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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세계, 이곳’] ‘난민 섬’에서 ‘산불 섬’으로...그래도 따뜻한 로도스 사람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a). 이솝우화에 나온 유명한 구절이다. “내가 왕년에 로도스에서 열린 멀리뛰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잘난척하는 사람에게, 어떤 이가 저렇게 일침을 놨단다. 에게해 남부에 있는 그리스의 섬 로도스는 고대 올림픽의 최고 스타였다는 기원전 2세기 육상 선수 레오니다스의 고향인데, 스포츠가 꽤나 유명했던 모양이다. 이솝우화의 허풍선이가 진짜로 뛰어 보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 속 구절은 허세 부리는 사람을 일갈하는 관용어로 자리잡았다. 진짜로 로도스에서 바다로 뛰어든 가족이 있다. 우화가 아닌 긴박한 현실의 스토리다. 아들 둘을 데리고 로도스로 휴가를 떠난 한 영국 가족은 지난 주말 불길을 피해 바닷가를 달려, 군용 보트에 몸을 실었다..

[2022 이탈리아] 가르다 호수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 가르다. 서쪽에 밀라노, 동쪽에 베로나와 베네치아. 그 사이에 있는데 이탈리아 알프스로 불리는 가르다 산맥 가장자리에 형성된 빙하에서 기원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위키피디아에서 뒤늦게 찾아본 것이고. 작년에 이탈리아 여행할 때 똑똑한 칭구들 덕에 이 아름다운 곳을 멋모르고 따라가는 행운을 누렸다. 호수가 딱 바라보이는 곳에 묵고, 담날 시르미오네로. 호수 쪽으로 가늘게 튀어나온 반도가 시르미오네다. 이탈리아 전체에서 보면 저 위치. 입구에 Scaligero 요새가 있다. 13~14세기 베로나 주변을 통치한 스칼라 가문 사람들을 스칼리제리라고 부른다. 스칼리제로는 아마도 그 복수형일 것이고. 베네치아만 빼고, 베네토라 부르는 이 일대를 스칼라 가문이 125년간 지배했다고 한다. ..

<하버드 중국사 -청>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 윌리엄 T. 로, 기세찬 옮김. 너머북스. 7/8 지금 역사가들은 40~50년 전과 매우 다르게 청 제국을 이해하고 있다. 1950~1960년대에는 학계에서 '청의 역사’라는 것이 사실상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중국 역사가들은 오랫동안 중국의 과거를 계속 이어지는 통치 가문들의 관점에서 체계화해왔다. 1912년에 탄생한 중화민국 정부도 청 왕조의 정사를 편찬했다. 1927년 청 제국의 관료였던 조이손(자오얼쉰) 주도하에 가 발간되었다. 그렇지만 유가적인 시대 구분법은 20세기 후반까지 서양에서는 널리 쓰이지 않았다. ... 미국에서 실질적인 중국 근대사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하버드 대학교의 존 킹 페어뱅크는 지난500년의 중국 역사를 1..

딸기네 책방 2023.07.25

[구정은의 '현실지구']중국 대체한다고? 인도의 힘겨운 '반도체 드림'

폭스콘 때문에 인도가 시끌벅적했다. 발단은 대만 반도체칩 제조회사 폭스콘이 인도의 베단타와 조인트벤처 사업을 하기로 했다가 “안 하겠다”며 지난 10일 뒤집어엎은 것이다. ‘아이폰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 대만의 폭스콘은 지난해 인도에 칩을 생산하는 합작 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규모가 195억달러에 이르는 프로젝트였다. 물 건너간 이유는 베단타 측과 협상이 원활치 못해서였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합작회사의 기술파트너로 유럽의 칩 제조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확정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폭스콘이 베단타의 재정상태를 못미더워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베단타는 원래 전자제품이나 정보기술(IT)과는 관련 없는 광업회사다. 인도의 고아, 카르나타카, 라자스탄, 오디샤 등에..

[2022 문경·예천] 예천 용문사, 뜻밖의 명소

'명소'라니... 이런 구닥다리 같은 표현을 ㅠㅠ 하지만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므로 ㅋㅋ 당초 문경새재가 목적이었고, 숙소를 찾다 보니 예천으로 가게 된 것뿐. 예천은 정말 인연이 없었던 곳이고 평생 가볼 마음 한번 먹어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숙소가 거기였고 전날 이미 문경새재를 걸었으니 동네 구경이나 하자 싶었다. 헌데, 우리 숙소가 있는 시골 마을이 담날 환할 때 보니 너무나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것이 아닌가? 마을 안에 '예천 권씨 초간 종택'이라는 고택이 있는데, 보존이 잘 돼 있는 것은 물론이며 지금도 주인들이 살고 있었다! 무려 문화재, '보물'이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면 초간 권문해 선생(...)이 지은 초간정이 있다. 정자 주변에 원림도 있고. 초간정 입지 끝내준다! 작지만 건물 ..

<하버드 중국사- 원·명>

하버드 중국사 원·명 - 곤경에 빠진 제국 티머시 브룩. 조용헌 옮김 너머북스. 7/3 전체 시리즈의 책임편집자인 티머시 브룩이 원-명 시대를 저술했다. 머리말에서부터 조너선 스펜스를 얘기하더니, 글에서 스펜스의 향기가 물씬 난다. '용이 나타났다'는 기록을 가지고 글을 시작해서 소빙하기에 해당되는 당시 기후 재앙과 왕조의 성쇠를 엮는다든가, 서울의 골동품상을 거쳐 캐나다 터론토로 옮겨간 명대 인물의 비문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든가. 스타일의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있는데, 원에 대한 설명이 적은 것은 조금 아쉽다. 중국인에게 1368년은 13세기 중엽부터 17 세기 중엽 사이 4세기에 걸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해당한다. 주원장이 주도하는 토착 반란 정권이 몽골을 몰아내고 '조국’을 재건한 해였기 ..

딸기네 책방 2023.07.09

[2022 문경·예천] 말로만 듣던 문경새재

마냐님 여행기를 찾아보니 작년 4월이었네. 셋이서 문경에 놀러갔다. 숙소는 내가 예약하고, 마냐님이 운전.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적당히 잘 걷고 뜻밖에 넘나 좋은 곳들 구경하고. 재미있었다. 문경새재 올라가는 길. 사진은 멋진 성문들만 찍었으나 주차장에서부터 입구까지 유치한 조형물들이 많았던 게 좀 아쉽다. 새재 들어가서도, 안내문이 너무 많은데 정작 재미난 정보는 없었다는. 1박2일 여행 중에 새재를 걸었던 첫날은 날씨가 진짜 좋았다! 지금 보니 벚꽃이 정말 찬란했네. 저기는 그냥 계곡이지만, 중간에 발 담글 수 있게 수로를 만들어놓은 곳이 있어서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4월인데 이 날은 햇살이 꽤나 뜨거웠다. 2코스 들어가는 곳에 또 문이 있다. 우리는... 1코스 걷고 2코스 맛뵈기로 아주 조금 ..

<하버드 중국사 - 송>

하버드 중국사 송 - 유교 원칙의 시대 디터 쿤. 육정임 옮김. 너머북스. 7/2 아름답고, 화려하고, 유약하고, 말 많고. 한국 사극에서도 삼국시대 고려시대까지는 박진감이 넘치다가 조선으로 가면 나가서 말 달리며 싸우지는 않고 조정에서 이것이 도리가 아니네 예가 아니네 하면서 말싸움만 한다. 송나라가 그렇다. 당나라는 화려하고 국제적이면서 번창한 느낌이 강한 반면에, 송나라는 정교하고 룰 많고 예법 가지고 지지고볶고 ... 1126~1127년에 금의 침략을 당해 송 조정은 멀리 남쪽으로 피난을 갈 수밖에 없었으며, 거기서 1279년까지 다시 152년간 권력을 유지했다. 금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점을 고려해볼 때, 북송과 남송이 그렇게 오랫동안 존속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송 제국의 약점은 ..

딸기네 책방 202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