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 컨츄리 음반 하나가 엄청나게 뜨고 있다고 한다 . 토비 키스(Toby Keith)란 컨트리 가수의 `쇼큰 얼(Shock'n Y'all)'이란 제목의 음반인데, 미국인들의 반응은 뜨겁다못해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큰 얼'은 지난 11월 4일 첫 발매되자마자 수십만장이 팔린데 이어, 현재 각종 음악 차트의 컨트리 부문을 휩쓸며 1위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난데없이 컨트리 음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미국 사회의 밑바닥 정서를 그 무엇도 이 음반보다 더 뚜렷하게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과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밀어부칠 수있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싶다면, 이라크에선 매일 미군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와중에도 부시 대통령이 여전히 막대한 대선자금을 끌어모을 수있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면 , 바로 이 음반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수록곡들 중 최고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아메리칸 솔저'의 가사는 대충 이렇다.
" 나는 내 자식들의 아버지와 내 아내의 연인이 되고 싶었을 뿐 / 하지만 문 앞에서 늑대가 울부짓는다면 나는 언제든 일어설 준비가 돼있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나는 내 의무를 다할 거야 / 자유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지 / 자유가 위기에 처해 있을때 나는 언제든 옳은 일을 할거야/ 나는 전선을 지키는 아메리칸 솔저."
또하나의 히트곡인 `탈리반 송'의 가사는 더 도발적이다.
" 나는 중년의 낙타몰이꾼/ 아프가니스탄 북쪽의 방 두개짜리 작은 동굴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있었지/하지만 그들이 이사오면서 모든게 엉망이 됐어/그들은 자기들이 탈리반이라고 하더군/ 그들은 뉴욕을 공격했지/미스터 부시는 이라크와 이란에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말했지/ 야, 이 개**(son of *****)들아 /탈리반하고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게 좋을 걸."
컨트리 음악은 미국의 풀뿌리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장르로 정평나있다.
블루 칼라 색채가 농후한 노래들을 주로 부르는 평범한 컨트리 가수였던 토비 키스는 9.11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분노와 적개심을 대변하는 곡들을 잇달아 내놓아 최고 스타로 등극했다.
9.11테러 직후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앵그리 아메리칸'이란 노래는 "정의는 실현될 거야/ 너희들은 미국과 싸운걸 후회하게 될 걸/우리가 군화발로 네 엉덩이를 차줄 테니까/ 그게 바로 미국식이지"란 가사로 이뤄져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키스가 "군화발로 네 엉덩이를 차줄테니까"란 대목을 부를 때면, 항상 콘서트장이 떠나갈듯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온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위문공연을 온 토비 키스의 손을 부여잡고 "미국은 바로 이런 노래를 원했다"고 감격해했다고 한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주역이었던 올리버 노스 전 미군 중령은 한 토크쇼에 나와서 "토비의 음반을 사는게 바로 미국국민들의 애국적인 의무"라고 했을 정도다. 키스는 백악관 만찬에초대받기도 했으며, 해외 미군 기지들을 대상으로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키스의 노래가 어글리 아메리칸의 호전성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지난해 독립기념행사 때에는 사회자인 ABC방송의 앵커맨 피터 제닝스가 "키스같은 인간과는 절대 같은 무대에 설 수없다"고 버텨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결국 주최측에서 키스의 섭외를 포기했는데, 당시 키스의 반응이 걸작이다. "제닝스는 어차피 캐나다 출신아니냐"는 것이다. 아무리 미국인으로 귀화해 수십년동안 살아왔다할지라도 이주민은 토종 미국인의 정서를 절대 이해할 수없다는 이야기다.
증오와 분노만큼 유혹적인 것도 없다. 이해와 관용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증오와 분노는 즉흥적이고 감각적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히틀러도 유대민족에 대한 독일국민들의 뿌리깊은 증오를 이용해 지지기반을 잡았었다. 물론 서구 외세라면 무조건 저주하는 이슬람권에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매일 전해오는 세계각지의 테러뉴스를 접하면서, 이처럼 극와 극으로 치닫는 증오의 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새삼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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