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467

흑인 청년의 죽음, 20년 넘게 진상규명 하고 있는 영국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데에도 ‘시효’가 있을까. 죄없이 살해된 한 흑인청년의 죽음을 둘러싸고 영국에서는 20년 넘게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조사를 못 믿겠다는 유가족의 호소, 시민들의 진상규명 요구, 독립적인 조사위원회의 조사, 그리고 거듭되는 재조사. 이 과정은 진실을 찾기 위한 싸움이 얼마나 길고 지난한지를 보여준다. 가디언은 9일 독립경찰민원위원회(IPCC)가 런던경찰청장을 지낸 존 스티븐스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IPCC는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고 여겨지거나 오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는 기구다. 이 기구는 경찰청이 인권단체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스티븐스가 조사에 회부돼야 함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발단은 1993년 흑인 청년 스티븐 로런스(당시 ..

[월드 피플]르펜의 전쟁... 프랑스 극우파 ‘아버지와 딸’ 싸움  

‘르펜의 전쟁.’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대표 마린 르펜(46)이 거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는 집권 사회당도, ‘경쟁자’인 우파 야당 대중운동연합(UMP)도 아니다. 이번 르펜의 싸움 상대는 바로 국민전선을 만든 자기 아버지 장-마리 르펜(86)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르펜들의 싸움’이라며 말 많고 탈 많은 부녀 간의 공방전을 8일 보도했다. 발단이 된 것은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발언이었다. 그는 1987년 유대인들을 대량학살한 독일 나치의 ‘가스실’을 가리켜 “역사의 사소한 부분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히틀러 정권과 협력했던 2차 대전 당시 프랑스 지도자 필리프 페텡을 옹호했다. 그는 지난 2일 그 발언에 대해 질문을 받자 “가스실 발언을 후회한 적 없다”며 ‘소신’을 되풀이했다. 20..

불치병 러시아인, ‘머리 이식 수술’ 자원  

2005년 12월, 프랑스의 유명 외과의사 장 미셸 뒤베르나르 박사가 이끄는 의료진이 개에게 물려 얼굴을 크게 다친 38세 여성에게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얼굴 일부를 이식했다. 이 여성은 얼굴을 심하게 다쳐 음식을 씹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페이스오프 수술’이라고 불렸던 사상 최초의 이 안면이식 수술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면역체계 이상이나 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긴 했으나 환자는 다행히 회복됐고 몇년 뒤 ‘새 얼굴’에 적응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화 로 널리 알려진 안면이식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기록됐지만, ‘머리 이식’은 어떨까. 이탈리아의 신경외과의 세르지오 카나베로는 2013년 국제신경외과학회보에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신체에 이식하는 수술을 시도해보겠다는 글을 싣고, 머리 이식의 앞글자..

“말라깽이 모델 쓰지 마!” 프랑스 ‘울트라 스키니 모델’ 규제법안 통과  

“말라깽이 모델 쓰지 마!” 이스라엘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패션업계가 ‘말라깽이 모델’을 고용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AP통신 등은 프랑스 하원이 3일 ‘말라깽이’ 모델을 쓰거나 모델들에게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강요하는 패션업계의 관행을 금지시킨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프랑스 내에만 적용되는 것이지만, 프랑스가 세계 패션의 중심지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세계 패션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의회가 논의 중인 공공보건법 개정안 중의 일부로, 모델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공공보건법 전체 법안은 다음주 표결에 부쳐지며 하원에서 통과되면 상원 표결에 들어간다. 이번 ‘모델 규정’은 체질량지수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는 사..

케임브리지 대학 지하에 공동묘지  

“우리 학교가 있는 자리가 옛날에는 공동묘지였다.” 흔히 들을 수 있는 ‘학교 괴담’ 중 하나다. 영국의 유서깊은 케임브리지대 부지 아래에서 중세의 묘지가 실제로 발견됐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케임브리지대 밑에서 중세 의과대학의 공동묘지가 발굴됐다고 1일 보도했다. 고고학자들은 이 대학 내 여러 칼리지 중의 하나인 세인트존스칼리지 지하의 중세유적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1300여개의 무덤과 400구에 이르는 ‘완벽한 형태’의 인체 유골을 찾아냈다. 이 외에도 인체 유해 1000여점이 발견됐다. 유골들은 13~15세기의 것으로 보이며, 당시 이 곳에 있었던 세인트존스 복음주의 병원 묘지에 묻혔던 것으로 추정된다. 묘지는 1511년까지 사용됐다. 이 대학 고고인류학부의 크레이그 세스포드 교수는 “영국에서 ..

[뉴스 깊이보기] 프랑스 대선 재출마 탄력받은 사르코지

사르코지의 ‘권토중래.’ 29일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이 대승을 거뒀다. UMP와 함께 마린 르펜이 대표로 있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도 선전을 했으나 집권 사회당은 경제난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하면서 참패를 당했다. 이번 승리로, 차기 대선 재출마를 노리는 사르코지 앞에 파란 불이 켜졌다. AFP통신은 전체 101개 도의 도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UMP 등 우파가 3분의 2에 해당하는 66개 도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 이 정당이 다수당이었던 지역은 41개였는데 이번 선거로 크게 늘었다. 사르코지는 “국민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정책을 거부한 것”이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올랑드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

독일 여객기 추락 “150명 사망”… 올랑드·메르켈에게 ‘7시간 공백’은 없었다

승객과 승무원 150명을 태우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출발해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던 독일 여객기가 24일 프랑스 알프스 산지에 추락했다. AFP통신 등은 루프트한자 계열 저가항공사 저먼윙스 소속 4U 9525편 항공기가 해안도시 니스에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프랑스 남동부 바르셀로네트 지역의 메올랑-레벨 부근에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사고기는 에어버스 A320 기종(사진)으로, 승객 144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긴급속보 “알프스 여객기 추락” 승객과 승무원 등 150명을 태우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출발해 독일로 향하던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사인 저먼윙스 항공기가 24일 프랑스 알프스 산지에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C..

프랑스에서 강도들이 107억원어치 보석 강탈  

15명 가까운 강도 일당이 주유소를 덮친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2대의 밴 안에는 900만유로(약107억원) 어치의 보석이 실려 있었다. 강도들은 무장 경비원들이 지키던 밴들을 털고 유유히 사라져간다. 영화같은 보석 강탈사건이 프랑스에서 또 일어났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200km 가량 떨어진 아바용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근. 이 지역을 관할하는 옥세레 지방 검사는 AFP에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보석을 찾기 위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장 강도들은 보석 운반차량 운전자들을 위협해 내리게 한 뒤 몰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 주변 수풀 사이에서 불에 탄 운반차량들을 찾아냈으나 이미 보석은 사라진 뒤였다. 경찰은 헬기까지 투입해 주변 지역을 뒤지고 있다. 프..

런던 중산층 청년은 왜 ‘지하드 존’이 되었나

2015.03.10ㅣ주간경향 1116호런던 중산층 청년은 왜 ‘지하드 존’이 되었나 시리아·이라크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의 잔혹성을 세계에 알린 것은 지난해 8월 이들이 저지른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사건이었다. 이어 또 다른 미국인 기자와 영국 구호요원이 이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때 미국 못잖게 충격에 빠진 것은 영국이었다. 인질들에게 칼을 겨눈 동영상 속 검은 복면의 무장조직원이 완벽한 영국식 억양의 영어를 구사했던 것이다. 이 남성에게는 ‘지하드 존’(Jihadi John)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하드 존의 신원이 공개됐다. BBC는 2월 26일 복면 괴한이 “쿠웨이트 태생의 27세 영국 남성 모하메드 엠와지”라고 보도했다. 고토 겐지 등 일본인 인질들 살해 협박 영상 속 인물도 엠와지로 ..

러시아, 기나긴 암살의 역사  

러시아의 황제 표트르3세는 1762년 1월에 즉위했지만 차르 자리에 앉아있었던 기간은 반년에 그쳤다. 황태자 시절부터 종교의 자유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을 비롯해 서유럽식 자유화를 추진하고 싶어했던 그는 짧은 재위 기간에 220개가 넘는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권력이 줄어드는 것에 반발한 근위병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6개월만에 폐위시켰고, 며칠 뒤 쫓겨난 차르는 암살당했다. 살인범의 정체는 미궁에 빠졌으나 후대 학자들은 표트르3세의 황후였고 뒤이어 즉위한 예카테리나 여제 쪽의 짓으로 본다. 표트르3세의 죽음 이후 250여년이 지난 또다시 ‘암살’이 러시아를 들쑤시고 있다. 제1부총리까지 지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며 야권 지도자로 변신했던 보리스 넴초프가 지난달 27일 피살됐고, 그 여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