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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딸기21 2016. 6. 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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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 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앞부분은 그럴싸한데 뒷부분이 좀 허망하다. 좋은 얘기들 많이 해놓고 뒤에 가서는 갑자기 '라이벌 한국', 국가경쟁력, 스마트시티 예찬이 나오네.
번역은 얼핏 매끄러워 보이지만 일본식 한자어 그대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문화인' '헌법률' 하는 식이다. 일본어 번역하는 분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문제점이다. 일본어는 한국어처럼 써도 된다? 그것도 아니면, 일본식 한자어와 한국식 한자어 구분을 못한다고 할까. 편집자가 책 꼼꼼히 안 읽었나보다. 오탈자도 몇 군데 보이고. 
이 책은 원문 자체가 과장이 많고 수식어가 많은 듯. 몇 가지 내용들은 근거가 희박하고 믿기 힘든 것들도 있고. 그래도 앞부분 오스트리아 임업 얘기, 일본의 '산촌 자본주의' 실험 같은 것들은 재미있었다.


목탄은 태평양전쟁 이후에 석유나 도시가스로 대체될 때까지 중공업이나 도시지역 일반 가정의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쟁 중에는 민간의 석유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 목탄자동차라는 자동차까지 달리고 있었다. 

...주고쿠산지는 '다타라 제철'과 함께 발전했다. 그 역사가 헤이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다타라 제철. 주고쿠 지방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양질의 사철을 원료로 철을 제련한다. '다타라'라고 부르는 풀무를 사용해서 용광로에 바람을 불어넣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는 틀렸다, 미야자키의 작품은 '모노노케 히메'이고 '원령공주'라는 말은 대만에서 붙인 이름으로 알고 있다)에서 산의 신들과 싸우는 '다타라 부족'이라는 사람들이 경영하고 있는 것이 다타라 제철이다. 지금도 시마네현 이즈모야스기 지방에서는 실제로 풀무를 사용한 제철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일본도 등의 도검류를 제조하고 있다. (40쪽)


오스트리아는 헌법에 '탈원전'을 명기하고 있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국가이다. 1999년에 제정된 새로운 헌법조항 '원자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오스트리아'는 제2항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것과 이미 건설된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참고로 제1항은 핵무기의 제조, 보유, 이송, 실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즉 오스트리아는 군사적 이용이든 평화적 이용이든 상관없이 원자력의 이용 그 자체를 헌법으로 부정하고 있는 많지 않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처음부터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1969년 당시 국민당 정권은 북동부, 현재의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국경 바로 근처에 위치한 니더외스터라이히 주 츠벤텐도르프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결정했다. 1972년에 건설이 시작됐고 그 뒤에 완성됐다. 그러나 그곳은 지금까지 한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완성되고 얼마 되지 않아 원자력발전소 반대운동이 전국을 휩쓴 것이다.

계기는 1977년 원자력발전소 건설지 바로 밑에서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저명한 지진학자의 지적이었다. '그래도 원자력발전소의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겠는가?' 1978년 11월, 가동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결과는 찬성 49.5%, 반대 50.5%. 반대가 아주 조금 더 많을 뿐이었지만 이것으로 미래가 결정됐다. 다음 해에는 '오스트리아의 에너지공급을 위한 핵분열의 사용금지'라는 법률을 제정했다. 향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하는 것과 함께 이제 막 완성된 츠벤텐도르프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금지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났다.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서 원자력 이용 그 자체를 헌법으로 금지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전력의 일부를 다른 나라에서 구입하고 있었는데 그 출처를 알아보니 6%가 다른 나라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력이었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거부반응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더욱 강해져서, 2011년 7월 '친환경 전력법'을 개정했다. 풍력과 태양광 그리고 나무에너지를 이용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90~91쪽)


얼핏 보면 그저 나무판을 겹쳐놓은 것뿐인 집성재.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보통의 집성재는 섬유방향이 평행이 되도록 나무판을 겹쳐서 만들지만, 이것은 판의 섬유방향이 직각으로 교차되도록 서로 다르게 겹쳐 있다. CLT(Cross Laminated Timber)는 직역하면 '직각으로 겹쳐진 판'이다. 단지 이것만으로도 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고 한다. 나카시마씨가 CLT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목조고층건축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20세기 경제성장의 상징이었던 철과 콘크리트에 빼앗겼던 분야를 목재가 차지하려고 하는, 귀를 의심할 정도의 장대한 계획이다. (107쪽)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눈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자그마치 7층짜리 고층건물이 틀림없는 나무였던 것이다. 엘리베이터 주변 일부에 콘크리트가 사용되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전부 목재로 빌딩을 짓고 있었다. 보통 목재건축이라고 하면 기둥과 대들보에 나무를 이용하지만, CLT는 나무를 가로세로로 번갈아 겹쳐놓은 것이라서 거대하고 두꺼운 나무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둥이나 대들보 외에도 벽 전체, 천장 전체, 바닥 전체를 목재로 만들 수 있다. 

CLT는 본래 1990년대에 독일의 한 회사에서 고안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 회사에는 제재 부문이 없었기 때문에 1998년 오스트리아 남부에 위치한 카츄 안 데어 무어Katsch An Der Mur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제재소가 그 기술을 채용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에 있는 그라츠공과대학의 협력을 얻어서 기술이 더욱 개량됐다. CLT로 벽을 만들어 건물을 지어본 결과, 철근콘크리트에 필적하는 강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은 고층건물은 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한다는 상식을 뒤집었다. 정부의 움직임도 재빨랐다. 목조로는 2층 건물까지밖에는 지을 수 없다고 돼있던 법률을 2000년에 개정했다. 지금은 9층 건물까지 CLT로 건설하는 것을 허가하고 있다. (109쪽)


런던에는 자그마치 9층짜리 CLT 빌딩까지 등장했다. 300명 이상이 희생된 2009년 라퀼라 지진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대부분의 건물이 CLT로 건설되고 있다고 한다. 밀라노에는 머지 않아 13층 높이의 CLT 건물도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110쪽)


"우리들은 글로벌 정글에 살고 있습니다. 정글은 강자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닙니다. 백수의 왕인 사자부터 작은 동물들, 초목, 박테리아까지 존재합니다. 강자는 강자 나름의, 약자는 약자 나름의 다양한 개성과 기능을 가지고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셰어라는 말은 시장점유율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나눠가진다는 의미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180도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겁니다." -하마 노리코 도시샤대학 교수. (193쪽)


정말 그런 고통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가? 고령화로 인한 사회비용을 전부 충당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을 준비하거나, 노후의 생활수준을 낮추고 지출을 줄여서 모아야 할 자금의 총액을 줄이거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둘 중에 하나밖에 없는 것일까?

노인들은 돈만 잡아먹고 거치적거리는 존재라고 왜 쉽게 단정 짓는가? 연금이 없어지면 정말 굶주릴 수밖에 없는가? 산업력이 없는 시골은 쓸모가 없다고 어째서 단정 짓는가? 이 질문들은 일본 사회를 좀먹고 있는 '무연(無緣)사회'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최후에 의지하는 생명줄이 연금이라는 점'이 지금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예로부터 내려온 지연과 혈연의 안전망은 케케묵은 것이라고 몸서리를 치면서 그곳에서 벗어나 풍요로움과 행복을 추구했던 시대. 그 궁극적인 형태가, 누궁게도 신세를 지지 않고 젊었을 때 준비한 대비책으로 유유자적한 노후를 보내는 연금시스템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시스템은 경제성장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게다가 노인들만 증가하는 사회를 상정해서 설계되지도 않았다. 

지금 우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전제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근본적인 재설계가 아닐까.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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