소년이었다”면서 학생들 대다수가 객실에서 기다리라는 방송을 따랐다가 희생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학생들은 연장자의 지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는데, 위계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그것이 관행”이라며 “그들은 복종의 대가로 목숨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어판에 22일 “박 대통령, 세월호 승무원에 이미 유죄판결?”이라는 제목으로 앨러스테어 게일 기자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신문 블로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행위가 “살인과도 같다”고 규정한 점을 언급하며 “국민적 공분에 편승한 듯 보이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관측통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재판에서 승무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전문가 에이단 포스터-카터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승무원들을 살인자라 규정함으로써 이미 판결을 내린 거나 다름없다.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인가?”라고 논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위기 때 정부가 삼류라면 경제가 일류인 것은 의미가 없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2일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의 안전 불감증을 짚었다. 사설은 “(한국 사회가) 효율과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방심과 자만을 하지는 않았는가, 성장과 경쟁의 논리 때문에 안전대책을 뒷전으로 미루는 풍조는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유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도 21일 칼럼에서 “세월호의 비극은 한국 정치·기업 문화의 사각지대를 돌아보라는 경종”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정부기관이 삼류로 드러난다면 경제가 일류인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성장이 한국인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느냐”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입에 올리는 안전, 원칙, 책임 같은 그럴 듯한 말들이 이번 위기에서는 모두 대단히 부족했던 것같다”고 썼다.
한편 프랑스 TV방송 3채널이 세월호에서 인양된 시신의 모습을 지난 20일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동영상 속 시신은 운동복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이며, 옷 밖으로 손발이 나와 있다. 국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시신의 모습이 외국 언론에 공개되자 국내 누리꾼들은 “물속에 나흘간 있었다고 보기에는 깨끗한 모습”이라며 당국의 늑장대응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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