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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첫 여성대통령 나오나

딸기21 2010. 10. 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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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끌었던 브라질 대선이 3일 실시됐습니다. 


집권 8년째가 되도록 여전히 지지율이 초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선거죠. 지난 8년간 브라질은 ‘룰라의 브라질’이다 해도 될 정도로 룰라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에 기대어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높였습니다. 


그 룰라의 뒤를 이어받을 사람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브라질이 더 승승장구 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관심을 끌어 모았습니다.


투표 결과 승자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1위 득표자인 집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62) 후보와 2위인 사회민주당의 조제 세하(68) 후보가 이달 말일 결선투표를 치릅니다. 녹색당의 마리나 시우바(52)는 안타깝게도 3위를 기록해,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Dilma Rousseff flashes the "v" sign after casting her ballot at a polling station in Porto Alegre. (AFP)

 

호세프는 이미 2년 전부터 룰라가 “나의 후계자”라며 밀어왔던 사람입니다. 룰라는 대통령 3연임을 금지한 헌법에 발이 묶여서, 지지율이 계속 80%에 육박하는 데에도 이번에 출마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헌을 할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아무튼 룰라가 밀어주긴 했지만 호세프의 인기에 발동이 걸리는 데에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노동자당 후보로 호세프가 내정됐을 때부터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파울루 주지사 출신 갑부 정치인인 조제 세하에게 밀려서 20% 대에 한동안 머물렀지요.

그러다가 최근 룰라의 후광을 입고 지지율이 50~52%가 나와 1차 투표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는데, 1차 투표 개표를 해보니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46.6%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세프는 국제무대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는 사람이죠.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브라질이 군사독재에 신음하던 시절 좌파 무장저항투쟁에 뛰어들어 옥고를 치렀던 투사 출신입니다. 노동운동가인 룰라보다도 오히려 훨씬 더 강성 좌파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요. 룰라 정부에서 에너지장관, 내각 수석장관 등을 지내면서 좌파 투사 이미지를 떨쳐내려 애쓰는 한편, 여성 후보로서 서민 친화적이고 온화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Jose Serra speaks to supporters after the election in Sao Paulo, Brazil, Sunday, Oct. 3, 2010. (AP)


경쟁자인 조제 세하는 페르난도 엥히케 카르도수 전대통령(룰라의 친구였다가 갈라선 사람이죠. 종속이론의 대가였고요) 시절 각료를 지냈던 사람입니다. 연방 상원의원, 시장, 주지사에서 각료까지 정·관계에서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2002년 중도파를 결집시켜보겠다면서 대선에 나왔다가 룰라에게 졌는데 이번에 다시 고배를 마실 것 같습니다. 1차 투표에서 조제 세하 지지율은 32.8%로, 호세프와 차이가 좀 났습니다.


Brazil‘s President Luiz Inacio Lula da Silva (R) is greeted by supporters of Dilma Rousseff during a campaign rally in Sao Bernardo do Campo October 2, 2010. (REUTERS)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남미 이웃나라들 중에는 이미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들이 있지만 브라질에서는 호세프가 당선되면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됩니다.


관건은 역시 여성후보였던 녹색당의 마리나 시우바 지지표가 어디로 가느냐일 것 같습니다. 1, 2위 간 격차가 두자리수 %포인트로 나오긴 했지만, 3위인 마리나 시우바가 예상 밖으로 선전을 하면서 19.5%나 표를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마리나 시우바는 룰라 밑에서 환경장관을 지냈던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적 색깔이 비슷한 호세프의 표를 갉아먹은 걸로 분석됩니다. 그 표가 다시 다 노동자당으로 돌아오면 좋겠지만, 대선 국면에서 집권 노동자당 각료와 관련된 부패 스캔들이 터지는 등 유권자들의 반 여당 심리를 부추기는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 우위로 보고 낙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Green Party presidential candidate Marina Silva gestures at a voting center in Rio Branco, Oct. 3, 2010. (AP Photo/Silva Campaign Office)


호세프가 당선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현재로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 혹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편이 상책이다’ 정도로 전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라질이 원래 큰 나라이고 남미의 맹주였긴 하지만 룰라 집권기간 브라질의 국제적 위상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게 높아졌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매년 고속성장을 계속해 BRICs 즉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4개 신흥 거대개도국 중에서도 특히나 잘나갔고요.


(현재 브라질은 경제규모로는 세계 8위의 대국입니다. 재정 안정, 수출 호조, 내수 확대, 빈곤 근절- AFP가 뽑은 브라질의 승승장구 요인입니다. 저 네가지가 결합됐다면, 경제 점수는 거의 ‘만점’ 아닐까요? 재정 파탄지경에 수출 난조, 내수 침체, 빈곤 확대되고 있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보면 더더욱... -_-)


Brazil‘s Lula waits on election victory for chosen candidate
브라질 대선을 다룬 기사의 주어가 호세프가 아닌 룰라네요.
세계가 이번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ㅎㅎ


이번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사실 “룰라의 정책을 내가 더 잘 계승할 수 있다”며 공약 경쟁을 펼쳤다고 합니다. 


호세프는 말할 것도 없고, 야당인 조제 세하조차도 룰라의 시장친화적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서민들을 돌보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던 거죠. 이 때문에 오히려 노동자당의 공약에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들이 나왔는데요. 


다만 호세프의 경우 룰라가 갖고 있는 카리스마와 정치력을 입증해 보이지 못한 상태입니다. 인물의 차이가 정치력의 차이로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가 문제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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