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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푸엔테스, <의지와 운명>

의지와 운명 1, 2 카를로스 푸엔테스. 김현철 옮김. 민음사. 나는 흔히 말하듯 '봐줄 만한 모습이 아니다. 나는 잘린 머리다. 멕시코에 서 일 년 동안 잘린 머리 중 천 번째 머리다. 나는 일주일 동안 목이 잘린 쉰 명 중 한 명이며, 오늘 일곱 번째로 목이 잘린 사람이며, 최근 세 시간 십오 분 동안 유일하게 목이 잘린 사람이다. -13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이라니. 토마 피케티의 에 이 책 이야기가 나와서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가 올초 갈레아노의 책을 읽은 김에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것들을 내처 읽었고, 에 푸엔테스가 여러번 언급되는 걸 보고 주문을 했다. 잘린 목이 하는 이야기. 처절하다. 정작 읽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올초 시작해서 이제야 끝냈다. 재미는 있는데 그렇다고 술술 넘기기엔 ..

딸기네 책방 2023.09.14

<넷플릭스 세계사>

넷플릭스 세계사 오애리, 이재덕. 푸른숲. 나야 뭐 영화라는 장르와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과도 거리가 멀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책 나오고 2주 만에 2쇄 들어간다는 얘기 듣고 저자 선생님^^께 축하를 보냈는데, 읽다 보니 진짜 흥미로웠다. 솔직히 말하면 국제뉴스에서 다뤘던 사건들 몇 개 말고는 나로서는 몽땅 모르는 얘기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오선배의 애정, 그리고 역사와 문화사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지식이 아주 제대로 담겼다. 오선배가 써야만 하는 게 바로 이 책이었다. 블루스가 쏘아 올린 차별을 향한 저항 1914~1950년은 미국 남부 시골에서 북부 도시로 600만 명 이 상의 흑인들이 이주한 현상을 가리키는 '흑인 대이동 Great Mgration' 이 일어난 시기다. 이들은 인종차별을 피..

딸기네 책방 2023.09.13

[구정은의 '현실지구'] 인도에 이어 우주로 나아갈 다음 주자는

달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인도가 그 다음 계획으로 태양 탐사에 도전한다. 중국의 ‘우주굴기’에 인도도 도전장을 내밀고 우주경쟁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 소행성 탐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존재감을 과시한 http://www.isro.gov.in/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우주부 산하 기구이지만 총리가 직접 관할하며, 우주부의 수장이 ISRO의 의장을 맡는다. ISRO는 완전한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극저온 엔진을 배치할 수 있으며 외계 임무를 발사하고 대규모 인공위성을 운영할 수 있는 세계에 몇 안 되는 우주기관 중 하나다. 로켓을 발사하는 나라는..

클라우스 뮐한 <현대 중국의 탄생>

현대 중국의 탄생 클라우스 뮐한, 윤형진 옮김. 너머북스 과 이어서 읽었다. 같은 시리즈는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연장선상에 있어서 청 제국과 관련된 앞부분에는 겹치는 내용이 적잖다. 예습(?)을 한 덕분에 읽기가 꽤 수월했다. 출판사가 같고, 표지도 비슷하고. 아마도 이어지는 컨셉트로 만든 듯. 재미있었다. 시진핑 시대를 다룬 뒷부분은 아무래도 지금껏 접해온 내용이 많았고 오히려 앞부분, 신해혁명 이후부터 내전 시기까지의 이야기가 내게는 더 새롭고 흥미로웠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서구 학자들 혹은 중국 학자들이 중국 역사를 바라봐온 시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연구사를 소개하는 부분들이 이번에도 매우 재미있었다. 하버드 시리즈와 이 책을 읽으니 묵은 숙제를 절반은 한 기분이다. 사실 작년에 중국 관련된 소..

딸기네 책방 2023.09.02

[2022 이탈리아] 볼차노 지나 산타 마달레나, 이제 돌로미테로!

경치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사진이 많음. 먼저, 돌로미테 가기 위해 통과하면서 점심 먹었던 볼차노. 작지만 이쁜 도시였다. 그러나 오르비에토, 몬테풀치아노 등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아주 이쁜 축에는 못 들 것 같. 그리고 산 넘어(?) 가기 전에, 돌로미테의 상징적인 풍광 중의 하나를 볼 수 있는 Santa Maddalena. "Santa Maddalena is both a village and church. Located in the Val di Funes this little village is a must for your time in Alto Adige Italy." 라고 합니다. 부지런한 친구들과, 저 포함 넷이서 움직였어요. 차를 빌려서 다녔기 때문에 이탈리아 여행 내내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구정은,이지선. 북카라반 어려움에 처한 친구, 아프고 슬픈 일을 겪는 이웃, 혹은 낯선 이들일지라도 위험에 빠진 것을 보면 사람은 누구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모금을 하면 기부를 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죠.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과연 이런 작은 행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게 정말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최선의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곤 합니다. 마음은 있는데 실제로 돈을 내거나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때도 많고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돕는 것, 개인 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한계가 ..

개발과 원조에 관한 책들

마사 누스바움의 책 을 읽은 김에. 구호/개발/원조에 대한 책들을 모아봅니다. 개발경제학 공부하는 분들, 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더 전문적인 책들을 읽을 것이고, 여기 소개한 것들은 그저 저같은 '일반 독자'들이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만한 책들입니다. 먼저, 맛뵈기로 읽어볼만한 책. '실천윤리학자'로 유명한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의 입니다. 물에 빠진 아이는 구해야 하죠. 화살을 맞은 사람이 있다면 '누가 쐈나' '화살 쏘기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막을 것인가'를 묻기 전에 일단 화살을 빼고 치료를 해줘야 하고요. 실은 이 얘기는 김혜자의 에 나온 거에요. 아프리카, 빈곤 등에 대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일단은 를 읽으라고 권합니다. 이론이니 뭐니 하는 것들 따지기 전에 아픔..

[기자협회보] 탁신, 훈센, 봉봉… 아시아에 ‘민주주의의 모델’은 없나

합법적인 선거로 선출된 탁신 친나왓 정권이 2006년 축출된 이래로 태국 정치권은 탁신계와 반탁신 세력으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벌였지요. 성공한 기업가 출신이지만 서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탁신은 왕실에도, 군부에도, 기득권 정치엘리트들에게도 눈엣가시였습니다. 군부는 그가 유엔 총회에 간 사이 무혈 쿠데타로 몰아냈죠. 그러나 2008년 선거에서 탁신계가 다시 승리했습니다. 군부와 반탁신계는 탁신을 부패죄로 기소했고, 탁신은 영국으로 망명했습니다. 탁신을 지지하는 시위로 방콕이 마비되자 군부가 무력 진압에 나서 90여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핍박을 했는데도 2011년 선거에서 또 탁신계가 승리했고 탁신의 여동생 잉락이 총리가 됐어요. 2014년 헌재는 직권남용으로 몰고가 잉럭을 쫓아냈고 쿠데타로 군..

[구정은의 '세계, 이곳']야수니 공원을 지켜라...석유 대신 '보전' 택한 에콰도르

“동의.” 에콰도르 사람들이 국민투표를 했다. 결과는 가결. 90% 넘는 유권자들이 표를 던졌고 60% 가까이가 찬성했다. 반대는 40% 남짓. 에콰도르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투표용지에 적힌 질문은 이랬다. “에콰도르 정부가 43광구로 알려진 지역의 ITT 원유를 땅 속에 무기한 보관해두는 것에 동의합니까?” 질문이 복잡하다. 쉽게 풀면 “개발하지 않고 원유를 그대로 땅속에 두기로 한 것에 찬성하느냐”가 되겠다. 국민들은 그러자고 했다. 에콰도르 사람들이라고 개발을 바라지 않을 리 없다. 문제는 ‘43광구’가 야수니 땅이라 불리는 토착민 지역, 자연보호구역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에콰도르타임스] Ecuadorians voted to stop oil and mining ..

[구정은의 ‘현실지구’]보스니아의 위태로운 평화는 지켜질 수 있을까

청년이 난간에 섰다. 한때 발칸의 화약고라 불렸던 곳,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서부 도시 모스타르. 해마다 이곳에서 7월 말 열리는 다이빙 대회 챔피언 출신인 청년은 까맣게 탄 몸에 차가운 물을 한번 끼얹고 10층 높이의 다리 위에서 시커멓게 흐르는 네레트바 강으로 뛰어내린다. 다리를 메운 구경꾼들에게 돈을 받고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강을 사이에 두고 반질반질한 자갈이 깔린 길을 따라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이 작은 도시는 오스만 시절 만들어진 다리로 유명하다. 강을 따라 교회의 종탑과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첨탑)가 번갈아 우뚝 솟아 있다. 이웃하고 마주보는 첨탑, 십자가와 초승달.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는 관광객들 사이로 군데군데 묘지가 있다. 묘석에 적힌 연도가 똑같다. 1993년의 죽음들. 폐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