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15일 오전(현지시간) 시드니 시내 금융 중심가인 마틴플레이스에 있는 ‘린트’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무장한 남성이 손님 13~20명을 가두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한국 교민도 1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국 교민은 20대 배지은씨로 알려졌다. 배씨의 지인인 동료 유학생은 YTN에 “배씨가 평소 린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인질극을 벌이는 주범은 총기를 든 남성이다. 경찰특공대가 현재 카페 밖에서 상황을 살피며 대치 중이나, 인질들의 안전을 우려해 섣불리 접근하지 못한 채 지켜보고 있다. 카페 유리창을 통해 인질 일부가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
호주 시드니 시내 린트 카페를 장악하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무장 괴한들이 카페에 내건 ‘지하디스트 깃발’. 사진 news.com.au
인질극이 시작됐을 당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틴플레이스 부근에는 쇼핑객들이 몰리고 있었다. 이 날은 월요일이지만 마침 학교들이 쉬는 날이어서 부모를 따라 쇼핑하러 온 어린이들도 많았다. 당국은 주요 거리를 봉쇄하고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인질 중 3명은 사건이 벌어진 지 6시간만에 카페 옆문 등을 통해 탈출했다.
인질범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조직원이거나 동조하는 자로 추정된다. 범인은 창문 밖으로 검정 바탕에 흰 아랍어 고서체가 쓰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 깃발, 이른바 ‘블랙스탠더드’를 내걸었다. 영국에서는 지난 8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블랙스탠더드를 내걸거나 가지고 다닐 경우 무조건 체포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 깃발은 통상 이슬람 극단주의 지지자들이 많이 쓰는 것이지만, IS의 깃발과는 다르다. 이번 인질극을 일으킨 범인은 IS의 조직원이라기보다는, 극단주의에 동조하는 현지 태생 청년일 가능성이 높다.
괴한은 인질들을 억류한 뒤 외부와의 전화 연결에서 “토니 애벗 총리와 공개 통화를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IS에 동조하는 극단주의자로 보인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래 수십~수백 명의 호주인들이 지하디스트로 자원했으며, 특히 지난 6월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하고 독립국가를 선포한 뒤 IS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호주 출신 지하디스트의 어린 아들이 시리아에서 시신 일부를 들고 찍은 사진이 공개돼 호주 전체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토니 애벗 총리는 호주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상대로 지난 몇 달 동안 강도 높은 검거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드니·브리즈번 등지의 무슬림 공동체를 공격하고 무차별 체포를 해 인권 침해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날 오전 카페와 가까운 거리인 시드니의 관광명소 오페라하우스에서도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직원들과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했다. 발견된 물건이 폭발물인지, 린트 카페 인질극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만일 두 사건이 서로 관련돼 있는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라면, IS 동조세력이 조직적으로 테러공격을 계획했다는 뜻이어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0월에는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무슬림으로 개종한 몬트리올 태생의 마이클 제하프-비보(32)라는 남성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IS에 동조하는 일명 ‘외로운 늑대(단독 테러범)’의 공격이었다. 캐나다와 호주는 미국의 대테러전에 적극 협력해왔고, 지난 7월 시작된 미국의 IS 공습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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