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중동평화 로드맵

딸기21 2003. 4. 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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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종식시킬 중동평화 로드맵이 확정됐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미 행정부가 중동평화안의 골격을 담은 '로드맵'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29일 보도했다. 이라크전쟁을 끝낸 미국은 로드맵 발표를 계기로 이-팔 평화협상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 유엔 대표들이 4자 협상을 거쳐 작성한 `로드맵'은 3단계 평화정착방안으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폭력중단과 신뢰회복 단계'다. 팔레스타인은 테러를 중단해야 하며, 이스라엘은 2000년9월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봉기) 이후 점령한 곳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일절 중지해야 한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자치 기능을 되살린다.
양측은 올해 안에 2단계 과도기로 전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출범시킨다. 팔레스타인의 첫 총리로 지명된 마흐무드 압바스(아부 마젠)는 29일 내각을 발표, 새 정부 구성의 첫발을 내디뎠다. 새 정부는 이른 시일 내 총선을 실시, 독립국가를 탄생시킨다. 당초 지난 1월 역사적인 총선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무산됐었다.
3단계에서 양측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영구적인 지위를 확정, 평화협정을 맺고 분쟁을 종식시킨다. 내년초 로드맵을 작성한 4자와 이-팔 양측이 모여 이스라엘이 무력점령한 동예루살렘 귀속문제와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문제, 최종 국경선 확정, 이스라엘과 시리아.레바논 간 갈등 해소방안 등을 포괄적으로 협상한다. 이-팔 양측은 협상결과를 바탕으로 2005년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로드맵은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시작된 평화정착 방안을 구체화시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시간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과거 오슬로평화협정도 가자-예리코 자치와 팔레스타인 총선, 최종 지위 협상의 3단계로 구성돼 있었으나 마지막 단계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일단 팔레스타인 독립의 스케줄은 정해졌지만 로드맵이 55년간 계속되고 있는 중동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로드맵은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논의는 모두 내년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성격도 명실상부한 주권국가가 아닌 `주권적 속성을 가지는 국가'로만 규정, 논란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어떠한 무력(군대)도 가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압바스 총리가 팔레스타인 내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위상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압바스 총리는 29일 과격단체들을 무장해제시키겠다고 했지만 무장단체들은 곧바로 거부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 2명을 사살했다. 무장단체들은 그 보복으로 텔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 부근에서 30일 새벽 자살 폭탄테러를 일으켜 3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신뢰회복으로 가는 길은 아직은 멀어보인다.

2살 아기까지 죽여야 하나 (2003.5.3)

미국과 유엔 등이 중동평화정착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전달한지 하루만에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공격해 15명을 사살했다.
이스라엘군은 1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대대적으로 공격,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를 비롯해 15명을 숨지게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새벽 장갑차 60여대와 헬기, 탱크, 불도저를 동원해 가자지구 동부 사자이야를 15시간 동안 공격했다. 오후에는 하마스 지도자인 유세프 아부힌(38)과 그의 형제 2명을 사살했다.
이 과정에서 2살짜리 아기를 비롯해 팔레스타인인 9명이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헤브론 남부 야타에서도 팔레스타인인 2명을 사살했다. 이밖에 가자지구 라파에서 과격단체들의 무기 밀수 터널을 수색한다며 주택 20여채를 파괴하고 영국인 평화운동가 1명을 연행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에도 미국인 평화운동가를 살해했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전날 텔아비브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단행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공격은 `로드맵'으로 모처럼 조성된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어서 앞으로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는 이날 첫 각료회의를 소집,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은 팔레스타인 새 내각과 로드맵에 대한 전쟁"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미국은 유엔과 함께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중동평화 로드맵을 전달함으로써 평화정착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평화의 중재자'로 나선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재선'과 `중동질서 재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1일 전망했다.
전임자인 빌 클린턴 전대통령이 이·팔 문제 해결에 외교력을 집중했던 것과 달리 부시대통령은 취임 이후 의식적으로 이 문제와는 거리를 뒀었다. `잘 해야 본전'인 문제에 섣불리 손대기보다는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이라크전 전후처리와 맞물려 이제는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게 됐고, 어떻게든 개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중동분쟁과 관련된 부시대통령의 국내정치적, 국제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한다는 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보수적인 유태인들의 비위를 건드리면 재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진다.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치인들은 새 로드맵에 벌써부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공화당 하원지도자인 톰 들레이 의원은 1일 "로드맵이 이스라엘에 해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국내 보수파의 눈치만 보고 있을 수도 없다. 이라크 전으로 형성된 아랍권의 반미감정은 반이스라엘 정서와 맞물려 있다.
아리엘 샤론 총리 취임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침공하고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점령과 유대인 정착촌 건설 정책은 팔레스타인 무장집단의 테러 못잖게 평화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주요 평화구상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발표해온 전례를 깨고 공식 발표절차 없이 이·팔 양측에 전달하는 형식으로 처리했다. NYT와 로이터통신 등은 백악관이 미리부터 로드맵에 대한 기대수위를 낮추는 것은 부시대통령이 처한 `이스라엘 딜레마'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동문제에 발을 들였다 진창에 빠진 꼴이 됐던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협상을 추진하되 너무 깊이 개입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려는 것이라고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시대통령이 이라크전 승리가 가져다준 중동 패권을 휘둘러 평화협상을 강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점령정책을 중단시키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의 테러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신뢰를 쌓는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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