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월드피플] 페이스북과 싸워 이긴 오스트리아 청년

딸기21 2015. 10. 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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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요, 막스 슈렘스. 당신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꿨어요.”


미 국가안보국(NSA)의 정보감시를 폭로한 뒤 러시아에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6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가 축하를 보낸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정보보호 활동가인 슈렘스(28)라는 청년이었다. 르몽드, 가디언, 엘파이스 등 유럽 언론들은 페이스북의 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없게 하라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소송을 낸 슈렘스가 마침내 승리를 거뒀다고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슈렘스는 법학을 공부하는 평범한 대학원생이었다.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샌타클라라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그는 수업 중에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담당 변호사인 에드 팔미에리의 강연을 우연히 듣고 깜짝 놀랐다. 페이스북이 유럽 사용자들이 입력한 정보들까지 모두 미국 서버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뒤 소셜미디어 공룡인 페이스북을 상대로 한 싸움을 시작했다. ‘유럽 대 페이스북’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시민들의 기부를 받았고, 한푼두푼 모아 법률팀을 구성했다. 



페이스북은 미 상무부와 유럽연합(EU) 간 ‘세이프하버(Safe Harbour) 개인정보 프레임워크’라는 협정에 따라 정보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협정에 따르면 정보통신 기업들은 ‘소비자의 동의 하에’ 개인정보를 미국 측과 공유하게 돼 있었다. 2013년 6월, 스노든이 NSA의 광범위한 개인정보감시 활동을 폭로했고 세상이 뒤집어졌다. 미국으로 전송된 정보들은 정보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을 통해 NSA에 축적되고 있었다. 


슈렘스는 페이스북의 유럽 본부가 있는 아일랜드 법원에 “페이스북이 유럽 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법에 따르면 EU 안에서 사업하는 회사들은 외국 기업일지라도 EU의 정보보호법을 따라야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이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EU 정보보호 담당관에게 페이스북이 미국으로 개인정보를 보내는 것을 막으라고 요구했다.


아일랜드 법원은 2014년 6월 이 사건을 유럽사법재판소로 이관했다. 페이스북을 넘어 세이프하버 협정 자체가 도마에 올랐고, 오스트리아 청년과 페이스북의 싸움은 말 그대로 ‘유럽 대 미국의 싸움’이 됐다. 슈렘스는 별도로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냈다. 그 해 11월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보보호 전문가들을 모아 컨퍼런스를 열고 세이프하버 협정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했다. 한 대학원생의 집념이 유럽을 움직이게 된 것이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6일 마침내 슈렘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소는 EU가 페이스북의 데이터 전송을 막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개인정보 감시를 비판해온 인권단체들은 환호했다. 정보보호 운동단체 ‘미래를 위한 싸움’의 활동가 에번 그리어는 영국 가디언에 “미국에 기반을 둔 거대 기술업체들은 미국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기본 정보를 내줌으로써 정부의 감시에 결탁해왔다”며 “모두가 알고 있는 이런 사실을 유럽사법재판소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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