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러시아가 시리아를 공습하기 시작했습니다.

30일 러시아 상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시리아 파병 요청을 승인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러시아군이 시리아 홈스 지역을 공습하기 시작했지요. 지난달 28일 유엔 총회에서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에 대해 연설하고 이틀 만에 폭격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공습한 지역은 IS 근거지가 아니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는 반정부군 지역입니다. 지난달 러시아는 시리아 서부 지중해 항구에 군사기지를 만들었습니다. 아사드 정권의 근거지는 수도 다마스쿠스이고, 러시아가 공습한 건 그 사이를 잇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을 반정부군에게서 빼앗으면 아사드 정권은 보급로를 얻게 됩니다. 즉 IS 타격이 아니라 아사드 살리기 작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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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건 민간인들입니다. 현지 인권단체들과 구호활동가들은 러시아군 공습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해 민간인이 36명 이상 숨졌다며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갑자기 중동 문제에 군사력까지 동원해 개입하고 나선 이유는

러시아로선 수십 년 만에 중동 문제에 가장 큰 규모로 개입한 것인데요. 여러 이유가 거론됩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공습은 러시아의 군사적 ‘투자’다. 고객 국가(아사드 정권) 잃기 싫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시리아는 아랍사회주의 성향이었고, 중동에서 드물게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다만 푸틴은 공습에 한정될 것이라면서 지상군까지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면전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서방을 압박, 러시아가 원하는 구도(아사드 정권과 이란이 포함된 휴전협상)로 시리아 이슈를 풀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큰 틀에서 보면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이 판치게 놔뒀던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강화할 때가 됐다는 전략적 판단, 즉 푸틴의 지론인 ‘강한 러시아’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과 아랍국들이 이미 시리아 공습 중인데, 이러다가 국제전이 되는 것 아닌가.

이미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아랍국들과 연합군을 형성해 시리아와 이라크 IS 지역을 공습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지난달부터 IS 지역 공습을 시작했습니다. 영국은 공습을 하기 위해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러시아까지 가담한 것입니다. 중국을 제외하고 유엔 안보리 4개국이 군사작전에 참여한 셈이 됐습니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에 수시로 공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시리아 정부군을 돕기 위해 군사자문단을 들여보낸 데 이어, 지상군까지 수백 명 파병했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이제 탈냉전 후 가장 큰 국제전이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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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공습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CNN방송은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반응이 갈팡질팡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백악관은 의미 를 축소한 반면, 국무부는 비난을 하면서도 “시리아 문제를 풀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미군 전투기가 오폭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진 국방부는 격앙된 분위기라고 합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통화한 뒤에 “당장이라도 양국이 상황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행여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에게 오폭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에 양국이 동의한 듯합니다.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러시아 외교관이 이 때문에 시리아 공습 1시간 전 미국에 사전 통보를 했다고 합니다.

 

-러시아 때문에 더 꼬이게 될까, 전기가 될까

러시아가 나서면서 ‘신냉전 군사적 충돌’로 갈 것이냐 4년 내전 끝낼 계기냐 갈림길에 서게 된 것 같습니다. 앞서 유엔에서 푸틴은 ‘광범위한 연합’을 제안했습니다. 미국은 아사드가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협력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란도 시리아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탤 뜻을 비쳤습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광범위한 협력을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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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을 끝내기 위한 대화가 진전될 경우, 이를테면 이란이 중재하고 러시아가 무력으로 안전보장을 해주면서 아사드를 물러나게 하고, IS 제거에 국제사회가 협력하면서 해결을 향해 가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직은 워낙 첩첩산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