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의 고원을 내려와 협곡이 시작되는 지역, 마이마휴 마을을 지나니 먼지가 폴폴 날리는 마른 초원 가운데에 위성 수신기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케냐의 경제개발을 상징하는 협곡의 위성기지를 지나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마사이 마을들이 눈에 들어왔다. 흙집 중에서 그래도 네모지게 각이 나온 것은 `새 집(modern house)'이고, 아예 움집처럼 생긴 것은 전통가옥들이다.
붉은 전통의상을 걸치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소를 모는 목동들을 지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케냐가 자랑하는 마사이마라는 탄자니아와 케냐 국경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마라'는 점박이라는 뜻. 누(들소의 일종) 떼들이 초원에서 풀 뜯는 모습이 점박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1800㎢, 제주도와 비슷한 면적의 넓은 땅이 지구상 몇 되지 않는 동물의 낙원으로 남아 있다. 탄자니아 국경을 넘어 이 초원과 이어진 곳은 아프리카 동물다큐멘터리 단골 촬영지인 세렝게티 초원이고, 서쪽으로 더 가면 거대한 빅토리아호가 위치해있다.
비서새- 누구의 비서일까요?
신기하게 생긴, 줄무늬 있는 영양 ‘쿠두’
제 가이드였던 딕이, 얘가 아주 귀하다고 해서 그런줄만 알았는데
남아공에는 흔해서 이거 고기로도 많이 먹는다더군요;;
영양 종류 중에서 제일 작다는 ‘딕딕’. 아주 귀엽게 생겼어요.
영양 중에서 제일 큰 일런드도 보았는데 사진이 없네요.
그란트 가젤
그리고 아래 2장은 톰슨가젤들 사진이예요.
톰슨가젤은 그란트가젤보다 크기가 작고, 뒷다리 윗부분에 검은줄 흰줄이 있어요.
적도의 아프리카라지만 날씨는 한국의 가을 같았고 바람은 시원했다. 풀 뜯는 동물들은 모두 여기에 와있는 듯했다.
영양 종류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다는 딕딕, 포유류 중에 가장 높이뛰기를 잘한다는 임팔라, 소처럼 크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일란드, 다리 위쪽에 독특한 검은 무늬가 있는 토피, 엉덩이가 흰 하트비스트, 금새 눈에 익어버린 얼룩말과 누 같은 초식동물들이 제각기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었다.
건기와 우기를 따라 이동하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
이곳에 서식하는 450여종 동물들은 사바나 기후의 건기와 우기를 따라 세렝게티와 마라 사이를 이동한다. 130만 마리 누우와 40만 마리 얼룩말의 국경 이동은 장관으로 꼽힌다. 이들은 5월부터 7월 사이 마라로 이동해와 살다가 10월 중순이 되면 다시 세렝게티로 움직여간다. 운좋게 이동철에 이곳을 찾은 터라, 하늘과 닿은 능선에 누떼의 기나긴 줄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였나, 마구 돌진하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누 떼'에 비유한 것을 보았는데요, 이 누떼들을 가리켜서 이 곳 사람들은
마사이의 검은 점들, 즉 ‘마사이 마라’라고 부른다는군요.
이들이 달려가는 것은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본 일 있는데
정작 여기에선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것만 보았어요.
누는 소목 소과인데, 말목 얼룩말과인 얼룩말과 몸통이 거의 비슷해요
둘이 뒤섞여 놀고 있으면, 줄무늬 빼고는 큰 차이가 없어보일 정도.
멀리 코끼리들이 걸어가는 것도 보이지요?
그리고, 자칼.
하이에나도 봤는데, 자칼보다 훨씬 못생겼어요.
이건 암보셀리에 사는 치타들인데요,
두 마리가 같이 있으면 수놈 둘이래요. 암놈은 항상 혼자서만 다닌다는군요.
치타가 저렇게 얌전~히 앉아있었는데 어느 순간
저 멀리에서 모래먼지가 일었습니다. 치타들이 달리기 시작한 거죠.
얼룩말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더군요.
이 시점에서, 초원의 평화를 깨뜨리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흔적들.
누구의 짓일까요... 아마도 어느 고양이과의 덩치큰 녀석들과,
그 찌꺼기를 받아먹는 녀석들의 합작;;이겠지요.
드디어,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
이 녀석들을 볼 순간입니다.
이렇게... 가까이갈수록 몸을 더 낮춰서, 보이지 않게 만들더군요.
그런데 사냥하는 장면은 결국 못 보고 돌아서야했어요.
날이 어두워졌고, 사자들의 사냥을 방해하면 안 되니깐... (얘네도 먹고 살아야지요)
그래서 하룻밤 지내고, 얘네들이 사냥을 해서 먹고 있는! 모습을 다시 보러갔습니다.
(남 먹는거 보고있는게 젤 추잡한 짓이라는데;;)
버팔로의 시신... ㅠ.ㅠ
소화가 덜 된 풀들이 그대로 배 밖으로;;
벌써 포식을 끝내고 양지바른 곳에 누워있는 넘들.
나무둥치밑 흙더미에 뚫린 구멍들은 가족끼리 단란하게 모여 사는 자칼의 집이다. 하이에나 같은 야행성 동물들은 날이 더 어두워져야 활동을 시작한다.
얼핏 보기에 키작은 풀들과 관목들로 가득한 마사이마라는 평화 그 자체였다. 초원 사이사이 하얗게 드러나있는 동물의 뼈들만이 이곳이 포식자와 피식자 간 피튀기는 생존의 대결이 펼쳐지는 냉혹한 전장임을 상기시켰다. 푸른 풀밭 위 갈빗대 모양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들소의 유골은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평화로워보이는 잔디밭, 곳곳에 남겨진 동물의 유골들...
한국의 놀이공원들이 롤러코스터 따위 놀이기구들을 묶어 `빅5' 티켓을 팔곤 하는데, 빅5는 아프리카의 게임드라이브(Game Drive·사파리관광)에서 나온 말이다.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물소), 사자, 표범을 가리켜 아프리카 사람들은 빅5라 부른다.
게임드라이브 안을 돌아다니는 레인저(안내원)들은 무전기까지 동원해 서로들 정보를 주고받는다. 빅5의 출현에 맞춰 `물을 먹지' 않으려면 기민해야 한다. 레인저 차량들이 많이 모여 있다 싶은 곳엔 빅5 중의 하나가 있다.
코끼리나 코뿔소 같은 동물들은 언제나 인기이지만, 뭐니뭐니해도 관광객들이 가장 환호하는 것은 사자다.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지자 드디어 사자가 떴다! 공원 안을 돌아다니던 레인저와 관광객들이 속속 모여들고, 그 사이로 포위되듯 사자 가족이 보였다. 사자들의 사냥이 시작되고 있었다.
숫사자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먹이를 구해오는 것은 암놈들의 몫이다.
`동물의 왕'이라는 표현 그대로, 사자는 사자였다. 누와 얼룩말떼가 몰려있는 곳 가까이로 암사자들이 몸을 낮춰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초원엔 긴장이 감돌았다. 배를 땅에 끌듯 몸을 낮춰 얼룩말떼에게서 5m 떨어진 곳까지 암사자가 접근했을 때 관광객들은 아쉽게도 차를 돌려 공원을 나와야 했지만 다음날 새벽, 처참함이 가시지 않은 사자들의 포식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마사이마라의 롯지.
마사이마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묵는 곳은 소파 롯지(호텔). 아프리카풍 강렬한 원색과 문양들로 가득찬 초가지붕 모양의 호텔이다. 근처에 발전소가 없어 자가발전을 해야하는 탓에, 밤이 되면 객실 문만 나서도 칠흙같은 어둠이었다.
야간 경비를 서던 호텔 직원은 "가끔씩 가젤이나 얼룩말이 객실 옆 수풀에까지 내려오고 사자들이 따라오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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