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아웅산 수지, 버마를 어디로 이끌까

딸기21 2010. 11. 1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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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지(65) 여사가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마침내 정치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수지가 석방 사흘째인 15일, 그동안 힘들게 연결을 유지해왔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에서 야당 총재로 재개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수지는 1989년부터 지금까지 21년 중에 15년을 양곤의 자택에 갇혀 지냈죠. 특히 2003년 이후로는 외부와 거의 모든 연락이 단절된 채로 갇혀 있었는데, 다시 총재 업무에 복귀를 했으니 당분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것 같습니다.

Aung San Suu Kyi (C) smiles as she arrives at the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NLD) headquarters in Yangon on November 15, 2010. /AFP


첫 임무는 ‘조직 살리기’가 될 모양입니다. 그동안 워낙 손발이 꽁꽁 묶여있던 터라, 수지는 자기가 이끌었던 NLD하고도 거의 연결이 끊어지다시피 했었지요. 더군다나 NLD 내 다른 정치인들조차도 군정의 핍박을 받고 투옥되거나 해외로 도망쳤기 때문에 사실상 조직이 무너져 있는 상태입니다.


NLD 소식통들에 따르면 수지는 가장 먼저 NLD의 법적인 지위를 회복하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고 하네요. NLD는 군정 하에서 지난 7일 20년만에 치러진 총선을 불공정 선거로 규정하고 정당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해산된 상태여서, 이를 다시 정당으로 복귀시키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니얀 윈 NLD 대변인은 “당의 법적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18일쯤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DPA통신이 보도했습니다. NLD는 부정선거 조사위원회를 만들 예정인데 수치 여사가 이를 주도하게 될 것 같습니다.

CNN: Suu Kyi tells supporters to work with her for change


수지가 가족들하고 드디어 만나게 되는 건지도 궁금한데요. 안타깝지만,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수지는 13일 연금에서 풀려난 직후 막내아들 킴 아리스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수지는 양곤 자택에서 연금돼 있는 동안 전화도 인터넷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아들과도 10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두 아들 중 둘째인 킴은 영국에 거주해왔지만 어머니의 연금이 해제되는 것에 맞춰서 지금 태국 방콕에서 버마 입국비자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콕 현지 영국 대사관에 따르면 아직도 비자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수지는 영국에서 두 아들을 키우다가 단신으로 버마에 돌아와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죠. 남편 마이클 아리스가 1999년 암으로 사망하기 직전에 아내를 보려고 입국비자를 신청했을 때에도 군정이 거부,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수지는 남편의 임종을 못했는데요. 이제라도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어야 할 텐데...

수지의 연금이 해제되면서, 버마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릴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방은 1988년 버마 민주화 시위 이래로 20년 넘게 버마 군부를 고립시키기 위해 경제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수조치는 민주화를 압박한다는 실효보다는 버마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수지는 과거 서방에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는데, 이것이 과연 자기네 나라 민중들을 위하는 행동이냐 아니냐를 놓고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일단 수지 쪽은 경제제제 문제는 ‘국민들의 선택에 따르겠다’는 입장입니다. 수지는 가택연금 해제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버마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라며 “국민들이 원한다면 경제제제가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촉구했던 과거의 태도에선 상당히 물러선 것이죠. 군부와의 정면대결을 피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14일 뉴욕타임스 보도는 “수지가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일단 군부와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수지는 연금이 풀린 뒤 지지자들에게 첫 대중연설을 하면서 “지난 7년간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알기 위해 하루 6시간씩 라디오에 귀를 기울여 왔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걸 알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당분간 빠른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국민의 뜻을 더 확인하기 위해 신중한 모색을 더 할 것 같습니다.

집 밖으로는 나왔지만,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점, 언제라도 다시 묶일 수 있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고 있겠지요.

언론이 틀어막힌 버마의 경우 외부에서 소식을 아는 통로는 해외 망명자 네트워크들입니다. 2년여 전 버마 민주화 시위 때 소식을 알기 위해 열심히 들어가봤던 ‘이라와디(http://www.irrawaddy.org)’ 사이트에 들어가봤습니다.

▶ After Suu Kyi’s Release, Dangerous Time Sets In
▶ Suu Kyi Free; The Struggle Resumes


아직도 탄압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부터가 고비라는 버마 활동가들의 ‘경고’가 톱으로 올라와 있네요. 군부와 수지 측의 대화가 이뤄질 것인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군부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수지를 해금한 것은, 총선에서 75% 의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둔 뒤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고... 또한 국제사회와 조금은 잘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시이기도 하겠지요. 


군부도 일단은 수지와 협조적인 관계로 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정부를 대변하는 관영신문 ‘미안마의 새로운 빛’에 따르면, 군정이 “수치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는 군요. 화해의 제스쳐가 조금이라도 진짜 화해로 이어져야 할 텐데...




[책] 아웅산 수찌와 버마 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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