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2009 스러진 별들

딸기21 2009. 12. 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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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별들이 스러진 한해였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미국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정치인 에드워드 케네디, 인류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틔워준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현대 경제학의 토대를 닦은 폴 새뮤얼슨,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어머니’ 메르세데스 소사까지, 정치·문화·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2009년 세상을 떠났다.


정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로벤 섬 감옥에 갇혀 있을 당시 백인 여성 정치인 헬렌 수즈먼(1917년생)이 용감하게 자신을 면회온 일을 회상하며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에서 “그녀는 우리의 감방에 빛을 가져다 준 첫번째이자 유일한 여성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남아공 백인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에 반대하며 피부색을 초월한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꿈꿨던 수즈먼 여사가 2009년 첫날 노환으로 별세했다.
6월6일에는 ‘베트남전의 설계자’ 로버트 맥나마라(16년생) 전 미국 국방장관이 사망했다. 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그는 린든 존슨 대통령 시기인 68년까지 미국 최장수 국방장관으로 재직했다. 96년 자서전에서 “베트남에서 미국이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공산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 종전을 할 수 없었다”는 고백을 했고,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반대해 다시 눈길을 끌었다. 포드사 사장을 지내며 경제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았던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세계은행 총재로 일하면서 빈국 원조 시스템의 틀을 만들었다. 그의 공과에 대해서는 지금도 평가가 엇갈린다.




‘피플파워’의 상징이던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33년생)이 8월 1일 타계했다. 야당 지도자였던 남편이 암살당하자 정치에 투신한 코라손은 86년 선거 부정을 규탄하며 평화 시위를 주도, 결국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여동생으로 정신지체인올림픽을 창설한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21년생)가 8월 11일 사망했다. 이어 25일에는 케네디 전대통령의 막내동생 에드워드 케네디(32년생) 상원의원이 타계했다. 애칭 ‘테드’로 불렸던 그는 62년 이후 43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민주당을 이끌었다. 형의 못다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 ‘미국의 정신적 지주’로 불렸던 거인이었다. 뇌종양 투병 중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물심양면 지원, 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인들은 미국 정치사의 한 페이지가 마감되는 순간을 바라보며 애도했다.





80년대 아르헨티나 민주주의를 재건한 라울 알폰신(27년생) 전 대통령이 3월 31일 타계했고, 보리스 옐친 정부 당시 러시아 총리로서 경제개혁을 주도한 예고르 가이다르(56년생)가 12월 16일 사망했다. 이란에서는 12월19일 개혁파 성직자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22년생)가 타계한 것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에 다시 불이 붙었다. 9월 11일에는 쿠바혁명 영웅 중 한 명으로 유일한 흑인 사령관이었던 후안 알메이다 부통령(1927년생)이 사망했다.
세계 최장기집권 독재자 중 한명이던 가봉의 오마르 봉고 대통령(35년생)이 6월 8일 숨져, 아들 알리벤 봉고가 권력을 승계했다.

문학·학술

소설·시·평론·희곡·에세이 등 여러 장르를 가로지르며 60여 권의 저작을 남긴 미국문학의 큰 별 존 업다이크(32년생)가 1월 27일 사망했다. 업다이크는 중산층의 단조로운 삶 뒤에 가려진 고독과 갈등을 그린 연작소설 <토끼는 부자다>, <토끼 잠들다>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10월 30일에는 “인간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을 찾아낸 인물”로 평가받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년생)가 10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15년생)이 12월13일 사망했다.




브라질 극작가 아우구스토 보알(31년생)이 5월 2일 세상을 떴다. 보알은 ‘억압받는 자들의 연극’으로 알려진 민중연극론을 통해 연극 무대를 변혁의 공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영화 ‘중앙역’의 주연인 여배우 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브라질 연극을 식민화·유럽화에서 건져낸 사람”이라 평한 바 있다.




소설과 시를 통해 군부독재에 저항했던 우루과이 시인 마리오 베네데티(20년생)가 5월17일 사망했다. 2007년 우루과이를 방문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일부러 몬테비디오에서 그를 문병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우루과이 정부는 바로 국장을 선포했고 스페인어권 전역의 문인들이 그를 기렸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정치학자, 경제학자로 현대사회의 계급 통합 문제에 천착했던 랄프 다렌도르프(29년생)가 6월 17일 별세했다. 70년대 영국으로 옮겨가 런던정경대 학장을 지내며 <산업사회에서 계급과 계급투쟁>, <새로운 자유> 등의 역저를 남겼다. 덴마크 물리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닐스 보어(22년생)도 9월 8일 타계했다.

예술·대중문화

6월 25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58년생)이 갑자기 숨을 거뒀다. 20세기 후반기 대중문화의 가장 빛나는 별, 팝의 히어로였던 잭슨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전세계에 애도 물결이 일었고, 추모 음반과 이벤트들이 줄을 이었다. AP통신은 “팝의 역사에서 가장 중대하고 충격적인 죽음 중 하나”라며 잭슨의 사망 소식을 올해 최대 연예계 뉴스로 꼽았다. <사랑과 영혼>, <더티댄싱>으로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52년생)도 췌장암으로 9월 14일 사망했다.






존 프랑켄하이머, 알프레드 히치콕 등의 거장들과 작업하며 150편이 넘는 영화 음악을 남긴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자르(24년생)가 3월 29일 사망했다. 자르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인도로 가는 길>로 세 차례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했다. 6월 30일에는 독일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40년생)가 암으로 숨을 거뒀다. ‘탄츠테아터 부퍼탈 피나 바우쉬’ 발레단을 이끌며 20세기의 독보적인 안무가로 군림했었던 인물. 3월 28일 타계한 러시아 발레리나 예카테리나 막시모바(39년생)는 88년 은퇴할 때까지 30년간 볼쇼이 무대를 지배했고 이후 코치로 활동한 ‘볼쇼이의 전설’이었다.





아르헨티나 ‘민중의 어머니’인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35년생)가 10월 4일 사망했다. 검은 머리 때문에 ‘라 네그라’(검은 여인)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소사는 라틴아메리카 민중음악운동인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을 이끌었다. 76~83년 군부독재정권 시절 망명생활을 하기도 했다.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영국 가수 스팅, 미국 가수 조안 바에즈, 브라질 가수 카에타노 벨로주 등과 작업하며 명성을 얻었다. 50여년간 미국인들의 애환을 노래한 ‘블루스의 여왕’ 코코 테일러(28년생)는 위장 수술 합병증으로 6월3일 별세했다.

기타

미국 TV 뉴스의 전성기를 연 방송인 월터 크롱카이트(16년생) 7월 17일 사망했다. 크롱카이트는 62~81년 CBS ‘이브닝뉴스’를 진행하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과 최초의 달 착륙, 워터게이트 사건, 베트남 전쟁, 이란 인질 사태에 이르는 미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공정한 시각으로 전달해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인물’로 불렸다. CBS의 원로 앵커 밥 시퍼(72)는 “월터는 우리 (앵커) 모두의 전범이었다”며 추모했다.





미국 신보수주의자(네오컨)들의 대부로 불리던 정치평론가 겸 저술가 어빙 크리스톨(20년생)은 9월23일 숨졌다.
영화 <나홀로 집에>로 유명한 미국 영화감독 존 휴즈(50년생)는 8월 6일 산책 도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일본 만화 <짱구는 못말려>의 작가 우스이 요시토(58년생)는 등산을 갔다가 실종된지 여드레 만인 9월 11일 주검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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