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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 IS의 ‘문명 살해’, 유적들 얼마나 사라졌나  

딸기21 2015. 8. 3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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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의 유적 말살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시리아의 유서 깊은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의 유적이 또 다시 파괴됐다. 문화재 지킴이로 이름 높았던 80대의 노학자를 처참히 살해하고 신전 폭파 장면을 공개한 데 이어, 30일 IS가 다시 팔미라의 신전을 폭파했다.

 

알자지라방송 등은 30일 팔미라의 문화재 보호단체들을 인용, IS가 또 다시 이 지역의 오래된 신전 일부를 폭발시켰다고 보도했다. 부서진 신전은 1세기 말에 지어진 벨 신전으로, 팔미라의 대표적인 유적 중 하나다. IS가 최근 부순 바알샤민 신전보다도 규모가 크다. 원래 바빌로니아의 신이던 벨을 모신 신전이 있던 자리에, 로마제국 황제인 티베리우스 통치 기간에 로마 신 주피터 신전으로 다시 축조됐다. 


30톤 분량 폭약으로 신전 폭파

 

벨 신전은 벽돌로 축조된 벽들과 높이 200m에 달하는 여러 돌기둥으로 이뤄져 있었으나 이제는 대부분 돌더미가 되고 말았다. 알자지라는 IS 전투원들이 30톤 넘는 분량의 폭약을 신전 곳곳에 설치한 뒤 폭파시켰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엄청난 폭발과 함께 벽돌과 돌기둥이 무너져내렸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전했다. 다른 목격자는 신전이 크게 부서져 벽 일부만 남았다고 전했다. 



팔미라는 옛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유적지다. IS는 지난 5월 시리아 정부군을 몰아내고 이 지역을 장악했다. 팔미라의 유적들 중 4개의 기둥을 가진 석조건축물들로 구성된 테트라필론과 원형극장 등은 아직 남아 있지만, 언제 IS의 폭탄에 희생양이 될 지 알 수 없다. 지난달 초 IS는 조각상을 해머로 두들겨부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4년 6월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국가’를 선포한 이래, IS에 장악된 지역에서는 문화재 파괴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이라크 북부 모술의 모스크와 기독교 유적이다.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IS는 시아파조차 배교자들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아파 사원인 모술의 알-쿠바 후세이니야 모스크를 파괴했다. 가까운 탈아파르의 자와드 후세이니야 모스크와 사아드 빈 아킬 후세이니야 모스크 등도 희생양이 됐다.


파괴되기 전의 벨 신전 내부. 사진/AFP


벨 신전 내부의 조각. 사진 AFP



카브르 알-빈트(소녀의 무덤)이라 불리던 유적은 중세 아랍 학자 알리 이븐 알-아티르가 묻힌 곳으로 추정돼왔던 곳이다. 이 유적 역시 사라졌다. 13세기 몽골의 대침략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이맘 아운 알-딘의 사원도 IS를 피하진 못했다. 이라크인들이 ‘지르지스’라고 부르던 성 게오르기우스의 무덤도 지난해 7월 이들의 폭탄에 날아갔다. 두 달 뒤에는 티크리트 동쪽에 있는 7세기 아시리아 사원 아호다마 교회를 폭발시켰다.



올들어 IS의 유적파괴는 더 대규모로, 더 잔혹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1월에 고대 유적지인 니느웨(니네베) 주의 성벽을 폭파한데 이어, 3월에는 님루드의 대표적인 유적인 기원전 7세기 아시리아 제국 아슈르바니팔 황제의 성채를 불도저로 밀었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호령했던 아시리아의 유적들은 모두 풍전등화의 운명을 맞았다. 시리아 도시 라카에서도 사자 조각상이 있는 문으로 유명한 아시리아 유적이 파괴됐다. 


이라크 북부 하트라의 성채. IS는 2000년 역사의 이 유적지를 지난 3월 불도저와 폭약으로 부숴버렸다. 사진 AP


IS가 최근 부순 팔미라의 바알샤민 사원. 사진 AP


모술 남서쪽에 있는 하트라는 고대 파르티아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IS는 불도저를 동원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2000년 역사의 하트라를 밀어버렸다. 님루드와 하트라를 파괴했을 때 세계가 충격을 받고 분노했으나 계속되는 유적파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비옥한 초승달’ 문명의 요람이 사라진다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시리아 텔나스리의 정교회 사원은 부활절에 맞춰 4월 5일 파괴됐다. 지난 달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의 오래된 교회를 파괴하는 과정에서는 어린이 4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시리아 홈스 주의 알-카리야타인에 있는 마르 엘리안 수도원을 부쉈다. 중세 기독교 유적과 이슬람 유적, 고대 신전들을 가리지 않고 폭약과 불도저로 없애버리고 있는 것이다. 


역시 IS에 파괴된 이라크 북부의 님루드 유적. 사진 레바논 NNA통신

지난해 7월 IS에 파괴된 모술의 성당 앞에 성모마리아 상이 부서진 채 뒹굴고 있다. 사진 이라키뉴스(IraqiNews.com)


박물관들도 야만적인 파괴 앞에 내몰렸다. 지난 2월 IS는 모술 박물관의 석상과 유물들을 파괴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8일에는 ‘미스터 팔미라’로 불렸던 전 팔미라 박물관장 칼리드 알아사드를 주민들 앞에서 공개 처형하고 주검을 내거는 짓까지 저질렀다. 아사드는 IS가 도시를 점령하기 전 박물관의 유물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놨는데, 그 유물들의 위치를 대라며 괴롭히다가 끝내 참수한 것이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농경과 문자가 발명된 고대 문명의 요람이며, 전 지역이 유적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IS 수중에 떨어진 지역이 늘면서 수많은 유적이 돌더미로 변할 위기를 맞았다. 이라크 정부는 1만개가 넘는 주요 유적지들 중 20% 가량이 IS 점령지역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의 경우 구시가지의 60%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IS와 싸우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의 정부군도 도시 파괴에 일조하고 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난달 “야만적이고 치밀한 유적파괴가 전례 없는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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