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메르켈, 반 이민 선동하는 극우파에 "불관용" 선언

딸기21 2015. 8. 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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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자들에게 관용은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민자들을 몰아내려는 극우파들에게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26일 동부 하이데나우의 난민캠프를 방문한 메르켈이 반 이민 선동을 하는 이들을 겨냥, ‘불관용’을 선언했다고 도이체벨레 등 독일 언론들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외국인들을 향한 공격적인 분위기는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최근 난민캠프 주변에서 발생한 극우파의 공격과 시위를 언급했다. 메르켈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그런 폭력을 규탄한다”면서, 극우파들이 난민을 보호하는 경찰을 공격하는 걸 지지하거나 지켜보고만 있었던 지역 주민들도 질타했다. 그는 “우익 극단주의자들과 네오나치들이 공허한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는 것은 불쾌한 일이지만, 시민들, 심지어 아이가 있는 가정들까지 그들의 행진을 지지했던 것 또한 마찬가지로 수치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 동부 드레스덴 부근 하이데나우의 난민캠프를 방문해 한 난민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하는 메르켈이 이렇게 고강도의 표현을 써가며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메르켈은 반 외국인·반 이슬람 정서와 극우파들의 선동에는 늘 강경한 원칙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가을 극우파 정치조직 ‘페기다’가 이민자들, 특히 무슬림 이민자들을 공격하며 대중집회를 열고 세력을 불릴 때에는 인종주의와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에 직접 참석해 관용과 통합을 촉구했다. 


하이데나우는 페기다의 근거지인 드레스덴 부근에 있다. 앞서 당국이 망명 신청자들을 위해 이 지역에 새로 보호시설을 짓자 극우파들이 몰려와 난민 이동차량을 막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나치를 찬양하는 구호들까지 나왔고, 경찰 수십명이 공격을 받아 다쳤다. 메르켈이 보호시설을 방문해 난민들을 직접 만나고 현장에서 연설한 것은 반이민 선동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극우파들은 난민캠프를 찾은 메르켈에게 "배신자"라며 소리치고 달걀을 던지며 시위를 했다.




특히 최근 중동·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메르켈의 ‘수용정책’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24일 메르켈은 내전을 피해 온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에 머물고자 한다면 모두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든 난민은 ‘최초 입국한 국가’에 망명을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한 유럽연합(EU)의 ‘더블린 규약’을 깨면서까지 독일이 나서서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이다. 독일은 올해 난민 신청자가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난민 유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다. 메르켈의 조치는 난민대란에 EU 전체가 협력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유럽국들에 보내며 압박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어 극우파들을 비판한 데에는 반 이민 정서가 커지면서 독일 내 사회 통합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유럽 언론들은 전했다. 독일 정부는 26일 난민 대책을 위해 주 정부에 지급할 예산을 당초 계획했던 5억유로에서 2배로 늘린 10억유로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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