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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북부 산호세 구리광산에 2달 넘게 갇혀 있는 광부 33명이 며칠 내 구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라우렌세 홀보르네 칠레 광업부 장관은 9일이면 광부들이 갇혀 있는 지하 624m 지점까지 드릴이 들어가 구조용 갱도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7일 말했다. AP통신 등은 홀보르네 장관의 말을 인용, 이르면 11일부터는 광부들이 구출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산호세 구리광산 주변에서 구조팀이 불을 밝히고 7일 구조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P
지금 현장 주변에는 굴착을 끝내고 광부들을 구조하기 위한 전문가 26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당국이 광부들에게 ‘언론 대처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구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답니다.
최악의 경우 11월에 이르러서야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던 당초의 예측보다는 굴착이 빨리 진행돼 구조작업도 일찍 시작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구조팀은 오랜 기다림 만큼이나 신중하게, 광부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해 작업을 한다는 방침입니다.
구조팀의 계획은 일단 통로를 확보하고 2~3일 안에 광부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오는 것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8~10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이네 마날리치 보건장관은 “이번 주말에 T-130 드릴이 광부들이 있는 곳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즉시 모두를 구조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레 설명했습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17일부터 유럽을 순방하는데, 그 전에 광부들이 구조됐으면 하는 바램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국은 “구조 날짜를 섣불리 못박을 수는 없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광부들의 안정과 건강, 그리고 이에 대한 기술진의 판단”이라고 강조합니다.
매몰된 광부들은 칠레인 32명과 볼리비아인 1명인데요. 지난 8월 5일부터 7일까지 63일째 갱도에 갇혀 있습니다. 두 달 넘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려온 사람들에게, 앞으로의 며칠은 정말 ‘일각이 여삼추 같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구조 절차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칠레 당국의 설명을 종합, 구조작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소개했습니다.
1. 먼저 국영광업회사 코델코(Codelco)의 전문 기술자가 구조용 캡슐을 타고 광부들에게 내려갑니다. 광부들을 들어올리기 전에, 캡슐이 무사히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거지요.
앞서 구조당국은 ‘피닉스(불사조)’라 이름 붙인 구출용 캡슐 3개를 공개했습니다. 구출 통로가 잘 뚫려있는 것이 확인되면 코델코 기술자 12명이 더 아래로 내려가서 광부들을 캡슐에 태울 준비를 합니다.
2. 해군 의료장교가 코델코 기술자의 뒤를 이어 갱도로 내려갑니다.
거기서 광부들을 신체적,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적합’으로 분류된 그룹이 먼저 올라가고, ‘쇠약’ 그룹이 그 뒤에, ‘가장 적합’으로 분류된 그룹이 맨 마지막으로 올라갑니다. 즉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가운데에 놓고, 가장 건강한 사람들은 마지막에 구한다는 것이죠. 심리적으로 불안상태인 사람에게는 안정제 등을 투약하게 됩니다.
3. 광부들은 구조용 캡슐에 들어가서 선 상태로 자리를 잡습니다. 캡슐은 무게가 450kg 인데 안에는 와이파이 통신 설비와 카메라, 최장 90분간 사용할 수 있는 산소탱크가 있고요, 신체의 신호를 측정하는 벨트를 채워 심장박동 등을 체크한다고 합니다.
이 캡슐로 한 번에 한 명씩을 끌어올리는데, 만일의 사고가 일어날 경우 캡슐 안에 있던 사람이 바닥을 열고 다시 갱도 안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캡슐에 탄 광부를 지상까지 끌어올리는 데에는 15분 정도가 걸리지만, 캡슐이 내려갔다가 광부를 싣고 올라오기까지 모든 절차를 거치려면 1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4. 광부들이 갑자기 빛을 보면 시각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갱도 입구에는 차단막을 설치한 통로를 만들어 놨습니다. 의료진이 통로 안에 대기하고 있다가 광부들을 진료소로 데려가 진찰합니다.
5. 광부들이 가족들을 모두 만나려면 그러고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우선은 광부 1명 당 가족 2명씩을 먼저 컨테이너 숙소에서 만나게 됩니다. 누구를 만날지는 이미 광부들이 각자 정해서 지상에 통보를 했고요. 컨테이너에는 침대, 탁자, 의자, 그리고 지하에 갇혀 있는 동안에 갖고 있던 소지품이 들어가게 됩니다.
매몰된 광부의 가족이 갱도 밖에서 구출을 기다리면서 칠레 국기 위에 메시지를 쓰고 있습니다. /AFP
지하에서 갖고 있던 소지품은 왜 필요할까요? 악몽같은 시절도 추억으로 되새기라고 두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요. 심리적 안정을 위한 조치입니다.
6. 그러고 나서 헬리콥터로 광부들을 대여섯명씩 그룹으로 나누어, 인접한 도시인 코피아포의 지역 병원으로 데려갑니다. 여기서 최소 24시간 이상 정밀 검진을 받습니다.
7. 광부들은 가족들에게로 돌아가 다시 ‘정상 생활’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적지 않을 것이기에, 심리학자들과 사회보장 상담사 등이 앞으로 6개월 이상 그들의 생활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게 됩니다.
누가 맨 마지막에 구출될까
구조 절차만큼이나 궁금한 것, 특히나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에겐 중요한 것이 “누가 먼저 구조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미 지상에서 기본적인 리스트는 만들어 놨다고 합니다. 원격 검진을 매일 해왔고, 또 광부들의 나이, 심리상태, 성격 등을 감안해서 작성했다고 합니다. 해군 군의관들은 현장에서 이를 바탕으로 실제 구출 순서를 정하게 됩니다.
맨 첫 구조자와 맨 마지막 구조자는 관심의 대상입니다.
맨 처음 캡슐을 타는 사람은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담력, 그리고 뒤이어 구조될 동료들에게 지상에서 구출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합니다.
에디손 페나라는 광부는 운동선수 경력이 있고 지하에서도 매일 10km 씩 딸리면서 체력을 유지해왔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가장 먼저 구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고 나서 고령자와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오게 됩니다.
마지막 구조자가 누가 될지, 칠레 언론들은 연일 추측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는 데요. 조난을 당한 뒤 외부와 연락이 닿기까지 17일 동안 동료들을 이끌고 다독였던 루이스 우르수아가 인간승리의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할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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