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뉴욕, 할렘

딸기21 2008. 6. 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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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아프리카'에 간다고 치자. 보통 사람들은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이렇게 나라 이름으로 얘기를 하지만 아프리카는 통칭 아프리카다. 왜냐? 잘 모르니깐.. 


그러니까 아프리카는 가난한 곳이고, 흑인들이 사는 곳이다. 세상엔 미국인 프랑스인 영국인 일본인 기타등등... 그리고 '흑인들'이 있다. 역시나 아프리카인들은 '통칭'으로 불린다. 왜냐? 잘 모르니깐... 케냐인이건 가나인이건 거기가 거기, 다 '흑인들'이라고 해버린다. 


버락 오바마 자서전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나는 흑인이니 백인이니 따지는 거 싫어, 난 그냥 나 개인일 뿐이야." 흑인들이 인종문제를 애써 무시하려 할 때 전형적으로 하는 말들이란다. "난 '개인'이란 말야!" 하지만 아르마니를 입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 뉴요커 변호사라 해도 흑인은 그냥 흑인으로 치부된단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르마니를 입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 뉴요커 변호사의 자존심을 건드린다는 소리인데. 뭔소리냐면 '고정관념'은 그만큼 무겁단 얘기다.

아프리카를 갔는데, 가보니깐 거기가 너무너무 도시화돼서 마천루가 늘어서 있고, 전철 슝슝 공원은 잘 다듬어져 야생의 세계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면. 한마디로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어느 도시가 '우리처럼 잘산다면' 아마 대개는 실망을 할 것이다. '아프리카=야생/야만/미개발/미개' 같은 것이 아무래도 우리 머리 속 고정관념이고 보면.



농구하고 노는 소년들


미국 갔을 때 뉴욕에서 할렘 투어를 했다. 그런데 할렘의 주택지역이 너무 깨끗했다. 실망해야 하나? 순간 뇌세포가 머뭇거린다. 뭐야, 이건 할렘이 아니잖아... 끈끈하고 질척거리는 검은 할렘이 아니잖아...


요즘 그것이 할렘의 딜레마란다. 못 살고 지저분하고 질척이는 할렘을 보여줘야 '할렘투어'로 돈을 벌 수 있을텐데, 요새 할렘 땅값이 많이 올랐댄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임기 끝나고 할렘에다 사무실을 차렸는데(그래봤자 이번 민주당 경선에선 흑인들 표 얻는데 실패했지만) 그 뒤로 할렘 부동산 투자 붐이 불었단다. 할렘 땅값 올라간걸 클린턴 탓이라 할 순 없지만, 암튼 거기 사람들 말로는 "외지인들만 돈 챙겼지, 우린 챙긴 것도 읎어~" 땅투기 바람 불면 외지인들만 돈 챙기는건 경기도나 뉴욕이나 마찬가지인듯.


재즈... 를 들어야 한다고 해서 재즈까페에 갔는데, 우연히도 모두 백인 뮤지션들... ^^;;

어느 거리, 바닥에 이렇게 흑인 유명인사들을 기념하는 동판이 붙어 있었다.


딸기마을 표지로 한참 울궈먹은 벽화

 


나는 노점상을 찍는게 좋은데, 노점상들 찍다가 욕 먹거나 돈 내야하는 경우가 있어서 장소에 따라선 좀 조심을 해야 한다.


할렘 거리의 DVD 노점상. 저기 보이는 영화들은 모두 흑인이 주연을 한 것이거나 흑인을 주제로 한 것이다.


할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아폴로 재즈클럽.



할렘이 뭐 이래! 너무 깨끗하잖아! 흑인 대선후보가 나오는 시대가 되니깐 이젠 할렘에서도 레이시즘의 잔재는 느낄 수 없는거야 머야! 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같던 순간, 눈에 들어온 거리 풍경.


잘 알려진 '흑인 매달린 나무' 사진을 비롯해서 흑인들을 린치하고 살해하고 고문하는 사진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할렘은 할렘이다. 주택가를 벗어나 할렘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상가 거리에 들어섰더니, 분위기는 심상찮아서 멋모르고 '관광'온 사람 주눅들게 한다.



이 사람들 사진 찍었다가 카메라 빼앗길 뻔 했다. 나하고 같이 가던 수잔에게 머라머라 f 문자 써가면서 욕을 했는데 나야 뭐 잘 못 알아들었으니 상관없고... 아마도 백인인 수잔이랑 같이 있어서 욕먹었던 듯. 왜 무섭게 구는거야! 쫄았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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