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일어난 흑인 청년 사살 사건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에게 총 6발을 쏴 사살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이 불기소 결정을 받으면서 불이 붙은 흑인들의 거센 항의 시위는 사흘째인 26일 다소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으나, 이 사건이 남길 파장은 커 보인다.
"감옥 생활 하는 흑인 비율, 백인의 6배"
뿌리 깊은 미국의 흑백 차별 실태가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흑인 성적소수자(LGBT) 운동 등 인권운동을 해온 여성 기독교 목회자 달린 가너 목사는 26일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브라운은 인종차별 때문에 숨졌다”며 “흑인이 감옥 생활을 하는 비율은 백인의 6배이고, 흑인의 실업률은 백인의 2배”라고 썼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에서 ‘흑인 전체를 범죄자 집단처럼 만든’ 경찰의 불심검문과 공권력 남용을 비판하면서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 청년이 숨질 확률이 백인 청년보다 21배 높다’라는 한 통계를 인용했다.
흑인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은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백악관에 들어가고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흑인들이 늘었으나, 사회·경제적으로 흑인들은 여전히 차별을 겪어야 한다. 경제적 차이는 교육과 취업, 직장에서의 성취 등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무사히 고교 졸업하는 흑인 남학생은 절반에 불과
2000년 센서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중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는 사람은 14% 정도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이전보다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백인은 물론 아시아계 등 다른 소수집단과 비교해도 흑인들의 고등교육 비율이 떨어진다. 고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흑인 학생의 비율도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 9월 민간단체인 쇼트재단에서 낸 ‘흑인 남학생의 졸업률’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를 졸업하는 비율이 백인 남학생은 78%인 반면, 흑인 남학생은 52%에 그쳤다.
고교 교육과정만이라도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보고서는 보여준다. 2009~2010년 자료를 분석한 이 조사에서 뉴욕주 흑인 남학생의 졸업 비율은 42%에 그쳤다. 네브라스카주는 43%, 아이오와주는 49%였다. 반면 같은 흑인 남학생이라도 메인주에서는 97%가, 애리조나주에서는 84%가 제대로 졸업을 했다. 적극적인 지원으로 교육 기회를 늘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흑백 간 경제적 격차도 분명히 드러난다. 주택소유율을 보면 백인들은 4분의3 가까이가 자기 집을 갖고 있는 데 반해, 흑인은 소유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득분포에서 가장 높은 수준과 가장 낮은 수준의 가운데를 의미하는 중간소득을 살펴보면 히스패닉계를 뺀 백인의 경우 2011년 연간 5만5412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흑인은 3만2229달러에 머물렀다.
수명조차 백인보다 짧아... 살해되는 비율, 백인의 6.3배
평균기대수명조차 흑인이 백인보다 5~7세 낮다. 2012년 센서스에서 흑인 인구는 389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12.6%였지만 미국 내 에이즈 감염자의 48%가 흑인이다. 미 법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1년 살인 범죄 동향’ 통계자료에 따르면 범죄 등으로 살해되는 비율은 흑인이 백인의 6.3배다.
미국 법무부 웹사이트
물론 ‘백인들에게’ 살해되는 것은 아니며, 통계상 같은 흑인들에 의해 살해되는 비율이 94%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지난 23일 NBC방송 토론회에 나와 퍼거슨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며 “인종적으로 불균형한 경찰력 남용이라며 자꾸 부각시키지 말고, 흑인들끼리 서로 죽이는 것에나 더 초점을 맞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함께 출연한 패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흑인들 간의 폭력을 부각시키는 것이 백인 경찰의 폭력적 대응이나 공권력 남용에 면죄부를 주지는 못하며, 흑인들 간의 폭력은 빈곤 등 사회경제적 현실의 반영일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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