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문명의 충돌인가, 실패한 통합인가] 프랑스 테러, 언론 공격 이면에는 무슬림의 모욕감과 소외감

딸기21 2015. 1. 1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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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과 무슬림 차별, 여기에 분노하고 좌절한 무슬림들, 극우파의 자극과 보복테러,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세계적인 패턴이 됐다. 10여년 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연쇄폭탄테러와 영국 런던 7·7 동시다발 테러에서부터 2013년 미국 보스턴의 마라톤대회 공격, 지난해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총격과 호주 시드니 인질극 등이 모두 이런 악순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모든 테러공격에는 공통된 패턴뿐 아니라 지리적·시간적인 특수성도 존재한다. 프랑스 잡지사 공격과 잇단 인질극은 ‘언론에 대한 공격’이라는 형태로 테러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대테러전 10여년간 쌓여온 모욕감과 소외감


사우디아라비아 신문 아랍뉴스는 10일 “세계의 무슬림과 이슬람 단체들은 가장 강력한 언어로 ‘샤를리 에브도’의 언론인들과 만평작가들에 대한 학살을 비난하지만, 이 잡지가 무슬림의 신앙을 모독한 것에는 동의할 수도 없고 찬성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서방 언론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무슬림들에 맞서 독선을 행하고 이슬람을 공격하고 예언자 무함마드를 공격하면서 법적, 도덕적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A person holds a candle next to a placard which reads "I am Charlie" to pay tribute during a gathering in Strasbourg on Jan. 7, 2015. Vincent Kessler/Reuters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사건을 ‘언론(표현)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나, 이슬람권에서는 서방의 이중잣대를 지적한다. 그 이면에는 대테러전이 진행돼온 10여년 동안 무슬림들이 느껴야 했던 모욕감과 소외감이 숨어 있다.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 이전에도 덴마크 율란츠포스텐의 무함마드 모욕 만평이 있었고, 이슬람을 고의로 모독한 여러 사건이 있었다.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는 아랍인 수감자들이 미군에게 극도의 모욕을 당했으며 이듬해에는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미군들이 수감자들이 보는 앞에서 코란을 찢어 변기에 넣었다. 2011년에는 미국의 한 기독교 목사가 코란을 불태웠다. 잇단 사건들은 세계 곳곳에서 격렬한 반대 시위를 불렀다. 미국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는 의도적으로 ‘십자군 전쟁’을 연상시키는 발언들을 해 ‘문명의 충돌’을 부추겼다.


점점 교조화, 극단화하는 이슬람... 언론, 표현 자유 인식도 부족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이슬람을 폄훼해온 서방에 대한 반감은 풍자잡지에 대한 초유의 테러공격으로 이어졌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는 “샤를리 에브도나 율란츠포스텐 등은 유럽 사회에 침투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불편함을 만평이라는 형태로 공격한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런 공격은 같은 사회 내부의 마이너리티를 향한 것이었으며 약자들에 대한 선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샤를리 에브도 공격이 프랑스의 문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으나 이번 사건 뒤 스웨덴과 독일, 프랑스 등 곳곳에서 모스크 방화 등 반이슬람 공격이 뒤따르고 있다”며 “책임이 ‘이슬람’에만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좌담을 내보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이슬람 내부에 있다. 서방의 반이슬람 정서가 고조되는 데에 비례해 이슬람권에서 ‘신성모독’을 더욱 교조적으로 해석하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온건 이슬람이 대세였던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까지 샤리아(이슬람 성법) 적용이 늘어나는 것도 반작용 중 하나다. 2009년 10월 소말리아의 알샤바브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여성들까지 이슬람 관습을 위반한 것이라며 신성모독으로 간주했다. 


대부분의 이슬람권 국가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다는 것도 이들의 인식이 세속화되지 못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신성모독은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걸프의 독재왕정들이 자유주의자들을 억압할 때에 악용하는 단골 수단이기도 하다.


통합보다 배제, 차별 줄이기보다 억누르기 급급했던 프랑스의 문제도


인구 10% 가까이가 무슬림인 프랑스에서는 무슬림들을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통합시킬 것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격렬한 논쟁이 벌어져왔다. 알제리를 식민통치했던 프랑스에는 북아프리카계 무슬림 이주민들이 많다. 무슬림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히자브(머리수건)를 착용하게 해줄 것인지에서부터 온몸과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를 쓴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강제로 부르카를 벗기는 문제 등 온갖 마찰이 일었다.


자크 시라크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했고 무슬림에게 온건정책을 펼쳤지만 후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무슬림 이주자들에게 몹시 적대적이었다. 경찰의 무슬림 소년 사살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파리 소요를 강경진압했고, 칼레 해안의 무슬림 난민촌을 무자비하게 철거하는 등 반무슬림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후 들어선 사회당 정부도 사회·경제적 통합과는 반대로 갔으며 파리 무슬림 집단거주지역의 소요 진압과 칼레 난민촌 철거를 되풀이했다. 무엇보다 올랑드 정부는 지난해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시리아 공습에 참여했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결합해 연쇄 테러공격으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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