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998

[창비주간논평] 아프간 사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은

9·11, 10·7, 8·31. 암호 같은 이 숫자들은 이번 세기에 들어와 유라시아 내륙의 척박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을 불길 속으로 몰아넣은 날짜들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부에서 테러범들이 초유의 테러공격을 저질렀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은 아프간 폭격을 시작했고,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수도 카불을 버리고 도망쳤다. 3년간의 미군 점령통치를 지나 새 정부가 출범하고 원조금이 흘러들어갔다. 민선 정부는 부패했고 탈레반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프간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듯했다. 학교가 문을 열고 여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했다. 여성 각료가 임명되고 독립적인 언론도 생겨났다. 원조금에 의존하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경제도 성장했다. 그럼에도 도저히 탈레반을 제거할 수 없었..

[구정은의 '수상한 GPS']난민캠프가 된 기지...아프간의 '미래'가 떠난다

카타르 남동쪽 사막에 알우데이드라는 공군기지가 있다. 카타르 땅에 있지만 이곳은 온전한 카타르의 영토라 보기 힘들다. 인구 280만 명 가운데 자국민은 12%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인 카타르는 육해공군을 다 합쳐도 병력이 1만2000명이 채 못 된다. 카타르가 택한 방어수단은 국방의 아웃소싱이다. 1996년 수도 도하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알우데이드 기지를 짓고 3년 뒤 미군을 ‘유치’했다. 미군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공격 때 이 기지에서 전투기를 발진시켰다. B52 전폭기와 호넷 전투기가 날아오르던 시절에도 군사시설이라 언론의 이목을 피해가던 이 기지는 요즘 전쟁 때보다 더 어수선하다. 아프간이 전쟁 20년만에 다시 극단조직 탈레반에 장악되고 난 뒤, 아프간 수도..

[라운드업]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 상황 정리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자폭 공격이 일어났다.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 일대에서 26일 2차례 연쇄 자폭 공격이 벌어졌다. 아프간인 60명 이상이 숨졌고 140여명이 다쳤다. 미군도 13명이 사망했다. 숨진 미군 대부분은 해병대원이며 해군 군의관도 포함돼 있다. 첫 공격은 아비 게이트라는 출입구에서 발생했다. 카불공항에 들어가는 주된 출입구이고 미 해병대가 치안을 맡고 있었다. 아프간인들이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하면 공항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곳이라서 매우 붐비던 상황이었다. 두번째는 영국군이 머물던 공항 주변 바론 호텔 부근에서 벌어졌다. 미군 설명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난 다음에 무장한 범인들이 현장에 있던 미군과 아프간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조직적인 공격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

[구정은의 '수상한 GPS']사이공, 모가디슈, 카불...아프간은 어떻게 될까

카불 엑소더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공항에 몰려든 사람들, 허둥지둥 떠나는 서방 사람들을 실은 비행기와 거기 매달린 사람들의 모습이 연일 뉴스를 채운다. “학살이 일어날 것”이라는 아프간 여성들의 겁에 질린 절규, 그럼에도 대통령마저 도망쳐버린 나라에서 계속 싸우겠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올해 9월 11일 전에 미군을 모두 빼내겠다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발표 뒤 넉 달 만에 아프간은 아수라장이 됐다. 미군 철수 시한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탈레반이 아프간 거의 전역을 장악했고, 8월 16일 카불에 입성했다. 탈레반에 반대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8일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반탈레반 시위가 일어났다. 탈레반은 총을 쏘아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자신들의 깃발을 떼어낸 ..

[구정은의 '수상한 GPS'] 탈레반의 공세, 아프간 상황 정리

2001년 9.11 테러 뒤 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부를 숨겨주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20년을 끌었다.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아프간 정부,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맺었고 뒤이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전쟁 20년인 올해 9월 11일까지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고 몇 달 안 가, 평화정착은커녕 아프간은 다시 내전 상황에 빠져들었으며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해가고 있다. 카불 에워싸는 탈레반 아프간은 34개 주로 나뉘어 있는데 BBC 등이 종합한 것을 보니 전국의 65%는 이미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간 모양이다. 지난 일주일 새 탈레반의 진격은 너무 거셌다. 6일 남부 님루즈 주의 주도 자란지가 주도들 가운데 가..

[구정은의 '수상한 GPS'] 올림픽과 '망명'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망명을 했다. 동유럽 벨라루스의 육상 선수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24)가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가 갑자기 망명을 해버리는 일이 생겼다. 치마누스카야는 망명을 신청한 폴란드의 바르샤바로 가는 비행기에 타려고 했다가 공항 도착 뒤 항공편을 바꿔 오스트리아로 가는 항공기를 탔다. 4일 빈으로 이동한 뒤, 그곳을 거쳐 6일 폴란드에 안착했다.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보면 '영화 같은'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올림픽 참가 중 급히 도쿄를 떠나게 된 과정에서, 거의 납치당할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치마누스카야는 육상 단거리 선수로 100m와 200m에 출전했다. 그런데 예정에 없이 1600m 계주에 출전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와 관련해 자국 육상 코치팀을 비판하는 ..

시베리아 무더위에 산불, 세계가 기후재앙

7.30 전 세계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산불이 남유럽 곳곳을 휩쓸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등...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서는 1000여명이 이재민이 됐다. 정부는 유럽연합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럽도 올해 열파가 계속되고 있다. 기온이 높고 건조하니 곳곳에서 산불이 나는 것이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24시간 새 50여곳에서 산불이 났다"며 "8월에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스페인은 불길이 잡힌 모양이지만. 미국은 대형 산불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유럽도 요즘 산불이 잦은 듯하다. 2007년 그리스에서 대화재가 났다. 그때 산불 피해가 너무 심각해서 각국이 진화작업을 돕고 금..

[출판문화] 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구정은(국제 전문 저널리스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를 진압했다. 팔레스타인 정치조직 하마스는 보복으로 로켓포를 쐈다. 이스라엘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강조하면서, 물밑에서 휴전을 중재했다. 휴전이 성사됐다. 하지만 그 사이에 숨진 사람들은? 그들의 생명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2021년 5월 벌어진 일이다. 전쟁, 분쟁, 평화.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항상 막막하다. 이반 일리치는 ‘평화의 근원적 의미를 생각한다’라는 강연에서 “평화는 시대와 문화영역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고, 문화영역 내에서도 중심부와 주변부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며 “중심부에서는 ‘평화의 유지’가 강조되지만, 주변부 사람들은 ‘평화로이 내버려..

'시대적 특혜'? 집 4채 넘는 사람 전국 몇명일까

에어컨에 이어, 오늘은 또 다른 생활 통계. 시대적 특혜 얘기가 많이 보여서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찾아봄. [경향신문] ‘다주택자’ 집중 비판 받은 김현아 “내집 마련 쉬운 시대적 특혜” 주택소유자는 1433만명, 여성 소유자의 비중은 44.7%. 주택 보유자들은 집 몇 채씩을 갖고 있을까. 평균 1.09호. 대략 1주택이라는 얘기다. 2가구 이상 다주택 소유자는 228만명. 4주택 이상 소유자는 19만4000명. 51주택 이상 소유자 1964명, 어마어마한 사람들인데? [경향신문] 혼자서 주택 ‘1806채’ 보유...강남3구 집주인 20%는 다주택 연령별로는 50대가 전체의 25.7%, 다음으로 40대, 60대, 30대, 70대순. 40~50대가 전체 소유자의 48.8%를 차지. 일하고 돈 벌어 집..

에어컨 있는 집 80%, 저소득층은 20%

캐나다와 미국 북부 무더위 때 피해가 컸던 이유가 에어컨 없는 집이 많아서였다고. 가구당 에어컨 보급률이 34~50% 선이었는데, 원체 무더위로 고생하는 지역은 아니니까 상황이 이해는 된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한국의 에어컨 보급률은 2013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가구당 0.78대, 전력거래소 2019년 자료로는 가구당 0.97대. 거의 모든 집에 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집에 여러 대 있는 경우가 있어서 가구당 보급률은 81.9%. 하지만 서울연구원 2019년 조사에서 서울의 저소득층 다섯 집 중 네 집은 에어컨이 없다는 기사가 보인다. 전력거래소 보고서에 실린 그림을 보면서, 우리집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세어봤다. 그림에 나온 것들 중 18개가 있다. 그 중에 진공청소기, 김치냉장고, 정수기는 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