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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갱과의 전쟁'

딸기21 2010. 9. 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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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군이 마약갱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무장한 갱들과 미국 국경 부근에서 충돌해 27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숨진 사람들은 모두 갱 조직원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날 충돌이 일어난 과정을 살펴보면, 꼭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범 양성소들 찾아 작전 벌이는 것을 연상케 합니다. 그만큼 멕시코 마약 갱 소탕작전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먼저 군이 국경 도시인 타마울리파스 주의 시우다드 미에르라는 곳을 공중 정찰한 뒤 갱 조직 무장요원들의 훈련 캠프로 보이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상에서 병력이 투입돼 캠프를 급습했습니다. 군인들이 발포를 하자 갱들도 총을 쏘기 시작했고, 군인 2명도 부상을 입었습니다.

BBC 방송에 따르면 타마울리파스 주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마약 갱들이 판치는 곳입니다. 마약 카르텔들이 미국행 마약 밀매 루트를 놓고 자기네들끼리 격렬한 싸움을 벌여왔다고 합니다.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 중 하나인 ‘카르텔 델 골포(Cartel de Golfo 걸프 카르텔)’과 ‘로스 세타스(Los Zetas)’가 피튀기는 세력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죠.


지난달 25일에도 해병대가 타마울리파스 주의 한 목장에서 갱들에 붙잡혀 있던 남성 58명과 여성 14명을 찾아내 풀어준 일이 있었습니다. 군은 이번 작전을 통해서도 갱들이 납치했던 사람 3명을 찾아내 풀어줬다고 밝혔습니다.



Soldiers stand guard after a gunfight with drug gang members
at a ranch approximately 140km from Monterrey September 2, 2010. / REUTERS



멕시코에는 대략 8개 정도 거대 마약 조직들이 있습니다. 멕시코 최북단 미국 접경도시인 티후아나의 조직인 ‘아레야노 펠릭스(Arellano Felix)’라든가, 중부 지역을 장악한 ‘시날로아 카르텔(Sinaloa Cartel)’ 같은 조직들이 있고요. 


걸프 카르텔은 주로 동북부 미국 국경 쪽과 해안지대에서 활동합니다. 이들과 맞붙은 로스 세타스는 멕시코만을 끼고 있는 동부 해안을 세력권으로 하기 때문에 걸프 카르텔과 종종 맞부딪칩니다. ‘라파밀리아’라 흔히 불리는 ‘라 파밀리아 미초아카나(La Familia Michoacana)’는 내륙의 마약 중심도시 모렐리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마약갱과의 전쟁을 벌인지는 벌써 오래 됐습니다. 2006년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부터 카르텔들과의 전쟁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정부의 소탕작전에 숨진 갱들, 갱들끼리의 충돌 와중에 죽은 사람들, 갱들에 살해된 이들 등등 사망자가 2만8000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요 몇년 새 멕시코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너무나 엽기적이어서 입에 담기조차 힘든 정도입니다. 멕시코는 중남미의 대국 중 하나인데 상황이 이 지경이 되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근래 일어난 사건들을 좀 살펴보자면

▶2008년 9월 15일, 로스 세타스 멤버들이 서부 모렐리아에서 독립기념일 행사장에 수류탄을 던져 8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올 1월 31일에는 국경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갱들이 총기를 난사해 고등학생 13명과 성인 2명이 희생됐습니다.
▶3월 13일에는 역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미국 영사관 직원들을 공격해 미국이 난리가 났었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 ‘격분했다’고 했을 만큼, 외교적인 문제로도 이어졌고요.
미국이 멕시코 정부의 갱 소탕작전을 지원해온지는 오래됐지만, 멕시코 갱들이 직접 미국과 관련된 이들을 살해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3월 28일에는 북서부 두랑호 주에서 갱들이 시민들을 공격했는데, 사망자 10명 중에는 8세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아시아의 버마-태국 일대를 아편 밀매 중심인 ‘황금 삼각형(Golden Triangle)’이라고 부르는데 멕시코에도 마약 밀매의 핵심으로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지역이 있습니다. 두랑호 주가 거기 속하는데, 갱들의 세력다툼 속에 어린이까지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월 7일에는 멕시코시티에 인접한 탁스코라는 마을의 광산 갱도에서 경찰이 마약갱들에 납치·살해된 시신 55구를 발견해 멕시코 전체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 나흘 뒤에는 북부 치와와에서 갱들이 마약중독자 치료센터를 공격해 치료중이던 젊은이 19명이 숨졌습니다.
▶이번 소탕작전이 벌어진 타마울리파스 주에서는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 한 명이 6월 28일 마약갱 소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살해됐습니다.
▶이어 24일에는 북부 멕시코의 경제수도라 불리는 몬터레이 교외에서 시신 51구가 발견됐습니다. 훼손 정도가 너무 심해서 일부는 신원을 알아내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칼데론 정부의 소탕작전에도 아랑곳 없이, 갱들의 폭력 수위는 더욱 올라가는 양상입니다.


7월 15일에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일어났습니다. 갱들이 10킬로그램 분량의 폭발물을 실은 차량을 휴대전화로 원격 조종해 폭발시켰는데, 이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테러범들이 쓰는 방식과 똑같습니다.

칼데론 정부의 마약 전쟁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군사력을 동원한 갱 소탕작전보다는 미국으로 가는 마약 밀매 루트를 차단하는 데에 더 힘을 기울이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경제·사회적 구조적인 개선이 없이는, 마약갱을 사살하고 체포·구금한다 하더라도 다시 또 마약 조직에 들어가는 청년들이 생길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와 전쟁을 벌인다면서 오히려 테러조직원들을 양산하는 결과만 가져왔죠. 그런데 멕시코 정부가 미국식 테러와의 전쟁을 빌어와 마약갱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그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겁니다.




칼데론 대통령은 2일 국정연설을 하면서 “미래를 위해 안전한 국가를 만들긴 바란다면 현재 들어가는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접근법을 옹호했습니다. 칼데론은 현상수배됐던 악명높은 마약조직 두목을 최근 붙잡은 것 등을 성과로 들면서 “갱 조직들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BBC방송 등은 칼데론식 ‘전쟁’을 비판하는 이들이 더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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