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은 1979년12월29일 처음 발표됐다. 당시 명단에 오른 나라는 리비아, 이라크, 남예멘, 시리아 4개국이었다. 이들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나라는 시리아 뿐이다. 시리아는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지하드(PIJ), 팔레스타인 정치조직 하마스와 인민해방전선(PLFP) 등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끼었다.
1982년에는 쿠바가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 4월 국무부가 발표한 ‘국가별 테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쿠바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테러범 추적이나 자산 동결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한 스페인 바스크족 분리운동단체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이란계 테러범 등에 피난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와 치안정보부(MOIS)가 테러조직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1984년 등재됐다. 테러지원국 명단과 연계된 미 국무부의 ‘국제테러조직 명단’에는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아랍계 정치조직들이 거의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조직들을 용인하는 국가는 자동적으로 테러지원국 혐의를 씌게 된다.
국무부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알 아크사 순교여단, PIJ, PFLP, 레바논 헤즈볼라 등 레바논·시리아·팔레스타인 무장조직들 대부분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국제테러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 이후에는 “이라크에서 고성능 원격조종폭탄(IEDs) 공격을 벌이는 테러범들”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조직 목록에 들어가게 됐다.
수단은 알카에다를 비호하고 있다는 혐의로 93년 테러지원국 명단에 끼었다. 수단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무장조직 조직원들의 입국 및 자국 내 활동을 불허하고 있으나, 다만 이스라엘과 미국이 싫어하는 하마스를 용인한다는 이유로 계속 명단에 남아있다.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DRC) 등에서 내전을 일으켰던 ‘신의 저항군(LRA)’이라는 무장조직이 수단 남부에 들어와 있다는 것도 수단을 ‘테러지원국’으로 만드는 한 요인이 됐다. 최근에는 유엔 다르푸르 평화유지군 활동을 방해한다는 것이 명분에 덧붙여졌다.
명단에서 제외된 나라들은 대개 미국과 관계가 개선된 나라들이다. 이라크는 이란계 무자히딘할크(인민전사), 쿠르드노동자당(PKK), 팔레스타인해방전선(PLF), 아부니잘 조직(ANO) 등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명단에 들었다가 1982년 사담 후세인이 미국과 협력하면서 제외됐다. 1990년 쿠웨이트 침공으로 다시 올라갔다가 2003년 미군에 점령된 뒤 또다시 삭제됐다.
리비아는 1988년 스코틀랜드 팬암기 폭파사건(로커비사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하고 미국에 협력을 시작한 뒤 2006년5월 공식 제외됐다. 남예멘은 1990년 북예멘과 통합되면서 명단에서 사라졌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정작 미국이 대테러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명단에 오른 일이 한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가장 많이 관련돼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이집트도 명단에 오른 일이 없다. 하지만 쿠바는 1992년 “사회주의권 무장혁명을 지원했던 것은 과거의 일”이라면서 외국의 무장봉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 명단에 오른 나라들에게 적성국교역법(TEA)을 적용, ▲무기 관련 물품 수출입 금지 ▲군사적 용도로 전용가능한 물품(이중 용도 물품)의 무역 제한 ▲경제적 지원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 세계은행이나 국제 금융기구들이 리스트에 올라있는 나라를 지원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이 밖에도 미국 내 법원에 테러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해당국 외교관들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거나 이들 나라의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 미국인·미국기업이 해당국 정부와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 여러가지 부가적인 제재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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