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영혼을 파는 것

딸기21 2008. 8. 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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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판다는 것, 그것도 그리 많지도 않은 돈에- 못할 짓이다.
내가 영혼을 판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삶이 부끄러웠다.
친구들도 만나기 싫었고, 촛불집회에도 나가기 싫었다.

지금처럼 대립이 심한 시절에,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일을 한다는 건, 지식노동자에겐 고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되잖아, 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두개골 속에 들어있는 이 물질은 <뇌>란 말이다.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살수가 있나.
일은 포기하고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지 그러냐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일 하는 사람에게 일은 삶의 일부분이다. 어떻게 <포기>를 할 수가 있을까.

무뇌아인 척, 합리화하면서 사는 데에도 한도가 있다.
도저히 양심상 이것마저 합리화하지 못하겠다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게 점점 늘어나면서 사람이 피폐해진다.
미움과 노여움이 많아진다. 망가지는 거다.

이 정부는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몇년에 걸쳐 망가지다가, 망가지다가 회사를 떠난 한 선배는
하필이면 촛불 국면을 거치면 몹시 시련을 겪고 있는 회사로 옮겨가서 고생을 하고 있다.
말로는 "나는 하드랜딩 전문이야" 라고 하지만, 쉽지 않겠지.
그래도 주위에서는, 예전 직장 떠난 뒤로 활기가 돈다고 말한단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자유의 힘>이런가.
이 선배의 동반자는 이 정권의 타겟 중 하나인 어떤 회사의 노조위원장이다.
세상을 쉽게 살면 좋겠지만, 원래가 세상은 쉬운 게 아니다. 쉽다고 꼭 행복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선배 말로는 요즘 나도 활기가 돈다고 한다.
나이 마흔 바라보며 돈 덜 주는 직장으로 옮겨온 나도, <자유의 힘>으로 요즘 행복하다.
이 정부 5년 동안 앞으로 덜 행복해질 일이 많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쓰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내 삶의 동반자인 남편도 행복해 보인다. 약간의 돈을 버리고, 우리는 말 그대로 <웃음을 되찾았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이제부터 반대의 길을 걷게 될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조직이 망가질, 그리하여 삶이 피폐해질 위기에 처한 친구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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