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10·7, 8·31. 암호 같은 이 숫자들은 이번 세기에 들어와 유라시아 내륙의 척박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을 불길 속으로 몰아넣은 날짜들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부에서 테러범들이 초유의 테러공격을 저질렀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은 아프간 폭격을 시작했고,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수도 카불을 버리고 도망쳤다. 3년간의 미군 점령통치를 지나 새 정부가 출범하고 원조금이 흘러들어갔다. 민선 정부는 부패했고 탈레반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프간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듯했다. 학교가 문을 열고 여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했다. 여성 각료가 임명되고 독립적인 언론도 생겨났다. 원조금에 의존하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경제도 성장했다. 그럼에도 도저히 탈레반을 제거할 수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