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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협상파트너 된 아사드, 시리아 화학무기 공방 최대 승자

딸기21 2013. 9. 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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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내전, 민주화 대신 화학무기 제거로… 반정부 진영 위축·체제 강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로 전환점을 맞았다.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의 해결사로 떠올라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했고, 미국은 원치 않는 전쟁을 피하면서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군사공격으로 가지 않은 것에 모두가 박수를 치지만, 최대 수혜자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드 독재에 맞선 민주화 시위로 시작된 내전에서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나, 지난달 21일의 화학무기 공격 이후 모든 관심은 아사드가 가진 화학무기에 쏠렸다. 미국은 ‘레드라인’에 발목을 잡혀 갈팡질팡했고, 아사드를 국제적 협상 파트너로 오히려 승격시켰다.

내전을 끝내 더 이상의 참사를 막는 일, 시리아 민주화를 돕는 일, 극단 이슬람조직의 잔혹행위와 분쟁 확산을 막고 역내 안정을 이끌어내는 일은 ‘화학무기’에 밀려 사라졌다. 한 달 가까운 논의 속에서 미국과 러시아와 아사드 모두 ‘승자’가 된 반면 내전 고통에 시달리는 시리아 국민들만 패자가 됐다. 

서방과 시리아 주변국들은 모두 아사드를 비난하지만, 극단세력이 뒤섞인 반정부 진영이 시리아를 장악하는 것 또한 원치 않고 있다. 복잡한 손익계산 속에서, 화학무기 제거라는 명분으로 아사드 정권을 연장시켜주는 데에 미·러가 의견을 모은 셈이다. 중동전문가 플린트 레버렛은 USA투데이에 “국제 협상이 반정부 진영을 위축시키고 아사드 정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드는 2년 반 넘게 이어진 내전 속에서도 건재를 과시하며 ‘홍보’를 톡톡히 했다. 미·러 언론과 연달아 인터뷰를 하면서 미국의 대테러전 실패를 비난하고 반정부 진영에 살상의 책임을 떠넘겼다. 

무엇보다 아사드는 시간벌기에 성공했다. 미·러는 시리아의 모든 화학무기를 내년 상반기까지 제거하기로 했지만 아무리 절차를 빨리 밟는다 한들 화학무기의 실태를 파악하고 해체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린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2003년 핵 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의 면죄부를 받은 뒤 8년을 버텼고,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은 유엔의 무기사찰 국면을 10년 넘게 끌고 갔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지난 12일부터 무기를 건네면서 반정부군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의 무기 지원은 아사드 측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전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미 국방부 정보국(DIA) 출신 분석가 제프리 화이트는 미·러 합의에 대해 “화학무기만 쓰지 않으면 아사드가 원하는 대로 반정부군과 싸워도 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반정부군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반정부군 지도자 카심 사데딘은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는 거부할 것이며, (국제)사찰단이 시리아에 들어와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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