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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사태와 타타르의 비극  

우크라이나 문제로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우크라이나 ‘마이단(광장)’ 시위와 유혈진압, 친러시아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도주와 정권 교체등의 사건이 2월말 이후 순식간에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급반전은 그 뒤에 일어났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에 면한 크림반도를 조직적이고도 치밀하게 장악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선거도 없이 갑작스레 구성된 정체 불명의 크림반도 ‘자치 의회’는 러시아로의 귀속을 바란다며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투표 결과에 따라 러시아와 지난 18일 합병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서방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러시아 제재론과 ‘신냉전’ 우려가 터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사실상 소외되고 목소리를 잃은 채,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이재민 위한 ‘종이집’ 지어온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에 ‘프리츠커상’

먼저 사진부터 보시죠. 딱 보면 그냥 천막집이죠. 이런 집 같지도 않은 집을 지은 공로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상을 받은 건축가가 있다면? 세상에서 집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집이 없는 사람이겠지요. 부동산 등기부의 내 집이 없는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당장 몸 누일 곳 없는 사람, 거대한 힘에 밀려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말하는 겁니다. 르완다의 난민들, 지진으로 판잣집마저 다 무너져버린 아이티의 이재민들, 터키와 인도와 일본에서 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 ‘건축가’는 좋은 집, 비싼 빌딩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집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도 있습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坂茂·56)가 그런 사람..

2014년 2월, 카이로(1)

출장 다녀온지 40일 됐는데... 그새 언제 다녀왔나 싶은.이집트 카이로입니다. 이집트라면 역시 나일강. 아래 사진의 바늘처럼 솟아오른 것은 카이로 타워. 이번엔 못 갔지만 2010년 이집트 개발청 초청으로 갔을 때 카이로타워 꼭대기 레스토랑(남산 서울타워 꼭대기 식당처럼 360도 돌아갑니다)에서 저녁을 먹은 적 있답니다. 히히. 제가 머물렀던 타흐리르 광장 주변의 호텔에서 자말렉 쪽으로, 다리 건너 가다보면 만나는 사아드 자글룰의 동상. 이집트 근대 정당의 선구 격인 와프드당을 창설한 사람이죠. 실은 이번 카이로 방문 때 도키 지역에 있는 와프드 당사 건물도 보긴 했는데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못 찍었네요. 사진 못 찍게 하는 곳이 워낙 많고(심지어 안와르 사다트 무덤도 거대한 피라미드마냥 지어놓고 ..

소외된 90%를 위한 비즈니스

소외된 90%를 위한 비즈니스폴 폴락, 맬 워윅 지음. 이경식 옮김. 김정태 감수 및 해제. 더퀘스트. 3/23 어이가 없을 정도로 부실한 책이다. 일단 혹평부터 하자. 유엔과 정부들이 지금까지 해온 제도적, 구조적인 빈곤 퇴치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아니올씨다. 그럼 누가 성과를 거둬왔나요? 성과가 미흡하므로 좀더 노력을 하자, 라고 이야기해야지 '성과 없었다, 이제부터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사람들이 기업활동을 통해 지구를 구하겠다'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며칠 전 읽은 마이클 에드워즈의 와는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는 책이지만, 굳이 두 책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발상이나 기본전제의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 는 함량 미달이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은 죽었다'면서 '적정(기술 제품을 활..

딸기네 책방 2014.03.23

색연필, 오늘은 그런 날

평소 문구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사이 발견한 맘에 드는 색연필이 있었다. 플라스틱 돌돌돌에 들어있는 500원짜리 동아 미피 형광 색연필. 책 읽을 때 줄치면서 읽는데 이 색연필이 딱 좋고, 색깔도 여러가지 형광색이 있어서 골라쓰는 재미(??)도 나름 있다면 있고. 점심 때 교보문고에 색연필 사러간 김에, 아예 30자루를 샀다. 12개들이 2박스+낱개 8개. 그러고 나서 교보문고 내에 있는 푸드코트의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세트 사서 점심을 때웠다. 마침 텀블러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커피는 내 텀블러에 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카페 직원이 커피 내주면서 "조금 있다가 뚜껑 덮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런다. 내 커피 내가 뚜껑 닫거나 말거나. 응?? 하면서, 자리로 들고와 마셔보니 뜨겁지가 않아..

화웨이가 해킹한다더니... 미국이 화웨이 해킹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任正非·70) 회장은 1970년대 인민해방군에서 일했던 기술자 출신이다. 미국은 런 회장의 경력을 들며 화웨이가 미국 해킹에 관여했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재작년 호주 정부로 하여금 광대역 인터넷 입찰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한국과도 ‘민감한 내용의 교신에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인 한국이 중국의 도·감청이나 해킹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미국이 주장했던 것이다.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사진 위키피디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해킹공격 연루설은 아직 증거가 나타난 바 없는 반면, 미국이 오히려 화웨이를 해킹했으며 런 회장 ..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마이클 에드워즈. 윤영삼 옮김. 다시봄. 3/22 박애자본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책인 줄 알았기에 가뿐하게 손에 들었는데 내용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박애자본주의의 한계에 더해, 기업마인드가 시민사회까지 밀려들어올 때 생기는 근본적인 문제 즉 더이상 필부필부의 참여로 사회를 밑바닥부터 바꾸겠다는 의지를 갉아먹는 문제를 역설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렇게만 적으면 "뭐 예상되던 거 아니었어" 식의 반응을 보일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민사회운동 해본 적도 없으면서. 저자는 시민단체나 민간단체에서 평생 일했던 사람이다. 시장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가 밀려드는 시민사회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바꾸고자 외치는 목소리가 참 절절하다. 후다닥 책장을 넘기긴 ..

딸기네 책방 2014.03.22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크리미아(크림) 반도 위기' 진행과정

‘유로마이단(친유럽) 시위’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당초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뜻밖의 방향,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여겨질 법한 방향. 어느 쪽이 됐건 지금 상황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시위를 해서 권위주의 친러시아 정권을 몰아냈더니 러시아가 크리미아(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를 윽박지른다’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시위와 유혈 사태 진행 과정 이 상황을 딱히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앞서의 시위는 ‘유로마이단 시위’였고, 빅토르 야누코비치라는 친러시아계 정권을 축출한 뒤에는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격상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땅인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장악’(이 표현도 참 애매하지요;;)한 것은 사실인데, 군인들을 동원한 것도 사실인데, 그렇다고 ‘공격..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자국군 철수 지시... 러시아에선 푸틴 지지율 급상승

러시아로의 귀속을 결정한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화’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크림반도의 우크라이나 군사기지 2곳을 장악했고, 충돌을 우려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군에 철수 준비를 지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주까지 크림반도 합병에 따르는 각종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이날, 상원은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크림자치공 측과 체결한 합병조약을 각각 비준한다. 키예프포스트는 러시아군과 크림반도 ‘자경단’ 200여명이 전날 반도 내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군사기지 2곳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한 세바스토폴항의 우크라이나 해군기지와 인근 벨벡 공군기지는 러시아군에 봉쇄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 ..

‘신냉전’의 시대?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 어디로 가나

‘신냉전’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끝내 우크라이나의 크림자치공화국을 합병하기로 결정하자 미국과 유럽은 경악했다. 크림반도의 분리움직임을 배후에서 조종하며 향후 정국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푸틴은 예상을 뒤집어 엎었다. 푸틴은 18일 “미국 등 서방은 자신들이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으며 선택받은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맹비난한 뒤 서방에 맞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 직후 크림반도의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우크라이나 장교가 숨졌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유럽을 2차 세계대전 직전의 ‘민족주의적 열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크림반도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가 물리적 대결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