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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이 끝났다

딸기21 2010. 9. 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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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이 끝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시간으로 31일, 미군의 이라크전 전투 임무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미국과 이라크의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책임을 다했고, 미군의 전투 임무는 끝났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18분에 걸친 오바마의 연설은 TV로 중계됐다.


이로써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 3월 20일 시작된 ‘이라크 자유 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은 종료됐다. 당분간은 미군 비전투 병력 5만명 가량이 이라크에 남아서 재건작업을 지원하게 된다. 이 지원부대의 작전명은 ‘이라크의 새 여명’이란다. 이 병력은 내년 말 완전히 철군할 때까지 이라크 내무부 산하 치안군과 경찰의 훈련·양성을 맡게 된다.


오바마는 “이제 이라크인들은 자기 나라의 안보에 대해서 주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바그다드 시내 특별 치안구역인 ‘그린존’을 비롯한 주요 지역 치안권을 이라크 측에 넘겼다. 얼마 전 마지막 전투부대도 철군을 했기 때문에 치안권을 넘기는 문제는 준비됐던 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오바마는 “이라크의 미래를 이라크 국민들에게 넘겨주기까지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냈으며, 이제는 페이지를 넘겨 우리나라를 재건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은 끝났고 이제부터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얘기다.



U.S. Defense Secretary Robert Gates (C) arrives at Camp Ramadi in Iraq to visit troops, September 1, 2010 /REUTERS


부시의 ‘공약’들은 어디로 갔나


이라크전이 끝나는 데에 7년 5개월 10일이 걸렸다. 긴 전쟁이었는데, 정작 이 전쟁에서 이겼다 졌다, 미국은 말이 없었다.
오바마는 종전을 선언하면서도 ‘승리’라든가 ‘패배’라든가, 승패를 규정하는 표현은 전혀 넣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가 처음에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할 때에 국제사회에 내세웠던 명분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거나, 혹은 가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전쟁 전 이라크의 사찰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국제사회가 전쟁에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 전쟁 뒤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이 샅샅이 뒤졌지만 WMD는 없었고, 미 정보기관들이 알면서도 거짓정보를 흘렸으며 부시 행정부가 이를 악용했다는 사실만 드러났다.


WMD 외에도 미국이 전쟁에서 내세웠던 명분들은 많았다.
9·11 테러가 일어난 뒤에 미국은 아프간전에 이어 이라크전을 일으키면서 사담 후세인 정권이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세속주의 후세인 정권과 탈레반 혹은 알카에다를 연결지을 증거는 전혀 없었다. 이 점에서 미국은 역시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고, 이는 미국의 신뢰성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오히려 전쟁 때문에 이라크에서 테러와 반군활동이 기승을 부리면서 알카에다를 키워주는 역효과만 낳았다.


‘중동 민주화’도 미국의 전후 구상 중에 들어있었다.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한 뒤 중동에서는 미국이 지원하는 친미 국가, 즉 중동의 맹주 격이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패한 왕정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 등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 두 나라가 뒤집어질 지경에 이르자 부시가 ‘중동 민주화 구상’이라는 걸 내세워서 이라크를 비롯한 범 아랍권의 민주주의를 촉진시키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진심이 담긴 구상이라고는 보기 힘들었고, 사우디와 이집트는 여전히 독재정권이 유지되고 있다. 이라크는 후세인이 축출됐지만 아직까지 정정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An Iraqi man and his wife watch U.S. President Barack Obama‘s televised speech in Baghdad, Iraq, Sept. 1, 2010. /AP

 

이라크 정부구성 ‘관건’


오바마는 31일 연설에서 이라크 지도자들에게 새 정부를 세우는 작업을 빨리 하라고 독촉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총선 이래로 아직까지 총리조차 뽑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지난 5월 20일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의 임기가 끝나고 새 총리가 결정됐어야 한다.
문제는 3월 총선 결과가 애매했다는 것이다. 시아-수니 정당연합인 ‘이라키야’가 325석 중에 91석을 차지해서 제1당이 되기는 했는데, 그보다 2석 덜 얻은 집권 법치국가연합이 3등을 한 이라크국민연맹(70석)과 정치블럭을 결성하고는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미 군정기와 과도정부기를 거쳐 2006년 새 정부가 공식 출범했는데, 그동안에는 쿠르드족이 상징적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실질적 권력자인 총리를 맡고 시아·수니파가 각각 1명씩 부통령을 내놓는 식으로 권력 분점이 이뤄졌다. 내각도 여러 종파, 종족을 망라하는 거국 내각 형식으로 구성됐었다.
이 체제가 가능했던 것은 미국의 개입과 미군이라는 물리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집력을 강제해주는 요인이 사라진 뒤에도 이 복잡한 권력분점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번 정부구성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원활히 이뤄질지가 앞날을 가늠케 해 줄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끝난 것에 대해 부시는 어떻게 생각할까?

오바마가 공식 종전선언 전에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 미군기지로 가면서 부시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백악관은 통화를 한 사실만 발표하고,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벤 로즈는 “2, 3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고만 전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부시도 공식적으로 종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두 차례 전쟁으로 온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고 너무나 많은 사람의 피를 흘리게한 부시는, 퇴임 뒤 참 조용하다.
부시에 대해 최근 들은 소식이라고는, 한국의 기독교 단체에서 ‘평화 기도회’를 하면서 부시를 ‘모셔왔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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