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과 함께 탈 거예요.”
시드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인질극이 벌어져 호주 전역에 충격을 안긴 15일, 호주 인터넷 사용자들의 소셜미디어에는 #illridewithyou(내가 당신과 함께 탈 거예요)라는 해시태그(주제어)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날 밤 9시(현지시간)까지 약 12시간 동안 2만2000명 넘는 이들이 이 주제어를 사용했다. 자칫 ‘대테러전’ 분위기 속에 유형무형의 차별과 핍박을 받을 지 모를 호주 내 무슬림 공동체에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서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시드니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카페 인질사건으로 “호주인들이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도 무슬림 주민들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뭉쳤다”고 보도했다.
이 해시태그의 발단은 시드니에 사는 레이첼 제이콥스라는 여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제이콥스는 이날 인질극이 벌어진 뒤 기차를 탔는데 옆 자리에 무슬림 여성이 앉았다. 무슬림 여성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머리에 두르고 있던 히자브(머리수건)를 조용히 벗었다.
“나는 기차역에 내려 그 여성을 따라갔다. ‘다시 쓰세요. 제가 당신과 같이 걸어갈게요.’ 무슬림 여성은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잠시 끌어안았다.” 제이콥스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아무 죄 없는 무슬림 주민들이, 공공 장소에서 혹여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볼 지 모를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얼마나 압박감을 느끼는 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이 글을 본 또 다른 시드니 여성은 트위터(@sirtessa)에 제이콥스의 이야기를 전하며 “당신이 정기적으로 마틴플레이스에서 373번 버스를 탄다면, 그리고 당신이 종교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다면, 외롭다고 느끼지 마세요. 내가 당신과 함께 탈 거예요”라고 썼다. 그후 #illridewithyou라는 주제어가 삽시간에 퍼졌다.
같은 날 오후 호주 무슬림 단체 44개는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노리는 어떤 짓도,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심을 주입하려는 어떤 행위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그런 모멸적인 행동은 호주인들의 선량한 의지를 파괴하려는 짓일 뿐이며,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호주 무슬림들이 업신여김을 당하게 만들 따름”이라며 인질범들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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