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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시아파의 득세

딸기21 2003. 4. 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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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이후 후세인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시아파 무슬림들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 행정공백을 메우며 전후 복구활동을 도맡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시아파들이 행정기구를 장악, 미군과 대립하고 있으며 바그다드에서도 반미시위가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

군정기간 이라크를 통치할 재건인도지원처(ORHA)의 제이 가너 처장이 바그다드에서 집무를 시작한 첫날인 21일 시내에서는 시아파 무슬림 4000여명이 미 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군과 외신기자들이 묵고 있는 시내중심가 사둔 거리의 팔레스타인 호텔 앞에서 "식민지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종교지도자 셰이크 무하마드 알 파르투시의 석방을 요구했다. 가너 처장은 "나는 지배하러 온 것이 아니라 도와주러 왔다"고 주장했지만 반미시위는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인구(약 2700만명)의 65% 정도를 차지하면서도 후세인 정권 시절 억눌려 살았던 시아파들은 종교조직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는 핵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그다드의 빈민가인 사담 시티는 29살의 젊은 나이에 시아파 지도자로 떠오른 사예드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이름을 따 '사드르시티'로 개명됐다. 사예드 알리 시스타니가 이끄는 시아그룹은 각 지역에서 기금을 모아 정부 대신 병원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거나 생필품을 제공하면서 전후 복구활동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이슬람신학교를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 소총으로 무장한 청년들을 동원해 약탈자들을 체포ㆍ투옥하고 거리를 감시하며 경찰 임무까지 수행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어느 곳에서나 흰 터번을 두른 셰이크(종교지도자)들과 이맘(학자)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매일 회의를 통해 정책을 세우면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전했다.

시아파 최대 성지인 남부 나자프와 카르발라에서는 후세인 정권 때 금지됐던 순례행렬이 다시 시작됐다. 카르발라에서는 예언자 무하마드의 손자인 순교자 후세인을 기리는 행사가 소집돼 시아파들이 대대적으로 집결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2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 공백 상태에서 '민중권력'으로 떠오른 시아들은 미군정에 맞서 저항운동을 펼치려 하고 있다. 시아파 안에서도 온건파들은 비폭력 저항운동을 펼친다는 입장이지만 반체제지도자 무하마드 바케르 알 하킴 세력은 이란식 이슬람공화국 수립을 표방, 적극적인 반미투쟁을 전개하려 하고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알 하킴측은 이란에서 훈련받은 반군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아파와 미군 사이에 벌써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란 국경 근방인 쿠트에서 시아 무슬림들이 시청을 접수, 미 해병대와 대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부에서는 친이란계 시아파 쿠르드조직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지도자 잘랄 탈라바니를 중심으로 "어떤 외세 개입도 거부한다"며 버티고 있다.


 

미군이 이라크에 영구주둔할 수 있을까?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21일 미군이 이라크에 장기주둔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미국은 중동지역의 미군을 재배치할 경우 우방국들과 협의할 것"이라며 아직 군 배치 문제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이 이라크 내 4곳에 병력을 영구주둔시킨다는 계획을 이미 세웠다고 보도했었다. 이에 대해 럼즈펠드 장관은 "그런 계획은 들어본 일 없다"며 "행정부 안에서 중동 병력배치에 대해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걸프에 배치된 미군이 어떻게 움직여질지, 이라크에 미군이 장기간 주둔할 것인지가 중동 국가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아직 미 행정부 내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NYT 보도 이후 오히려 다른 미국 언론들은 미군의 이라크 장기주둔설에 회의적인 분위기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둔비용에 비해 병력 배치의 효과가 적다는 주장이 많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의 새 정부 수립을 돕기 위한 관리 병력만 주둔시킨다 하더라도 매달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은 전쟁비용으로 200억달러를 소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과 국방부에서 전비 문제로 조기철수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정부 이후 명실상부한 새 정부 수립과 시장경제 도입과정을 미국이 모두 관리하는 것보다는 수개월 이내에 이라크 기본 복구사업을 마무리하고 과도정부에 뒤처리를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전술적으로도 적대 국가인 이란과 시리아 가운데에 미군기지를 두는 것이 과연 유리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분석을 인용, "이라크 남북부의 유전과 서부의 광활한 사막지역을 관리하기 위해 병력 주둔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이란-시리아 사이에 기지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의 반발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군의 이라크주둔은 반미감정을 더욱 부추길 것이고, 96년 사우디아라비아 호바르 미군기지 공격과 같은 미군 상대 테러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21일 미군의 이라크 영구 주둔 보도가 나오자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조속한 철군을 촉구했다.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중동 내 미군배치를 조정해야 한다. 이라크의 비행금지구역 순찰을 위해 두었던 터키 인실리크 공군기지와 사우디 프린스술탄 공군기지의 병력을 더이상 주둔시킬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 내 미군 주둔 문제는 중동 전체, 혹은 세계 전체 미군 재배치 문제와 맞물린 사안인 만큼 결론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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