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자동차 산업, 금융위기 '직격탄'

딸기21 2008. 10. 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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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유탄이 실물경제로 튀면서, 가장 먼저 세계 자동차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내리막을 걷고 있던 미국 자동차산업은 고유가·경기 침체에 신용위기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불황을 맞게 됐다.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던 독일 자동차업계도 미국시장의 침체가 세계 전반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잇달아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위기 대응체제’에 들어갔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11일 미국 1, 3위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합병 협상을 하고 있고 보도했다. GM은 지난달부터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보유한 사모펀드 세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협상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버러스는 GM의 금융부문 자회사인 GMAC의 지분도 51%를 갖고 있는데, GMAC의 나머지 지분 51%를 GM에서 넘겨받는 대신 크라이슬러 지분을 넘기는 방식의 ‘주식 맞교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MAC는 부실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 채권 때문에 최근 궁지에 몰렸지만 자동차 보험 사업부문은 여전히 이익을 내고 있다. 세버러스는 연방정부가 모기지 부실 채권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수익이 떨어진 크라이슬러를 팽개치고 GMAC 쪽에 눈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GM과 크라이슬러가 합병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두 회사는 벌써 몇년 째 수익률이 떨어지고 미국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으며 주가도 내리막을 걸었다. 1년전 주당 40달러대였던 GM의 주가는 지난 10일 4.89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앞서 뉴욕증시가 대폭락했던 지난 8일에는 하루만에 주가의 3분의1이 빠져 주당 거래가가 5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자동차 판매량은 18%가 줄었고 손실액이 575억달러에 이르렀다. AP통신은 “GM은 매달 10억 달러를 허공에 날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크라이슬러는 비상장기업이어서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경영손실이 지난해 16억달러, 올 1분기에만 5억10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올들어 판매량이 25%나 줄어, 세계 자동차 메이저들 중에서도 최악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GM은 크라이슬러를 합병할 경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부정적인 전망들을 내놓고 있다. 당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두 공룡회사를 합쳐 하나로 만들 경우 시너지효과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규모를 크게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자동차시장 전문가 에릭 머클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두 회사가 합쳐지면 자본규모는 더 줄고 시장점유율도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당장 돈이 필요하다면 GM은 차라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저금리 대출을 받는 편이 나을 것”이라 충고하기도 했다.

유럽 내 자동차산업을 주도하는 독일도 자동차 수출이 8월 한달에만 2.5% 떨어져 2003년 이래 최대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올 실적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은 독일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산업부문이기도 하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폭스바겐, 포드유럽, 오펠(GM의 유럽브랜드) 등 독일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동차회사들이 일제히 타격을 입었다. 올해 독일의 자동차 판매량은 310만대로 전년 대비 10만대가 줄어들었는데, 내년에는 300만대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AP는 독일에서만 자동차산업 일자리 2만개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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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옛 동독지역에 세워졌던 자동차공장들은 유럽시장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자 며칠~몇 주 간격으로 공장가동을 중단하며 생산량 줄이기에 들어갔다. 오펠은 미국 GM의 위기에 따라 동독 아이제나흐에 있는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BMW는 다음주부터 라이프치히와 레젠부르크의 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 중단시킬 계획이다. 생산본부인 뮌헨공장도 일주일 가량 멈춰두기로 했다. 남부 사알루이스에 있는 포드유럽 공장은 파트타임 직원 204명을 해고했다. 메르세데스본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올해 성탄절 전후에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도요타자동차의 올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0%나 줄어든 1조3000억엔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최대 시장인 북미시장 판매대수도 지난해 1600만대에서 1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도요타는 얼마전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폭스바겐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폭스바겐은 포르쉐가 지분을 큰 폭으로 늘릴 것이란 소문이 퍼져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곧 다시 순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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